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한담 중에 특별한 현대물을 원하시는 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댓글 중에 ‘정치인, 기업인, 조폭이 없는 글입니다’라는 댓글이 있더군요. 그걸 읽으면서 내가 쓰는 글에는 그 모든 조합이 들어있으니 마음이 좀 울적하더군요. 결국 제 글은 양산형 현대물이라는 결론이 되니까요.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인, 기업인, 조폭은 현대물에서 어떤 의미일까? 나는 왜 꼭 그런 부류를 소설에 넣어야 했을까?
판타지 소설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계급으로 따진다면 귀족, 상인길드, 용병길드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왜 용병길드냐? 라고 물으신다면 현대에 조폭이란 몸을 써서 먹고사는 가장 밑바닥 인생이고, 그런 의미에서 판타지 세상에서의 용병과 흡사해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록 판타지의 용병에 해당하는 현대의 용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시민이나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친밀도에서는 군인에 가까운 용병보다는 사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면에서 조폭이나 흥신소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귀족 속에는 왕도 있을 테고, 공작이나 후작, 남작 등 여러 귀족들이 있겠죠. 또 그 안에 있는 기사단이나 정보조직들은 현대의 경찰이나 검찰, 혹은 국정원등에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판타지의 귀족들이 가지는 다양성만큼 현대 정치인들이 그런 다양성을 가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대신 현대 기업인들이 가지는 다양성만큼 판타지의 상인이나 상인길드가 다양성을 가지지도 못할 것입니다. 사실 판타지 세계의 귀족들은 현대의 기업인과 정치인을 섞어 놓은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욱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여러 정황을 놓고 보았을 때, 양산형 현대물에서 정치인, 기업인, 조폭을 빼버린다면 판타지에서 귀족과 기사단, 상인과 상인길드, 용병길드가 빠져버린 판타지가 될 겁니다. 결국 소드마스터가 된 주인공은 어디 자랑할 곳도 없이 마을 주민 몇 명에게 멋진 검술을 보여주다가 산에 들어가 드래곤의 브레스에 산화하는 수밖에 없는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처음 제가 가졌던 제 소설에 대해 느껴지는 울적함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고, 그런 모든 부류를 집어넣고야 만 저 자신에게 어느 정도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조폭 때려잡고 기업 키우는 이야기는 식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서 용병생활 하다가 귀족이 되는 이야기와 흡사하죠.
어떤가요? 정치인, 기업인, 조폭(요넘은 참 문제이긴하죠.)이 없는 현대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귀족과 기사단, 상인길드와 용병길드가 없는 판타지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산형 소설은 제발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제가 그런 것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몇 자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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