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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기집애!”
“또 무슨 수를 쓴 거니?”
눈꼬리가 위로 쫙 찢어진 소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유란에게 따졌다. 그리고 그 옆에선 갸름하게 생긴 소녀는 그에 동의하듯 악의 섞인 물음을 던졌다.
“예진!, 서리! 그게 무슨 말이야!”
“유마, 넌 좀 빠져.”
“뭐? 이것들이...”
“또 자기 혼자 아침 일에서 빠지지, 다른 사람들은 등골이 부서져라 일을 하는데!”
“도대체 7살 짜리 도련님은 무슨 수로 꼬셨나 몰라?”
“너희들... 정말!”
“됐어, 그만 가자.”
“뭐, 뭐?”
“짖을 수 있을 때까지 짖고 싶어지는 게 개새끼의 본성이니까.”
<당하기만 하는 순진한 주인공의 시대는 갔다.!
겨우 1년을 하녀로 살아온 유란도 ‘귀족’이라는 신분은 여과 없이 그녀를 구속한다. 서로의 존재감을 비교 당한다. 그 압도적인 차이는 유란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여기서 묶여 버리면 참 재미없지 않은가. 존재감의 차이? 글쎄 그걸 정하는 건 과연 누구일까? 현재의 자신의 존재감으로 받아낼 수 없다면 미래의 것을 당겨서 맞서면 된다.
유란의 움츠려졌던 등이 곧게 펴진다. 눈동자의 흔들림이 사라진다. 그래, ‘미래의 나’는 저 자보다 강해진다. 나 자신의 존재가 저 자의 존재보다 커질 것이다.
미래? 확실하지 않아? 상관없다. 그건 진실이 될 테니까. 잡다한 설명 따윈 필요 없다. 유란은 그렇게 다짐한다. 나는 강해진다.
가온의 머릿속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한참을 생각하다보니 미약하게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네가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거지?”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뭐야?”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제가 알고 있는 건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탐난다. 너무나 탐난다. 천민의 건방진 태도를 무시할 수 있을 만큼 탐이 났다.
“하지만, 대가 없이 그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
유란은 입술을 짓씹었다.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참으로 당돌한 거래. 만약 저 마법사가 그녀를 가둬놓고 고문을 해서 지식을 뽑아내길 원한다면, 유란으로서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였다. 놓칠 수는 없었다. 유란의 눈동자가 빛났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던져라!
남은 시간은 두 달이다. 유란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마력이라는 게 개인에 따라 다른 거라면, 더 이상 이론을 익혀봐야 무의미할 것이다.
그동안 책장이 닳도록 읽어온 마법책을 집어 던진다.
이 마력이라는 건, 유전의 경향을 가지고 있어서, 부모가 마법사라면 그 자식도 쉽게 마력을 느낀다고 한다.
“엿 같은 소리 집어치워.”
누군가에게 물려받아? 대가도 없이? 노력도 없이? 너무나 쉽게? 억울하다. 분통이 터진다. 인정할 수 없었다.
오만하게 자신을 깔보던 그 눈을 짓뭉개버리리라. 누군가에게서 물려받은 힘, 자격, 지위, 그런 것을 뛰어넘어 버리리라. 나 스스로 힘을 만들 것이고 자격을 얻을 것이고 지위를 이룰 것이다.
오직, ‘내가’ 이루어낼 것이다.
되지 않는 다면 될 때까지 하면 그만이다.
독한여자의 독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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