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일연/판타지] 대륙의 주인

작성자
Lv.42 IdeA™
작성
15.02.18 11:23
조회
783

처참한 살육의 광경이다. 맨손으로 팔을 육신에서 뜯어내어 내버리고, 머리를 으깬다.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로 가장 자비 없는 손속이다.

입 속으로 마구 솟아 들어오는 피를 천하의 명주(名酒)로 삼아, 살점을 최고의 안주로 여기며 학살을 자행한다.

그러던 도중, 끓어오르는 피로 뜨거웠던 머리가 갑자기 식는 기분이 든다. 동시에 복부에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어 보니, 자신의 단전에 창날 한 자루가 깊숙이 관통해있다.

뒤를 돌아 감히 자신을 찌른 범인을 살핀다. 잡히기만 하면 몸을 갈기갈기 찢어 으깨줄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이미 머리통이 반 이상 터져나가 바닥에 엎어진 채로 죽어 있다.

아무래도 죽기 직전 회광반조(回光返照)에 의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것 같았다. 몸에 힘이 빠진다.

풀썩.

두 무릎을 바닥에 댄다. 하지만 상체는 용케 엎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니까.

이 기회가 바로 천금이라고 여겼는지 아직도 수두룩하게 남은 병사들이 깨끗한 창을 꼬나들고 찔러온다. 여기저기서 괴상한 기합이 남발한다. 죽어라, 사라져라 등등의 단어는 예사로 튀어나온다.

마침내, 찰나와도 같던 짧은 시간 안에, 수십 개의 창이 나의 몸을 관통한다. 나는 분명 죽기 직전이지만 외려 정신은 더 또렷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급격히 흐려진다.

내 눈이 감기기 전 마지막으로 보인 그들의 얼굴에는 승리했다는 기쁨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난 아직 안 끝났다. 조금이라도, 몇 명이라도 더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저승길 동무로 삼고 싶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억지로 끌어 모아 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수인(手印)을 맺는다.

그들은 나의 행동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서 있다. 무슨 짓을 하는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다. 멍청한 놈들.

나는 고개를 움직여 그 녀석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눈물이 흐르는 것 같지만, 분명 피눈물일 것이다.

자, 같이 가자. 우매한 놈들아.

“·······, 폭(爆).”




---




리트가 어렸을 적, 한창 벌레를 터트리며 놀고 있던 그의 앞으로 훤칠하고 잘 생긴 남자가 갑자기 출현한 적이 있었다.

“네가 바로 새로운 균형의 마법사인가? 이 대륙에 태어난 것은 너의 축복이자, 또한 가장 큰 저주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네게 왔고, 이제 실행해야 할 차례다.”

리트는 영특하게도 남자의 말을 전부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내고는 이내 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프로잔(Frozan)의 계약을 7악마의 수장, 사탄(Satan)이 이행하노라. 이 자에게 나의 심장을 선사하여 균형을 지키도록 돕고, 또한 그 증거로 왼 팔에 나의 심벌(Symbol)을 새길 것이다.”

눈을 감고 주문을 외던 남자가 다른 손을 펼쳐 땅에서 올라오는 무언가를 받아냈다.

이내 눈을 뜬 남자는 자신의 손에 든 것을 리트에게 건넸다.

“나의 심장이다. 이것은 균형 그 자체의 일부이며, 블랙 마나(Black Mana)의 원천이기도 하다. 네가 죽기 전까지 데몬 하트(Demon Heart)의 마나는 영구적으로 유효하니, 블랙 마나가 부족하다면 이것을 손에 쥐어라.”

리트는 손을 펼쳐 자신이 받아든 것을 살폈다. 평범한 검은 돌이었다. 하지만 그것에서는 검은 오라(Aura)가 스물 스물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 번 남았군.”

남자는 혼잣말을 하더니 이내 두 무릎을 살짝 굽혔다. 도약을 하려는 자세 같았다. 리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등에 그 날개는 뭐야? 엄청 까만데?”

남자는 잠깐 멈춰 섰다. 이내 리트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약간의 당혹감이 들어있었다.

“데몬 윙(Demon Wing)이 보이나?”

리트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고, 남자의 눈이 약간 가늘어졌다.

“지금 나이에 내 날개를 느낄 수 있다니······. 신기하군.”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도약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리트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왼 팔뚝에 타는 듯한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리트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어느새 통증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마치 그가 착각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리트는 옷을 걷어 팔뚝을 살폈고, 그곳에는 검은 색 번개 심벌이 그려져 있었다. 지우기 위해 침을 발라 마구 문질러 보았지만 허사였다.

사탄이 다녀간 며칠 뒤, 자고 있던 리트는 기척을 느끼고 깨어났다. 그는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밝은 광채에 눈을 뜨지 못했었는데, 어디선가 울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로잔의 이름으로, 맹약을 지키러 왔다.”

리트는 눈도 뜨지 못한 채 맹약이라는 것의 희생자가 되었고, 의식이 끝나자 정체모를 ‘그것’이 리트의 귀에 속삭였다.

“네게 신의 은총이 내렸다. 네가 가장 필요로 할 때 나의 이름을 부르며 갈구하라. 내 이름은······.”

곧 ‘그것’이 말을 이었다.

“미카엘(Micheal)이다.”




---




연재 14화를 달리고 있는 얼마 안 된 신작품입니다!


대륙의 주인은 3부작 중 2부로써, 새로운 대륙에 떨어진 주인공이, 원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모험기를 담고 있습니다. 수, 토요일 연재중이며 편히 읽으실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작가 지망 고등학생입니다.


한 번 찾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


링크 : http://novel.munpia.com/29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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