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암과 혜아는 듣고 있느냐? 아 아. 내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아 너희가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한 때 청수칠검의 일원으로써 중원무림을 오시하던 젊은 도인은 어디가고 지금 이곳에는 힘없고 늙어 죽음을 기다리는 한 명의 노인만이 누워 있단 말인가? 그의 노쇠한 음성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내가 무당에 입문한지 어느덧 한 갑자가 넘는 세월이 흘렀구나. 세월이 무상하다 입에 달고 살면서도 내 스스로 인생과 시간이 무상한지는 모르고 살았구나. 망해버린 무당을 재건하려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건만 내가 무능하여 과거 조사들께서 이룩하신 무당의 현액을 내 손으로 내리게 되었구나. 현암아. 부디 너는 과거에 억매이지 말고 무당일랑 잊고 일신(一身)의 안위를 도모하도록 해라. 그리고 혹여 먼 미래에라도 무당이 생각난다면 그 때 한번 찾아오도록 하거라. 이게 너의 아버지이자 사부인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툭
청평 진인의 손이 힘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침상 밖으로 떨어졌다. 세수 칠십이세를 끝으로 청수칠검의 일인 청평진인은 세상을 떠났다.
[몰락한 무당의 명예와 무관심속에 스러져간 사부의 한을 풀기 위한 무당파 최종병기 현암의 무림일대기.]
뻔한 무협입니다. 뻔한 무협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 실력도 뻔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만 뻔할뿐 제 소설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생명들은 뻔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함께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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