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호랑이들을 토벌하자는 상소는 기각하겠다.
호랑이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장검을 주머니칼처럼 사용하고, 그 털은 단단해 검이 들어가지도 않으며, 이들의 힘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10척이 넘어가는 생물을 어떻게 감당하려하는가?
물론 이들이 인간들에게 많은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호랑이는 단순하다. 그러면서도 자기만을 생각한다. 따라서 호랑이 한둘을 구슬리거나 죽인다고 해도 다른 호랑이들은 아무런 상관도 안 한다.
또한 호랑이는 번갯돌을 만든다. 번갯돌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오로지 호랑이들만 사는 호굴(虎窟)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번갯돌이 없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노복(勞僕)을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당연히 호랑이는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가만히 두어야 옳다.
호랑이가 날뛸 때는, 곶감을 주도록 하여라. 호랑이는 곶감을 먹으면 강해진다는 미신을 지니고 있다. 곶감 하나로도 충분히 구슬릴 수 있을 것이다. 짐은 지금부터 모든 관청에서 곶감을 지니고 있도록 조치할 것이며, 곶감으로도 구슬려지지 않는다면 군대를 물리고 최소 승영군(承榮軍)을 부르도록 하여라.
짐이 부탁하건대, 괜히 호랑이를 건드려서 제국을 망하게 하지 말라.
32대 천손 중학손(重學孫), ‘호랑이 토벌론’에 대한 응답, 태제국중흥영기천손실록(泰帝國中興永記天孫實錄)
잘 들어라! 짐은 너희들을 축복하겠다!
바리들은 절대 본인들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무자비하고 오만한 여왕의 밑에 모여 있으며, 병정바리나 일바리, 숫바리 따위로 구시대적인 계급 사회로 살고 있는 것이 저 바리들이다! 바리들의 황무리를 뺏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바리들의 약탈이 도를 넘어서도 있으며, 제국의 백성들은 고통 받고 있다.
우리들의 목적은 바리의 토벌이 아니다. 윗대가리, 여왕바리를 처단하고 그 알을 빼앗아 부수어야한다! 바리굴을 부술 필요 없다! 바리는 그 우두머리를 부수면 자연히 흩어질 것이다!
바리들의 여섯 개 다리가 위협적이라고, 그 갑각과 턱이 두렵다고, 바리들의 바리산(酸)과 어른진디가 무섭다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겨울이다! 바리들은 겨울에 잠을 자야한다. 지금 바리들은 나태하고 게을러져있으며, 이는 하늘이 우리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26대 천손 진천손(進天孫), ‘영토 확장 전쟁’의 출진 연설, 태제국중흥영기천손실록
짐이 대체 왜 홍계월(紅桂月)을 사랑하냐고? 경들은 그것을 몰라서 묻는 것인가?
짐은 이 제국 외의 모든 국가를 정벌했다. 그러나 그 악독한 바리들은 아니다. 짐이 바리를 정벌할 때, 한 병마섭호군(兵馬攝護軍)에게 배신당해 전멸하고 짐마저 사망할 위기에 처했을 때 짐을 구해준 것이 바로 홍계월과 블그니들이다.
블그니들이 야만인이라는 말이 있다. 숲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야만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그대들의 상상력이 놀랍다. 블그니들은 사려 깊고 현명하며 남을 위할 줄 안다. 그러면서도 강하다. 혼자서 호랑이와 대적할 수 있는 것이 블그니 아닌가? 호랑이를 제외하면 가장 강한 종족이다. 그럼에도 그 힘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이들의 궁도(弓道) 실력은? 경들은 과연 이들을 욕할 수 있는가?
홍계월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현재도 역시 내 정신적 지주이며 기반이다. 나를 가장 잘 받쳐주는 여인이다. 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7대 천손 광명손(光明孫), ‘처첩 구분’ 상소에 대한 답변, 태제국중흥영기천손실록
그리고 인간.
바리들의 여왕이 암살당하고, 그 알을 ‘쓰레기’인 숫바리가 넘겨받으며 생겨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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