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선배작가님의 조언

작성자
Lv.43 피카대장
작성
15.09.03 22:55
조회
728

이글은 90%의 사실과 10%의 픽션임을 알려 드립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다보면 끊이지 않고 심마가 찾아온다.
심마가 찾아오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고, 극복해 내는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심마가 심할 경우에는 몇 년간 쉬지 않고, 글을 쓰던 분이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심한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마치 홍역을 앓는 것처럼 지독한 심마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것도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끝없이 수정을 반복하는 빌어먹을 마법에 걸렸다.

심마를 극복하는 방법 중에 가장 무식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것은 바로 엉덩이로 뚫어 내는 것이다.
글이 써질 때까지 20시간이든, 30시간이든 앉아서 계속 쓰는 것이다.
“너 아직도 그러고 있냐?”
“분명히 잘 쓴 것 같은데 쓰고 나서 읽어보면 마음에 안 드네요.”
보통 선배작가님들께서는 먼저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으셨다.
그리고 조언을 구하고, 대답을 들어놓고도 새겨듣지 않는 걸 싫어하셨다.
이미 한번 조언을 구했던 선배님이었다.
물론 좋은 말인 건 알겠지만, 와 닿지가 않아서 흘려들었지만 말이다.

“야! 너 처음에 쓴 글이 제일 재미있다는데 왜 자꾸 그러고 있냐?”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 하냐?”
“네?”
“내가 이 바닥에서 10년을 버틴 놈이야! 근데 내가 재미있다고 하잖아!? 내가 재미있다고 하면 재밌는 거야! 근데 네가 뭐라고 자꾸 그걸 뜯어 고치고 있는 거냐고!”

탑 클래스의 선배님이었다.
내 글이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데 오히려 내게 화를 냈다. 뭔가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설득력이 있었다. 그저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이었을 뿐이었는데, 그 말을 하는 존재의 위치 때문인지 무게감이 달랐다.
그렇게 난 엉덩이로 뚫어 내지 못했던 심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확신을 갖지 못했었는데, 그 선배님이 대신 확신을 갖게 해주셨다.
\'재미있다고!\'



기껏 지독한 심마를 이겨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심마가 찾아왔다.
이야기에 터닝포인트를 주어야 할 시점이 됐는데 마땅한 사건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시 홍역 같은 심마를 극복하게 해준 선배님을 찾아갔다.
보통 다른 선배님들께서는 예시를 들거나, 경험을 토대로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길게, 마음이 상하지 않게 조언을 해주는데 그 분은 달랐다.
조언을 구하면 바로 핵직구가 날라 왔다.
머리에 아예 뇌리가 박힐 정도로…….
주의 사항이 있다면 멘탈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옆자리를 쓰던 선배님께서는 따로 독립을 하셔서 개인 사무실을 차렸기에 일찍 퇴근을 하고 선배님의 사무실로 찾아 갔다.
선배님께서는 아주 우아하게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게임을 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다행히 대답을 해주시긴 했는데, 날 쳐다보지는 않았다.
뒤통수에 대고 요즘 어떤 이유로 글이 풀리지 않는지 설명을 했다.
“다 죽여 버려!”
“현판, 일상물입니다만…….”
“아. 그래? 그럼 뉴스 봐라!”
“네?”
“뉴스에 사건, 사고 많이 나오잖아. 대충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서 각색해!”
“그건 표절 비스무리 한 게 아닐지……. 그리고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요?”
“피카야! 너무 특이한 것만 찾지 마라! 진정한 대가는 특이한 소재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똑같은 소재로도 어떻게 글을 풀어나가느냐에 있는 거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런 대가가 바로 내 앞에 있지! 형 소설 봐라! 뭐 특이한 소재 있디? 다 워낙에 필력이 좋으니 글이 재미있고, 인기가 있는 거잖아!”
“맞네요. 형 소설이 별 내용이 없기는 한데 재미있긴 하더라고요. 인기도 좋고.”
“나가”
“네?”
“나가라고!”
갑자기 정색을 하셨다.
별 내용 없어서, 별 내용 없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말해서 그저 장단을 맞혀 준건데…….

