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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 같은말 다른느낌

작성자
Lv.42 7ㅏ
작성
13.01.21 14:14
조회
4,002

킬링타임은 제 생각에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가볍게 쓰여서는 안된다고 보여지는데요.

 

킬링타임 Killing Time.

한국어로 풀자면 시간 죽이기, 혹은 시간 때우기 정도 되겠죠?

 

저는 장르소설(이하 소설로 중략)이 킬링타임으로 전락하는 것은 대단히 비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이 말하는 것은 둘째치고, 작가분이 스스로 ‘내 글은 킬링타임용이야’ 라고 말하는 걸 봤습니다.

그 말은 제 귀에 ‘난 오늘도 그저 문자의 나열인 쓰레기를 양산해냈지.’ 라는 말처럼 들려서 불쾌했다고나 할까요?

 

제 경우 ‘시간 때우기라’는 것은, 정말로 할 일이 없을 때나 하는 행동을 뜻합니다.

다시말해, 조금만 더 가치가 있는 일이 생긴다면 결코 하지 않을 최후의 수단이라는 겁니다.

물론 누구는 소설 읽는 일이 TV 보기보다, 혹은 게임보다 가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사람 내에서는 가장 가치 없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소설은 킬링타임용이야, 내 소설을 읽는 것은 네게 있어서 가장 가치가 없는 일이 될 거야. 그것을 확신할 수 있으니 나는 내 소설을 킬링타임용이라 자신있게 부르겠어.

 

라고 느껴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슬픈 일이었습니다.

 

저는 가장 가치가 없는 일을 하는데에 있어서, 8천원이나 주고 책을 구입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800원 주고 대여점에서 빌리는 것도 안 합니다.

스캔본이나 텍본이 유행한 이유가 ‘학생들의 궁핍함’ 때문도 있지만,

어쩌면, 이런 말씀을 쉽게 하는 분들 때문에, 소설을 읽는 행위가 가장 가치가 없는 일이 되어버린 나머지 돈을 주고 사거나 빌려야 하는 이유조차 없게 된 것은 아닐까요?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킬링타임용이라 부른다면 그건 제 입장에서는 매우 안타깝습니다.

 

반대로 독자가 특정 작품을 킬링타임이라고 부른다면?

그것 역시 제 살을 깎아먹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명작들이 괜히 명작이 되었을까요.

그 작가들이 제 아무리 엄청난 의미와 교훈을 심어놨다고 해도,

그것을 킬링타임의 목적으로 보는 독자들이 ‘재미있네.’ 하고 덮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 내면에 담긴 의미와 교훈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그저 겉으로 드러난 재미만 보고 책을 덮어버린다. 그러면 그 어떠한 작품도 명작이라 불릴 수가 없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재미만으로 세계 top이 될 수 없겠지요. 세계마다 코드가 다르기 때문에 이 나라의 재미가 저 나라에도 통한다는 법은 아마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녕 세계를 호령하는 명작이 되려면 작가의 메세지나 교훈이 필요한건 아닐까요?

허나 독자가 먼저 그것을 전혀 간파하지 못한 채 ‘킬링타임’의 목적으로 보고 덮는다?

 

“이 소설 어때요?”

“어, 그거 킬링타임용으로는 읽기 좋더라.”

 

이 말은 곧, ‘나는 그 소설을 쓴 작가가 주고자 하는 그 어떠한 메시지도 교훈도 깨닫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 드러난 재미만 읽고 책을 덮는 저급한 안목을 가진 독자야.’

라는 소리로 들리는 듯 해서 속이 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몇 작가분들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소설을 킬링타임용이라 주장하는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와 교훈이 담겨있지 않으니 독자들이 제 아무리 안목이 높아도 알아볼 수 없다고 조심스레 주장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수준을 위해서도, 독자의 안목을 위해서도, 그리고 장르소설의 부흥을 위해서도 [장르소설=킬링타임]이라는 공식이 생겨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정말로 개인의 사상 중 가장 가치가 없는 일에, 800원 주고 보기도 아까워 다운 받아 보게 하는 이유를 지닌 말이 ‘장르소설=킬링타임’이라는 개념으로 굳어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불쾌하셨다면 사과 드리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경청하겠습니다.


Comment ' 11

  •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3.01.21 14:15
    No. 1

    아래 엔띠님의 글을 약간 손봤습니다. 저도 엔띠님의 말씀에 어느정도는 공감하지만,
    너무 무서워서...ㅠㅠ 약간 순화시켰습니다. 불쾌하시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엔띠
    작성일
    13.01.21 14:20
    No. 2

    제가 쓴 글이라 그런가...
    주요어휘만 읽고 휙휙 넘어가니 어디를 손보셨는지 찾아내는데 4번째 읽으며 찾아냄...
    확실히 제가 말이 날카롭기는 합니다.
    그것 때문이 ...도 많이 붙여서 말투에 힘을 빼는 버릇이 있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7ㅏ
    작성일
    13.01.21 14:26
    No. 3

    좋은 취지에서 쓴 글인 것은 이해하지만, 너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고 그것이 우주의 진리인것처럼 단정짓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태도는 아무리 올바른 말이라도 상대방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결국 엔띠님에게도 상처를 줄수 있습니다. 글을쓸때는 정중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쓰는게 어떨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갈나개비
    작성일
    13.01.21 14:37
    No. 4

    그저 가볍게 볼 수 있는 소설 정도로 보면 될텐데요.

