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오컬트 소설.
snowpine님의 <미령>, <미령2>
아름다운 혼령과의 인연.
천녀유혼의 섭소천(왕조현)과 영채신(장국영)의 로맨스처럼, 신비한 존재와 교감하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로망인지도 모릅니다.
소천의 사랑을 받은 영채신, 무산신녀와 연을 맺은 회왕이나 숱한 소설에서 인간이 아닌 미녀들과 교류한 남자 주인공들처럼, 여기 아찔한 미모를 지닌 신비한 여인의 혼령과 길고 긴 인연을 맺게 된 한 사내가 있습니다.
이혼 후 이사한 빌라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게 되는 주인공 사내는, 입주하는 족족 주인을 쫓아버리는 귀신 ‘미령’을 만나게 됩니다. 선녀 같은 미모와 고혹적인 자태를 지닌 미령은 자신의 원을 이루기 위해 사내와 은밀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그와 관계하여 기를 유지하고 그 대가로 그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미령의 유혹에, 연모하는 사람이 따로 있던 사내는 크게 흔들립니다.
귀신인 그녀가 두렵지만, 사내는 그녀가 제공하는 편의에 점점 익숙해지고 미령과 사내의 관계는 여러 가지 일로 인해 조금씩 삐걱이기 시작합니다.
악하지는 않지만, 어리석은 인간의 본성을 대변하는 듯한 사내.
그리고 육신을 초월하여 욕망에 충실한, 그래서 더욱 순수할 수밖에 없는 귀신의 헌신과 애정.
더 없이 아름다운 얼굴 뒤에 감춰진 슬픔과 원망, 그리고 인간의 오해와 불신.
두 사람의 관계는 천녀유혼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그와 그녀가 맺은 관계와 업으로 인해 실타래처럼 엮이는 인연과 또 다른 업들.
그 인연과 악연들은 속편인 <미령 2>로 이어집니다.
잘 다듬어진 문체와 실감나는 묘사로 몰입도가 대단한데요,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는 초반부는 밤에 혼자 읽을 때 섬뜩할 정도입니다.
연재 속도도 빠르고 연재량도 많아서 여유 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읽다보면 작은 욕심으로 인해 무심코 짓게 되는 업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새삼 경계하게 되네요.
‘귀접’이라 불리는 귀신과의 관계나 무속 신앙, 인과응보와 업이라는 전통적 요소가 어우러진 한국형 오컬트 소설, <미령(완결란)>과 <미령2>의 일독을 권해봅니다.
거기 계신 당신.
미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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