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엉청 밝은 달을 보기가 미안해 고개를 돌리니 그 곳에는 그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순수함으로 가득했던 그녀에게 세속의 때를 묻힌 죄책감은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넣고, 슬며시 피어오르는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바람이 찹니다."
세속의 때가 묻었다고는 하나 그녀의 현명함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나 환하게 빛나던 그녀의 미소가 잔잔하며 쓸쓸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분홍빛 입술이 벌어지며 음률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마음은 따뜻하니 오히려 바람을 즐길 수 있네요."
"나는.. 바람이 아니오."
"그대의 머리는 구름이기를 희망하지만, 그대의 마음은 바람을 타고 흐르는 구름이 되기를 원해요."
반박할 말이 없다는 것도 싫었지만, 오랜만의 만남을 이런 식으로 이어가야하는 이 상황이 너무도 싫다.
"그 아이에게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나요?"
혹시나 알아채면 어쩌나 마음 속에 깊이 숨겨두었던 것을 그녀는 슬픈 눈으로 꺼내버렸다. 이제는 온 누리에 그 빛을 나눠주는 달보다 자신만을 향해 빛을 보내주던 그녀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아이는 숙부께서 내게 주신 단 하나의 선물입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을 이었다.
"저와 그 아이 중에 선택을 한다면요?"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이라고 말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고민의 끝에서 자신을 찾기를 바랬다. 대답을 못하는 저 사람을 그녀의 언니가 지켜보았다면, 자신의 말이 맞았다며 내심 기뻐하며 박수를 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마음이 찢어진다는 이야기를 몸소 체득하고 있었다. 죽어서 다가온 지식이 살아 있는 지혜로 변해 그녀의 머릿속을 채워주지만, 어찌해서 마음은 이리 슬픈 것일까. 질투라는 생소한 감정에 당황하다보니 마음에도 없는 말이 툭 튀어나와 버렸다.
"당신은.. 협객이 될 수 없어요."
유운은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달에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휜 눈매의 소녀가 떠오른다. 다시 만난다면 그녀는 아직도 자신을 아저씨라 불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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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애지각입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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