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무협의 뻔한 결말..

작성자
무겸
작성
04.06.21 20:18
조회
1,310

노트북이 병원에 갔다. ㅡㅡ;;

주말에 맛이 간데다 자료와 글들이 그 녀석한테 모두 들어있어 결국

며칠째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 작은 놈은 자고... 야후 꾸러기를 하던 딸년의 비난 섞인 눈초리를

무시한채 작은 방의 컴 앞에 앉으니 모처럼 느긋한 기분이다.

딸년을 꼬드겨 무철씨와 야깅을 보내고 나니

냐하하 ~o~

나도 모르게 이런 얼굴이 되고 만다.

^^;; 이 므흣함이라니...

앙드레 지드가 마지막 절필 단상집 [아멘]에서 소개한 우스개가 있

다. 그가 미국 잡지에서 본 만화 이야기인데 늙은 지드도 만화 애독

자였던 모양이다.

병원 분만실 앞에서 남편 수탉이 안절부절  못하며 뒷짐을 지고 았

다 갔다 한다. 그가 앉아 기다리던 걸상 옆의 재떨이 옆에는 그동안

초조한 나머지 연방 피우다 끄곤 한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다.

한참 후, 간호원 암탉이 분만실 문을 열고 생긋 웃으며

"예쁜 달걀이에요"

하고 알려준다.

지드는 이 만화를 발자크 소설의 작품평으로 이용했다.

암탉의 달걀 분만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발자크 소설의  사건 결

말도 항상 뻔하다는 것이다.

인물들을 유형화 하고 따라서 그렇게도 놀라운 일이나 인간의 뜻밖

의 면을 좀체로 찾아  볼수 없는데다 그 뻔한  결말을 위하여 마치

남편 수탉이 안절 부절 못하듯 수다스럽게  사건들을 얽어 놓고 어

마어마한 묘사를 늘어 놓는다고 혹평했다.

나름대로 무협에 식상하였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왜 무협은 몽땅 끝이 모양인가??' (젊을 때다. ^^;;)

특히 야설록님과 고 서효원님의 소설을 읽을 때가 가장 심해서 나중에

는 어느 소설의 결말이든지  모두 한가지로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도 기억하자면...

주인공은 마지막 결판때 항상  밀리다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고

상대는 그런 주인공을 비웃으며 승리를 확신하지만 결국은

"어떻게 이런일이...  믿을수 없다..." 를 읖조리며  산산히

흩어져 형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저런 뻔한 결말에 질려 무협을  떠났었는데 나이가 어느 정

도 들고 보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뻔하지 않게 될까봐 걱정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인기 드라마도 언제나 뻔한 결말을 맺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드라

마를 보며 울고 웃는다.

무협의 기본 줄기도 결국은 선으로 대표되는 주인공이 악을 대변하

는 적과의 갈등속에서 승리하는  구조에 다름 아니다. 그  악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반체제세력으로, 마교로, 주인공을 적대시하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뀔 뿐... 정의(주인공)는 언제나 승리한다.

나이 먹은 나는 그런 구조가 참 좋다. 주인공이  비참해지고 악이 승리

하는 소설이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찜찜해진다.  (감정이입이 잘 되

는 성격...)

지드는 악평했지만 그 뻔한 결말을 그토록 어마어마한 묘사로 이끌

어 나가는 발자크를, 야설록을  서효원을... 그리고 모든 무협작가들

을 나는 사랑한다.


Comment ' 12

  • 작성자
    Lv.99 가류운
    작성일
    04.06.21 20:25
    No. 1

    그 뻔한 달걀도 맛이 여러가지입니다. 게다가 색깔도 가지가지구요.
    그래서 무협소설이 즐거운 것 아니겠습니까?
    뻔한 결말에 뻔한 장면이라도 작가에 따라서는 독자들 모두가 열광하는
    작품이 가끔 나오기도 한답니다. 저는 그걸 기다립니다.^^ 그리고
    무협소설 작가가 떼부자가 되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애린
    작성일
    04.06.21 20:27
    No. 2

    므흣 ~^-^
    그래도 내 생활이 되면 그 뻔한 결말도 흐뭇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인위
    작성일
    04.06.21 20:45
    No. 3

    무겸님 절묘합니다.
    "오히려 뻔하지 않게 될까봐 걱정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저도 지금에와서 뻔하지 않게 될까봐 걱정하며 보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상상과 발견 그리고 호기심이 주를 이뤄 공상하지만
    커서는 시대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예측대로 되기만 바라고
    현재가 예전과 같을 거라 믿고 또한 원하지요.

