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조종하는 광대
나는 혐오감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독지네나 독사를 봤을 때 같은 혐오감.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의 눈은 평범했다.
다크서클이 짙다는 것만 빼면 별 특징은 없었다.
뱀의 눈도 아니고 맹수의 눈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눈이었다.
단지, 눈동자 안에 가지고 있는 감정이 혐오감을 들게 만들었다.
어떤 남자든지 나를 보면 욕망을 띄우게 된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간단했다.
사람을 유혹해서 적을 물리치며 살아온 내가 사람의 감정을 읽는 건 식은죽 먹기였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나를 마치 돌덩이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감정이 없는 인형
텅 비어있는 인간
혹은...
막 태어난 아기 혹은...자폐아 같았다.
기분 나빠...
-미래를 보는 마왕
"방금 전 미래를 봤습니다. 이 녀석에게 좋지 않은 일을 당하시는 미래를....하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하더니 스케치북을 팔랑 넘겼다.
"...영상이 유리조각 깨지듯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이것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것'?
마치 사람이 아닌 것을 부르는 듯한...
"에?"
넘겨진 스케치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스케치북은 4B연필로 검은색으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빨간색 구체는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빼곡히 들어가 있었고, 중앙 부분에는 세로로 되어있는 짐승의 입이 그려져 있었다.
사람의 표면에 드러나 있는 자아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고, 진정한 자아는 수면의 아래에 거대한 모습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지금 나의 상황은 표면에 드러나 있는 자아가 흡수되는 것이 아니다.
숨겨져 있던 자아가 전부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수면에 뜨는 것이 아닌, 수면 위에 부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밖의 자아와 괴물의 자아의 경계가 사라지고, 훗날엔 괴물과 나는 동일한 뜻이 되리라
-크크크크.
괴물은 웃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나는 웃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