    이건 이래야 해. 저건 저래야 해. 하는 룰을 지키는 것보다는
    왜 그 걸 지키는 것이 좋을까 하는 것을 아는 것이 핵심이겠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 한 권의 여유.
    그런 때 무거운 논어,맹자,명상록 이런 식의 책이 필요할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 소설은 보지않습니다.
    보지 않을 소설에 지나치게 시간을 들이는 것도 솔직히 낭비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김은파
    작성일
    13.01.21 15:08
    No. 5

    옛날에 다이하드 같은 영화가 킬링타임 영화로 손꼽혔지요. 지금은 킬링타임 소설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비하되는 느낌이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곤붕(鯤鵬)
    작성일
    13.01.21 15:20
    No. 6

    킬링타임용 작품은 킬링타임용 작품 나름의 묘미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비하하는 건 좀 아니네요.
    사람들은 통상 시간을 죽인다는 말을 쓸 때 아무 거나 보면서 시간 죽이지 않습니다.
    친구들끼리 말할 때 이런 말 많이 하지 않습니까?
    "야, 시간 좀 죽이게 어디 재미난 거 없어? 심심해 죽겄네."

    즉, 킬링타임은 '재미가 없으면' 킬링 타임도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재미 없으면 독자들은 그대로 던져버리고 읽지 않습니다. 이 경우가 되면 킬링타임도 하지 못하는 작품이라고 봐야겠죠.

    하여간 전 그렇네요. 킬링타임이라는 말에 그렇게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들리지도 않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3.01.21 15:32
    No. 7

    대여점 소설은 시간이라도 때울 수 있으면 중박이라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5 신화필
    작성일
    13.01.21 16:33
    No. 8

    솔직히 요즘 장르 시장의 책들은 티비보다도 못한 킬링타임이죠.
    티비에서 요즘 스타 특강쇼니 강의니 그러면서 지금 성공한 그들의 어려웠던 시절을 보며 느끼는 교훈 같은 것들과 비교해 볼때
    저희들의 작품이 너무 얄팍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당연히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더욱 양질의 개선을 내놔야하지 않을 까라고 생각이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BanS
    작성일
    13.01.21 17:37
    No. 9

    전 킬링타임이라는 게 시간 때우기가 아니고 '너무 재미있어서 몰두한 나머지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뭐 이런 뜻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전 공부나 일 같이 의무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재미가 없으면 하지 않습니다. 애초 당시 뭘하면서 시간을 때우지? 라는 생각을 안 해서 잘 모르겠지만, 어떤일이든 간에 시간때우기라는 마음을 가지고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잘못 살고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 때우기. 시간을 아무런 의미없이, 시간을 버린다는 뜻같이 보이는 건 저 뿐인가요? 시간을 아무런 의미없이 막 쓰는건 잘못된거 아닐까요? 조금 말이 길어졌지만 개인적으로 킬링타임용 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소설을 킬링타임용으로 읽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카페로열
    작성일
    13.01.21 19:38
    No. 10

    요즘같이 시간이 금 인 시대에 다른사람의 시간을 할애하게 만드는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거 아닐까 하네요.

    700원짜리 삼각김밥에 백반정식의 맛과 영양을 기대하지는 않죠. 그렇다고 700원짜리 삼각김밥이 쓸모가 없냐 하면 절대로 아니죠. 다 나름대로 제 역할이 있고 때에 따라선 백반정식보다 훨씬 효용이 있게 사용되기도 하니까요.

    전 장르소설에 고전문학의 감동이나 교훈적인 메세지를 기대하진 않습니다. 액션물에선 호쾌한 액션만 공포에선 소름끼치는 무서움만 스릴러에선 심장쫄깃한 긴장감만 있으면 제 가치가 있다고 보거든요.

    어떤건 코믹스러운 내용이 주가 되고 어떤건 때려부수고 난리치는 호쾌함이 주가되고 어떤건 잔잔한 일상이 주가 되기도 하죠. 속 답답하고 울적할때 그런 코믹스런 소설을 보며 그저 아무 생각없이 낄낄댈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게 있을까요? 그럴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보면 힐링이 될까요....또한 상사에게 질책당해서 속에 열불이 날땐 호쾌한 액션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시간을 소모하지는 않습니다.(잉여스러운 분들도 있긴하지만..) 다 그 시간을 소모해서 어떤식으로든 뭔가를 얻으려 할때 기꺼이 소비를 하는거죠.

    다른 사람의 돈을 내것으로 만드는게 쉽지 않듯이 다른사람의 시간을 소모하게 하는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여기까지가 킬링타임에 대해서 최대한 긍정적인면만을 보며 쓴 글이 되겠습니다.ㅎ; 아무리 그래도 시간 때우는 용이라는 건 좋게만은 보기 힘든거죠...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로이엔탈
    작성일
    13.01.22 10:43
    No. 11

    아래글의 엔티님이나 테일즈로드님이나 킬링타임이란 말의 뜻을 정의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씨X 이 글 괜히 읽었네, 시간 버렸다." 이런게 바로 킬링타임이라고 "정의"하고 킬링타임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자 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겁니다. 그런데, 킬링타임이란 말이 난 이런 느낌이다 라고 (정의하지 않고) 말하고 나서 킬링타임이란 말을 사용하지 말자 이러니 킬링타임 이란 말에 다른 느낌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많은 반론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 제시한 "근거부터" 부정당해 버렸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교환을 목적으로 한다면 적절합니다만 설득을 목적으로 했다면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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