    저도 뻔하지 않을까봐 걱정하며 보는 경우가 간혹 있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박람강기
    작성일
    04.06.21 20:52
    No. 4

    정말 마음에 와닫는 말씀임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一生一劍
    작성일
    04.06.21 20:55
    No. 5

    예상되는 결말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웃음이 피식나왔습니다. 항상 결말을 어느 정도는 알면서 시간만 나면 무협을 읽는...제가 우스웠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무협이 카타르시스가 된다는 것은 현실의 세상이 사필귀정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하는 생각도 듭니다.

    --------
    윗 글을 읽다가 보니, 저도 그 뻔한 무협에 식상할 즈음 좌* 작가의 대*오를 읽으면서 다시 무협을 읽기 시작했었다는... ㅜ.ㅠ 기억이 납니다.

    무협에서 돈이 된다면 많은 재능있는 작가들이 늘어나겠지요? 좀 더 읽을 거리가 풍성해지는..그래서 늙어 죽을 때 까지 시간 있을 때마다, 제 눈높이에 맞는 무협을 읽는 재미를 맛 보았으면 합니다.

    제 이기적인 (그러니까 제가 무협을 읽는 재미를 계속하고 싶다는..) 욕심때문에 저는 작가분들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全柱
    작성일
    04.06.21 21:12
    No. 6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결과는 누구나 알고 있읍니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중요하고 재미있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루이경
    작성일
    04.06.21 21:43
    No. 7

    달걀을 먹는 방법도 여러가지입니다....

    저도 무협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느끼는 감정은 권선징악적인 내용...이쁜 여주인공 나오는 내용이...좋더라구여..야설록이라는 작가로 저도 무협을 시작했지만 제 집사람은 그 말도 안되는 것을 왜 보냐구 묻습니다...저는 잡학적이라 다독을 하는 사람인데 무협만은 신나는 내용이 좋아합니다...님의 이야기 정말 공감합니다..

    항상 건독하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푸른이슬
    작성일
    04.06.21 21:48
    No. 8

    결말로 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무협의 묘미라 생각합니다.
    그 여정을 얼마나 진지하고 기막히게 표현하느냐~ 주인공의 길을 읽는 사람도 같이 걸어가며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같은 깨달음을 얻고 ...그런 과정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때.. 다시 첫장으로 가게 되는...그런게 무협의 진미라고 전 생각합니다.
    다른분들은 어떠세요~ 전 그맛에 고딩이후로 아직도 못 빠져 나오고 있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진스
    작성일
    04.06.21 22:39
    No. 9

    그런가요.. 그렇군요.
    저도 한창 서효원님의 글을 중독일정도로 읽었지요.
    그 초연한 주인공의 대범한 결말까지 참 좋아했었지요.
    그러다 그 식상함에 빠져 한동안 뜸했었는데,
    좌백님의 글을 보고 다시 무협을 좋아라 하게 되었습니다.

    뻔하다~하며 지루해하지만, 사실 뻔하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되면
    머 이래~ 아직 끝이 안 난건가? 등등.... 맘이 복잡했던 경험도 새록새록 생각나는군요.

    뻔하지 않은 일은 없다.
    뭔가 좀더 생각해야할 건덕지가 있는 화두같습니다.
    오늘 공부하다 짬짬이 생각해봐야겠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창해(蒼海)
    작성일
    04.06.21 23:29
    No. 10

    고3때 처음 무협을 앍었던 기억이 납니다
    굉장한 충격이었죠
    이런 장르의 소설도 있었구나..
    문학과 수필을 사랑하던 저는 그날로 무협의 세계에....
    강렬하고 통쾌함...
    결말이 보일지언정 제게 무협은 신세계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매력이었죠^^
    영웅문,혈기린외전, 정과검 등등...
    햐~ 요즘 진산님의 사천당문과 그2부 결전전야를 언제 읽을까
    고민중입니다 제 손에 들어 왔거든요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시일야
    작성일
    04.06.22 01:11
    No. 11

    세상엔 비슷한 경험을 하는분들이 제법 있다는걸 여기서 느끼게 되네요.
    저두 무협소설를 보다가 식상해서(하도 봐서 그런지 )무협세계를 떠났는데
    좌백의 대도오를 보고 정말 무협을 이렇게 쓰는사람도 있구나. 대도오를
    밥도안먹고 한순간에 다보고 좌백 이분이 쓴글이 다시 없나하고 책방에 가서 야광충 생사박등 한꺼번에 가져와서 쉼도?안쒸고 다봤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현수(玄修)
    작성일
    04.06.22 08:47
    No. 12

    무겸님... 나이도 많이 안 먹으셨으면서... ㅡ,.ㅡ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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