아무튼 난 다시 한 번 심마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Comment ' 5

  • 작성자
    Lv.35 유인(流人)
    작성일
    15.09.03 23:06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21 엘리신
    작성일
    15.09.03 23:43
    No. 2

    저 같은 경우는 소재란건 불쑥불쑥 나더라고요.
    어딜 딱히 나가거나 보는것도 아니지만.
    그래서 때론 제 스스로가 너무 약한건 아닌가 하고
    그런 스트레스가 글을 멈추게 하더라고요ㅜㅜ
    피카님은 잘 극복하셨네요 그런 선배님이 계신 것도
    복입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하찮은
    작성일
    15.09.04 01:32
    No. 3

    심마는 일상인 느낌입니다. 허구헌날 앉아서 글 한줄 안 쓰고 딴짓하기 바쁘죠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5 독불이한중
    작성일
    15.09.04 01:54
    No. 4

    ^^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글쓰는걸 하고 있는 아마추어로서, 연재한담의 매 일상글마다 크게 와닿는 군요.
    어중간한 연재글보다 훨씬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킨나이프
    작성일
    15.09.04 11:22
    No. 5

    다들 그러시군요. 하하. 저도 뭔가 막힐때면, 캐릭터들을 죄다 줄 세워놓고 그 안에 앉아있는 상상을 합니다. 그럼 좀 풀리더군요. 가슴이 답답해질때는 약간의 게임도 해보면서...^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44779 요청 축구소설인데 제목이 기억이 안나요! 도와주세요!! +3 Lv.80 럴수럴수 15.09.04 507 0
144778 한담 작가님들에게 궁금증이 있습니다. +31 Lv.91 싸우전드 15.09.04 943 0
144777 홍보 [일연/현판] 십일연의 마법사 홍보합니다!!! +4 Lv.21 란돌2세 15.09.04 385 0
144776 한담 문장의 함정 +28 Lv.43 피카대장 15.09.04 776 9
144775 한담 쉽게 쓰라(저만의 생각임) +10 Lv.34 고룡생 15.09.04 593 1
144774 한담 절실히 공감 +6 Lv.6 BRANDO 15.09.04 931 1
144773 홍보 [일연/무협] 리얼 코믹 착각 무협 '내 부하들은 능... +3 Lv.42 태양진 15.09.04 627 0
144772 한담 네, 다음분. 홍보하세요. +7 Lv.25 독불이한중 15.09.04 576 0
144771 한담 글에서 상업성이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6 Lv.23 마마무 15.09.04 569 1
144770 요청 현판 추천 부탁드려요! +22 Lv.49 djooekj 15.09.04 646 0
144769 홍보 [작연/퓨전] 인류최강 홍보합니다. +9 Lv.29 민영모 15.09.03 670 0
» 한담 선배작가님의 조언 +5 Lv.43 피카대장 15.09.03 729 1
144767 한담 그런 말 들으신적, 소설 읽을 때, +4 Lv.28 킨나이프 15.09.03 668 0
144766 한담 앞으로 새로운 대세는 뭐가 될까요? +27 Lv.29 민영모 15.09.03 1,042 0
144765 한담 하루 평균 4시간 (주말 제외.) 약2개월 가능할 까요? +18 Lv.30 노력형사람 15.09.03 642 0
144764 홍보 [일연/라이트노벨]클로버.Y.C.F.(판타지,순정,코믹... +4 Lv.28 킨나이프 15.09.03 606 0
144763 한담 무명 작가로 살아가는 법.... +27 Lv.43 피카대장 15.09.03 1,057 1
144762 공지 '하차 댓글' 게시글 관련 공지입니다. (2015.09.03) Personacon 연담지기 15.09.03 991 6
144761 홍보 [일연/판타지]이미테이션 히어로 +6 Lv.11 최돌맹 15.09.03 441 0
144760 한담 홍보글 올리세요 작가님들!! +6 Lv.27 설백(雪白) 15.09.03 564 1
144759 홍보 [일연/현대판타지]최후의 10인 - 게임의법칙 홍보... Lv.49 슈비. 15.09.03 339 1
144758 한담 선작기준이 어떻게 되시나요? +24 Lv.6 BRANDO 15.09.03 868 0
144757 공지 이용자 제재 내역 안내입니다 (2015.09.03) Personacon 文pia돌쇠 15.09.03 756 0
144756 홍보 [일연/현판] 마왕의 던전 경영! 홍보합니다! Lv.41 거믄밤 15.09.03 550 1
144755 한담 신이라는 것에 대한 착각 +10 Lv.10 P.smith 15.09.03 543 0
144754 한담 스토리 제대로 짜고 연재하려고 휴재를 했는데 +8 Lv.15 Clouidy 15.09.02 510 0
144753 홍보 [현판/자연]배달의 헌터 홍보합니다. Lv.17 신사의품격 15.09.02 309 1
144752 한담 밑에 리플중 소설의 가능성에 대해서... +12 Lv.31 에이급 15.09.02 419 0
144751 한담 기계식 키보드 사용후기 +13 Lv.43 피카대장 15.09.02 510 5
144750 홍보 [플래티넘/대체역사] 봉황의 비상 2부를 홍보합니다. +2 Lv.34 슈타인호프 15.09.02 269 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