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종료합니다.
졸고 ‘라룬스 대륙 이야기’의 연재를 종료합니다.
먼저, 아껴주시고 조언해주신 모든 독자님들, 선배 작가님들께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매일같이 집과 학교를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취미삼아서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만, 글이란게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자꾸 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얼마 전에 박춘옥님이었던가요.(아이디를 언급해도 될런지요) 다른 분이 근무시간에 글을 쓴다는 내용의 한담 게시글에, 그 분께서 낮에는 일하시고, 밤늦게 한 시간 쓰시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두 시간 쓰신다는 내용의 댓글을 작성하신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뭔가, ‘대단하다’ 혹은 ‘멋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뭔가 뒷맛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그 이유를 알았지요. 마음 한구석에 부끄러움이 일었던 것입니다.
부모님 고생시키며 비싼 학비 받아가며 대학 졸업해놓고도 다른 사람들 다 취직할 나이에 여전히 공부한다며 취직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인 주제에, 취미생활이랍시고 ‘그래도 글 쓰는 건 건전하고 좋은 일이잖아’ 자위하고 있었습니다. 공부한다고 책 펼쳐놓고 노트 한 구석에 설정이나 끄적거리고, 머릿속으로는 이리저리 다음 플롯이나 구상하는 저야 말로, 해야 할 일 안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있었던 거지요. 그걸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차라리 부모님이 잔소리라도 하시면 좋았겠지요. 나이 먹도록 공부한다고 돈 한 푼 못 벌어오는 아들에게 저희 부모님은 오히려, 너무 맘 쓰지 말라고 위로하고 격려하십니다. 그런 부모님께도, 제 스스로를 위해서도 지금은 무엇보다 공부에 열중할 때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왜 그걸 몰랐을까요. 아마도, 살아오면서 별로 보지 못했던 사람들, 바로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 겁니다.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이렇게 글 쓰는 것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만나봤을까요. 그런 분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요. 정말 문피아에서 지냈던 요 몇 달은 참 즐거운 기억이었습니다. 게다가 근 일 년 정도는 친구들도 거의 안 만나고 집과 학교를 오갔으니 말입니다.
이제 다시 글도 쓰지 않고 한담에도 오지 않을 생각입니다.(사실 한담에서 여러 정보들을 얻어가는 것이나 글을 읽는 것에 상당히 재미를 들이고 있었거든요) 취직할 때까지는요. 적어도 그걸로 부모님께는 조금이나마 떳떳할 수 있겠지요.
다만 무엇보다도……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어떤 말도 변명이 되겠지요. 그저 죄송하다고 다시 사죄를 빌 뿐입니다.
모든 선배 작가님들, 문피아 여러분 더운 여름, 부디 시원하게 나시고, 건필하시고, 즐독하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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