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조금 긴 푸념.

작성자
Lv.17 천변풍경
작성
15.09.24 02:51
조회
774

요즘 연독률이 어마어마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름 야심차게 시작한  소설이었습니다.
현판에 몬스터헌팅물로 소위 대세라 말하는 장르지만,
주류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소재들을 활용하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다른 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차원문이 나타나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클랜이 조직 되고..
이런 과정들을 첫 화부터 깔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차츰차츰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몬스터들을 잡는 것 자체에 포커싱을 두기보단
왜 차원문이 생기게 되었고, 그 차원문을 두고 어떠한 알력이 있었고,
몬스터들의 등장에 따라 사회가 어떤 식으로 혼란스러워졌고 
그 와중에 클랜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일련의 과정들을 차근차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사냥-돈벌기-부자되기의 반복을 스토리의 골자로 잡는 것이 아닌,
보다 판타지적이고 보다 소설적인, 큰 스토리를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몬스터헌팅물로 그렇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몬스터를 팔아 돈을 벌고 갑질을 하는데 포커싱을 두기보단
혼란스런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는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줄 수 있는 대리만족이 제 소설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었죠.
잘나가고 속 시원한 주인공 대신,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일이 꼬이는 주인공,
그 와중에 죄와 도리에 대해 번민하는 주인공을 그리고자 했으니 
태생적으로 인기와는 거리가 있는 소설이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럼에도 소설적인 재미는 잡고 싶었습니다.
소설이란 문학장르는 애초에 재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소설관이고
전 ‘나름의 재미’는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름의 재미로서 제가 추구하는 건 서사적인 재미입니다.
패턴화 된 짤막한 스토리의 열거가 아닌, 커다란 줄기를 따라가는 서사적 재미 말입니다.

문제는 그처럼 큰 포부로 시작한 소설임에도
제 역량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분명 저는 커다란 스토리를 짜 놓았고, 
매일매일 충실히 그 스토리를 조금씩 따라가고 있습니다만,
이게 재미가 없나 봅니다.
처참하게 떨어져가는 연독률이 그 증거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뭐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제가 글을 잘 못 써서겠죠.
좀 더 지엽적으로 들어가자면 일단 설명이 많습니다.
캐릭터는 멋지고 통쾌하다기보단 번민이 많고 답답합니다.
하지만 설명이 많고도, 캐릭터가 답답해도, 
분명 실력만 받쳐준다면
재미있게 써내려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전 그렇게 되길 원했는데 실패했네요...
그 실패가 체감이 되자 마음이 많이 안 좋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큰 인기를 바라고 쓴 소설이 아닙니다.
제가 목표로 삼은 건 초반 5화 제외,
천, 이천 정도의 조회수가 꾸준히 유지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어림잡아 생각하기에, 대세에 맞는 스토리가 아니어도 나름의 재미만 있다면
그 정도의 독자분들은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실패했어요...
장르 자체가 대세인 덕에 1화 조회수는 꽤 나온 편이지만
연독률이 처참합니다...
최근에는 아예 100, 200씩 훅훅 떨어지네요.

여유있게 잡아도 20화 정도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취향 필터링도 다 지난 상태일 테고,
소설 재미만 보장될 경우 꾸준히 따라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실 텐데
그 이후의 연독률이 작살나는 거 보면 이건 빼도박도 못하게 소설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ㅠㅠ

그나마 선작은 꾸준히 오르다가 
이제 정체기에 접어들고 슬슬 빠져나가고 있는데...
야금야금 빠져나가는 선작을 보는 것도 가슴 아프지만
선작수가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는 걸 보는 것도 가슴이 아픕니다.
선작을 해놓으시고도 안 읽으신다는 건
그만큼 이야기 자체에 매력을 못 느끼신다는 거겠죠.
뒷이야기가 궁금해야 소설인데,
제 소설은 그렇지가 못한 겁니다...
스토리가 재미 없어서, 혹은 글이 재미 없어서.

