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1.08.24 15:37
조회
840

(음, 조금 길어요.)

고풍적인 물건이라고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손바닥만한 거울과 장롱뿐이었지만 정갈하게 정돈되어있는 모습에서 세련되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방이었다.

그 방에는 두 남녀가 앉아있었다. 여자는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외눈 안경을 끼고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었고, 남자는 칸을 움직여서 맞추는 퍼즐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등을 돌린채 각자의 일에만 빠져있어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서로 독립된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

여인이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을 꺼냈다. 허공에 혼잣말을 하듯 가벼운 어투였다.

"그래서 갈거야 말거야."

남자는 한참동안 대답을 않다가 퍼즐조각을 밀어올리고 말했다.

"글쎄. 내가 왜?"

"말했을텐데."

즉시 대답이 돌아왔지만 남자는 다시 침묵하고 퍼즐을 두번 착착 밀었다.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이 탄성을 길게 뱉었다.

"아아, 네 동생이 잘 지내는지 봐달라고 했었지."

"그래, 동생들. 그저께 온 편지에는 지금 가프라츠로 가고있다고 했으니까 먼저가서 기다리고 있어줘."

이번에는 남자도 즉답했다.

"그런데 말이야. 역시 모르겠어. 대체 왜 그렇게 네 동생을 걱정하는거야?"

여자가 이 말에 처음으로 반응해서 그를 노려보았다. 해봐야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뒷통수를 노려보는 정도였지만.

"누나가 동생을 걱정하는게 이상하다는거야? 아니면 나라서..."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고. 신경 날카롭게 세우지 말고 좀 느슨느슨하게 살라고. 나처럼."

여자가 대답하지 않자 이번에는 남자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아이고, 말할 가치가 없다는거지? 나 상처받는다?"

"실실 웃으면서 그런 말해봤자야. 그래서 뭐가 이상하다는거야."

"그도 그럴게, 네 동생은 문무완비에 늠름한 사내상이지 않냐. 내가 부러워했을 정도였는걸. 게다가 차기 가주로 이미 정해지기까지 했으니 앞날이 창창한거야 뻔할 뻔자고. 굳이 네가 싸고돌 필요가 없다는거지."

그의 말이 끝나자 여자가 종이를 내려놓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외눈안경으로 그를 주시했다.

"너,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지?"

"응."

"나한테는 동생이 두 명이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을텐데."

"또 무시하는거냐, 어라? 둘? 하나잖아."

"둘이야."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억을 더듬었지만 아무래도 모르겠는 모양인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 안나. 어쨌든, 그래서 나머지 한 쪽이 걱정되서 돌아가시겠다?"

"그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여자는 옆에 나있는 창으로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친동생은 아니지만 그와 마찬가지인 녀석이야. 나한테는 동생과 똑같이 소중한 아이지."

"이거 질투나는데? 대체 누군데?"

"그 애는 다른 사람을 걱정시키는데는 도가 터서 항상, 항상 주변을 안달나게 한다니까. 처음 만났을 때도 분명 혼자 상처받을게 뻔한 걸 목표로 삼아서는... 울상을 지을거면 하지를 말던가."

점점 자조적이 되어가는 말투에 남자가 퍼즐을 집어 여자에게 슬쩍 집어던졌다. 퍼즐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여자의 머리에 턱하고 얹혔다. 여자는 퍼즐을 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뭐하는 짓이야."

"그러니까~ 느긋하게 살자니깐. 내가 그 칠칠맞지 못한 동생을 위해서 해야될게 뭔지 말해봐."

여자는 퍼즐을 남자에게 다시 던져주었고, 남자는 그것을 몸을 비틀어 피한다음 여자에게 실실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여자는 다시 인상을 찌푸리고 외눈안경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하아... 내가 정말 이런 놈한테 부탁해야되는걸까."

"일단 말해보라니깐."

눈가를 부비던 여자는 진심으로 인정하고 싶지않다는 투로 말했다.

"너... '최강'이었지?"

그 물음에 그는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어. 지금은 아니지만."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거야. 너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법'을 알고 있잖아."

"그것도 맞아."

"그걸 그 애한테 가르쳐줬으면 해. 옆에 네르츠 판도르가 있다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네 쪽이 더 신용이 가니까."

"아아... 그렇군."

남자가 의자에서 풀쩍 튀어오르듯 일어났다. 그리고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응, 용건은 잘 알겠어. 들어줄께."

"고마워."

"아냐, 너한테는 빚진 것도 있고 네가 애정을 듬뿍담아 말하는 그 동생이라는 놈도 보고 싶어졌으니까."

"질투하지마."

"난 그렇게 쪼잔한 남자가 아니라고?"

뒤에서 "거짓말"이라고 작게 들린 말을 무시하고 남자가 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는지 발을 멈추었다.

"그러고보니 네르츠 말이야. 설마 아직도 최강이라고 떠들고 다니는건 아니겠지?"

"맞는데? 자칭이 아니라 사람들도 그렇게 알고있어. 그러니까 지금 네가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수 있는거지. 그게 왜?"

그 물음에 남자는 잠시 킥킥대더니 문 손잡이를 돌리고 힘차게 문을 열어제꼈다.

"내가 최강에서 은퇴한 이유는 진짜 최강을 만났기 때문이야. 크크큭... 이거 설마 그렇고 그런 일은 아니겠지."

"하아, 또 혼잣말하네."

여자의 타박에 남자는 장난스런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다녀올께, 루냐."

여자는 어린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의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녀와, 하데."


Comment ' 1

  • 작성자
    Lv.10 나르키어스
    작성일
    11.08.24 18:16
    No. 1

    본격 기사이야기 정연입성!
    포탈입니다~
    <a href=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097 target=_blank>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09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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