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병원에 갔다. ㅡㅡ;;
주말에 맛이 간데다 자료와 글들이 그 녀석한테 모두 들어있어 결국
며칠째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했다.
... 작은 놈은 자고... 야후 꾸러기를 하던 딸년의 비난 섞인 눈초리를
무시한채 작은 방의 컴 앞에 앉으니 모처럼 느긋한 기분이다.
딸년을 꼬드겨 무철씨와 야깅을 보내고 나니
냐하하 ~o~
나도 모르게 이런 얼굴이 되고 만다.
^^;; 이 므흣함이라니...
앙드레 지드가 마지막 절필 단상집 [아멘]에서 소개한 우스개가 있
다. 그가 미국 잡지에서 본 만화 이야기인데 늙은 지드도 만화 애독
자였던 모양이다.
병원 분만실 앞에서 남편 수탉이 안절부절 못하며 뒷짐을 지고 았
다 갔다 한다. 그가 앉아 기다리던 걸상 옆의 재떨이 옆에는 그동안
초조한 나머지 연방 피우다 끄곤 한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다.
한참 후, 간호원 암탉이 분만실 문을 열고 생긋 웃으며
"예쁜 달걀이에요"
하고 알려준다.
지드는 이 만화를 발자크 소설의 작품평으로 이용했다.
암탉의 달걀 분만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발자크 소설의 사건 결
말도 항상 뻔하다는 것이다.
인물들을 유형화 하고 따라서 그렇게도 놀라운 일이나 인간의 뜻밖
의 면을 좀체로 찾아 볼수 없는데다 그 뻔한 결말을 위하여 마치
남편 수탉이 안절 부절 못하듯 수다스럽게 사건들을 얽어 놓고 어
마어마한 묘사를 늘어 놓는다고 혹평했다.
나름대로 무협에 식상하였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왜 무협은 몽땅 끝이 모양인가??' (젊을 때다. ^^;;)
특히 야설록님과 고 서효원님의 소설을 읽을 때가 가장 심해서 나중에
는 어느 소설의 결말이든지 모두 한가지로 떠올리게 되었다.
지금도 기억하자면...
주인공은 마지막 결판때 항상 밀리다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고
상대는 그런 주인공을 비웃으며 승리를 확신하지만 결국은
"어떻게 이런일이... 믿을수 없다..." 를 읖조리며 산산히
흩어져 형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때는 저런 뻔한 결말에 질려 무협을 떠났었는데 나이가 어느 정
도 들고 보니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 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뻔하지 않게 될까봐 걱정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인기 드라마도 언제나 뻔한 결말을 맺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드라
마를 보며 울고 웃는다.
무협의 기본 줄기도 결국은 선으로 대표되는 주인공이 악을 대변하
는 적과의 갈등속에서 승리하는 구조에 다름 아니다. 그 악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반체제세력으로, 마교로, 주인공을 적대시하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바뀔 뿐... 정의(주인공)는 언제나 승리한다.
나이 먹은 나는 그런 구조가 참 좋다. 주인공이 비참해지고 악이 승리
하는 소설이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찜찜해진다. (감정이입이 잘 되
는 성격...)
지드는 악평했지만 그 뻔한 결말을 그토록 어마어마한 묘사로 이끌
어 나가는 발자크를, 야설록을 서효원을... 그리고 모든 무협작가들
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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