근 한 달을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연재했고, 집안사정이 있던 터라 비축분까지 다 털어가며
어떻게든 성실연재를 지키려 애썼습니다.
마침 연참대전도 있고 해서 재미있게 달렸죠.
그런데 연독률이 쭉쭉 빠지고 
제 서사와 글솜씨가 구리다는 게 수치적으로 증명이 되고 나니 
의욕도 꺾이고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꾸준히 응원해주시는 몇몇 독자분들이 계시기에
오늘도 힘내자, 하며 한 편 한 편 써내려나가고는 있습니다만...
차라리 조회수가 안 보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인기가 없는 건 좋습니다. 
잘나가는 작가분들처럼 조회수 만 단위로 나오고 유료 연재로 돈 벌고,
그런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전 제 스스로 생각하기에 재미있고 완성도 있는,
그렇기에 한정적인 일부 독자층이라도 꽉 잡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 망했어요 ㅠㅠ
전 망했어요 ㅠㅠ
이제는 응원해주시는 몇몇 감사한 독자분들마저
그저 제가 불쌍해서; 소설은 재미 없지만 그냥 관성적으로;
응원해주시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고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완결을 낼 작정입니다만
오늘 간만에 유리멘탈이 와장창 깨지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하도 답답해서 어디다 털어놓기라도 해야겠는데
연재란 작가후기에 쓰는 건 그나마 이 못난 소설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고마운 독자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 이 곳에 씁니다.
이 곳은 연재한담란, 저같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연재하다 드는 생각을 쓸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길고 긴 푸념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다.

Comment ' 12

  • 작성자
    Lv.11 SilverLi..
    작성일
    15.09.24 03:06
    No. 1

    그 쓰고 싶은 것하고 독자층하고 어느정도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다른 소재로 써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천변풍경
    작성일
    15.09.24 13:44
    No. 2

    조언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산삼마인
    작성일
    15.09.24 05:09
    No. 3

    시도가 좋은게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천변풍경
    작성일
    15.09.24 13:45
    No. 4

    시도 자체로도 가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욕심이 많은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능력이 욕심을 못따라간다는 것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9.24 06:32
    No. 5

    제 입장에선 부럽기만 한 고민이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천변풍경
    작성일
    15.09.24 13:48
    No. 6

    으음 어떤 게 부러우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욕심이 많다 보니 잔이 반이나 비었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미스터H
    작성일
    15.09.24 07:17
    No. 7

    힘내세요. 조회수가 나오고 많은 분들이 보아주셔도 멘탈이 와장창 깨지곤 합니다... 물론 제가 역량의 한계를 노출해서 그렇긴 합니다만...
    악마사냥꾼의 밸런스와 연재 능력등은 저보다 위에 계신다고 생각을 하네요. 글의 분위기의 일관성이나 전개등에서요. 전체적으로 다읽어보지 못했지만(요즘은 퇴근하고 게임 한판도 못하는 중이라 ㅠㅠ) 연독률 문제등은 어두운 분위기와 주인공이 아직 두각을 못낸 부분 때문인것 같고요. 작가님이 너무 마음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출근 버스에서 베가 r3으로 장문 치기가 힘드네요.. 부족한 글쟁이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천변풍경
    작성일
    15.09.24 13:54
    No. 8

    과찬이십니다... 저도 FM폐인 생활을 했던 적이 있어 지니 스카우터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매력적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술 읽혀 내려가는, 위트 있는 글을 쓰는 게 전 너무 어렵더라고요 ㅠ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건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배우곤 했습니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모난정
    작성일
    15.09.24 15:16
    No. 9

    서재를 한번 가보았습니다. 말씀하신 절망적인 연독률과조회수 등을 보고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9.24 19:12
    No. 10

    저도 그걸 보고 부들부들 했습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천변풍경
    작성일
    15.09.24 19:31
    No. 11

    아아..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ㅠ
    지금 정도의 조회수가 나오는 건 순전히 소개글에다가 [몬스터헌팅][매일연재]라는 멘트를 붙여놨기 때문이에요. 워낙 대세 장르인데다 한달 내내 정시연재를 한 덕일 뿐입니다. 막상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연독률은 안 좋아요 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식인대왕
    작성일
    15.09.25 15:41
    No. 12

    그래서소설제목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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