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2.03.01 19:47
조회
980

안녕하세요. 판타지소설 하늘 위의 땅을 정규연재하고 있는 까마수투리라고 합니다.

순수하게 한국적인 요소만을 차용하여 세계관을 구성했는데요.  

일단은 조선시대를 가장 큰 메인으로 따 왔습니다. 아마 판타지라기보다는 역사소설이나 사극의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 외에도 청룡, 주작, 백호, 현무 등의 사신과 함께 선비와 화랑, 그리고 탈춤과 사당패 등등의 전통적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뒤 상상을 가미해서 새로운 세계관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다 인물과 사건들을 내던져 풀어보았죠.  

재밌게 봐 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아래는 본문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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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려나.”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잖아도 불편한 어깨가 유달리 쿡쿡 쑤셔왔다. 이른 봄이었다. 초가집 마당가를 따라 할미꽃 봉오리들이 송이송이 맺혀있었다. 논을 갈아야 할 시기다. “이놈아, 먹은 밥 삯은 내놓아야 할 게 아니야!” 미련하게 궁둥이를 눌러앉은 누렁이놈의 고삐를 억지로 잡아끈다. 끔벅이는 눈가에 물기가 축축이 맺혀 올랐다. 이런 고얀 놈이. 내가 먹고 살아야 너도 먹고 살게 아니냐. 한참을 고삐를 붙잡고 실랑이를 치고서야 누렁이는 하릴없이 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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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달구지는 마을에서 한참 외곽의 논길로 접어들었다. 길이 고르지가 못한 지라 몰이꾼이 나귀를 다잡아 속도를 늦췄다. 그러는 가운데 류씨는 달구지 위에 그대로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푸른 어둠으로 물든 하늘에는 봄을 맞은 별빛들이 드넓게 만개하여 흐드러져 있었다. 가득 잎을 틔운 별빛들의 사이사이 길, 그 길목 한가운데를 희뿌연 은하수 물길 한줄기가 가로지르며 멀리 동녘을 향해 흘러갔다. 류씨는 입을 오므려 하늘을 향해 뜨거운 숨 한 줄기를 띄워보았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가냘픈 입김은 채 별빛에 가닿기도 전에 밤공기의 틈바구니에 섞여 바스라졌다. 부서진 입김에서 달착지근한 술 향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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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한가운데에서, 춤꾼이 홀로 춤을 추고 있다. 적은, 아니다. 아닐 것이다. 즉시 손에 힘이 탁 풀린다. 총을 놓치고야 만다. 털컥. 떨어진 총이 성벽의 돌바닥 위에 나동그라진다.

  그 춤꾼은 목각으로 정교하게 아로새긴 탈을 쓰고 있다. 저 탈은, 취발이로구나. 시뻘건 안면에 부리부리한 두 눈, 웃는 듯, 우는 듯, 혹은 화난 듯, 모든 희로애락의 그 사이 어디즈음에서 떠 오른 저 시뻘건 얼굴은, 틀림없는 취발이로구나.

  아련한 그리움인가. 무언가가 가슴에 복받친다. 어디선가 장구가락이 들리는 것 같다.

  「살풀이입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오른쪽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린다.

  한 젊은 무관이 어느새 곁에 서있다. 붉은 색 군복 위로 시커먼 갑주를 겹쳐 둘렀다. 그는 그 춤꾼을 쏘아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웃고 있다. 그 안온함에 마음이 녹아버릴 듯한 웃음이다. 그러나 투구 아래에서 번득이는 그 눈은, 실로 독사의 눈깔이다. 이 자를 잘 아는 것 같다.

  이 자는?

  그래, 그랬지. 맞다. 백성들에게 분연히 일어나 싸우기를 외쳤던, 바로 그 무관이다. 그 뜨거운 혈기로 온 백성들의 가슴속에 불을 질렀던, 그리고 스스로 불이 되었던 바로 그 무관이다.

  「……사셔야지요.」

  무관이 한마디를 한 뒤 바닥의 총을 주워 든다. 무엇을 하려는 건가. 아직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다. 무관이 주워든 총을 받쳐 들어 어깨에다 고정시킨다. 그제야 무엇을 할 작정인지를 깨닫는다.

  왜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말리고 싶다. 그러지 말라고 팔을 붙들고 뜯어말리고 싶다. 무관의 독사 같은 눈이 더욱 매섭게 번득인다. 안온했던 웃음이 차차 사라지고 있다. 정면을 겨누는 그의 눈에 싯누런 독기가 그득그득 들어차 오른다. 춤꾼을 조준하는 겨눔세가 살기를 담아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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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에 채 판단이 서기도 전에 가슴이 뛰었다. 가슴이 뛰니 발바닥이 내달았다. 할범은 황급히 마당 구석에 놓여있던 도끼를 손에 들었다. 생각할 겨를도, 아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들킨 것이다. 들킨 것이 분명하다.

  할범은 집 바로 위 뒷산을 미친 듯이 내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잡아라!」

  그 소리만큼은 할범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할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두두두, 두두두! 예순마리의 말발굽소리가 시나브로 등 뒤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일렁이는 등 뒤의 그 기척에 목 뒤까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할범은 죽을 각오를 하고 뛰었다. 살기 위해서, 죽을 각오를. 보다 젊은 시절 어느 날에 했던 다짐을 할범은 오늘에서야 다시 되새기며 뛰었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숨에 단내가 받쳐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뒷산 중턱의 큰 바위가 보였다. 저 뒤로 돌아가서 숲길을 내달리면, 어떻게든 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말로는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탕!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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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주소입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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