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내 가족, 이웃까지도 병들게 합니다.
⑲세미만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습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습니다.
……이상이 내가 들고 있는 담뱃갑 양면에 쓰여 있는 경고 문구다.
실로 백해무익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포함한 주위의 절대다수에게 해를 끼치는 이천 원 대의 광역 민폐 기호 식품이라니,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다.
“반갑다, 청소년.”
어째서 이런 것을 우리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세종대왕, 신사임당님과 바꾸는 것인가. 우리나라는 대체 언제부터 존경하는 조상님을 팔아 매캐한 한숨으로 온 누리를 가득 채우게 되었던가.
“음? 이건…… 청소년이 아닌 건가?”
나는 본질적으로 담배라면 질색을 하는 사람이다. 또한, 담배가 자아내는 그 죽음의 연기에 매일같이 절어 살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앞서 말한 경고 문구에 병드는 가족, 이웃에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는 사람인 것이다.
“그것 참 신기하군. 조건에는 틀림없이 청소년이란 대명제가 들어가거늘, 어째서 이런…… 콜록!”
“…….”
저쪽으로는 눈도 돌리기 싫지만, 뒤에 이어졌어야 할 말이 무지하게 신경 쓰였다. 문맥의 흐름상 저 기침 대신 나올 말은 필시 내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일 것이다.
“늙…….”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담뱃갑을 거칠게 내던졌다.
열아홉 개들이 담뱃갑은 꽤 밀도 있게 공기를 밀어내며 날아갔다. 일반인이라면 꼼짝없이 얼굴을 얻어맞을 속도였다.
척.
그러나 그…… 아니, 그녀는 마치 캐치볼을 하듯 가볍게 담뱃갑을 받아 들었다.
“초면의 여성에게 담배를 집어던지다니…… 너무하는 것 아닌가? 청소, 음…….”
“…….”
또다. 또 말하다 끊었다. 문맥상 안 봐도 비디오일 말을 또 끊었다. 듣기 싫어하는 그 말은 아닐 테지만 하려던 말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끊은 게 분명해 보일 만큼 확실히 끊었다.
“당신 누구야?”
“성격도 급하군. 그건 소원인가?”
“뭐?”
“소원이라면 이루어 주겠다.”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
바로 여기 있습니다 :)
존재감 빼고 모든 걸 다 갖춘 남자 김연.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담배의 요정 시가렛.
둘의 좌충우돌 소원성취기!
Ps. 윗글은 본문과 별로 관계없습니다.
Ps 2. 정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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