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쓰는 강난독이라 합니다.
제가 장르소설을 처음 접한 건 딱 15년 전, 중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옆 자리의 친구가 빌려준 ‘데로드&데블랑'이 제 장르소설 입문작이었지요.
친구가 그 책을 강력추천하면서 ‘눈물 난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미심쩍었습니다.
제가 눈물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정도나 되어야 눈물이 나지 않겠습니까?
딱 봐도 겉표지가 우중충하고 촌스러운 게, 초딩 때나 읽던 ‘소년 봉신방'(어린이용 무협?) 같기도 하고..
그 생각이 바뀌는 데 딱 반 나절이 걸렸더랬지요.
그날로 전권을 빌려 눈물 펑펑 쏟고, 판타지와 무협 세계에 과하게 빠져 살았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내내요.
등교하면서 대여점에 들러 5권을 빌려서는 점심시간까지 읽고,
점심시간에 그 책을 반납하면서 또 5권 빌리고,
저녁시간에 또 대여점에 들러서는 10권을 빌려서 야자시간 내내 탐독하고 집에서도 읽고...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대여점에 쏟아부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대학에 가고, 졸업을 하고, 먹고사는 일에 바쁘다 보니 장르소설이라는 건 그저 한때의 추억이 되었지요.
그런데 문득 몇달 전,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독서를 하는 모습이 나왔더랬죠.
이게 웬걸, [군림천하] 아닙니까?
그 길로 다시 문피아를 찾았습니다.
문피아는 제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상전벽해라고 하지요.
엄청난 양의 글이 쏟아지는 별천지가 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읽다 보니, 옛날과는 다른 마음이 생기더랍니다.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국어 전공한 이점도 있겠다, 글도 많이 읽었겠다 근자감이 샘솟더라고요.
물론 단편소설이나 시, 에세이 같은건 그럭저럭 많이 써봤습니다.
그런데 장편소설을 너무 쉽게 본 거였지요.
제가 금강님이나 좌백님이 아닐진대, 하루에도 수천 편의 글이 쏟아지는 문피아에서 시선 하나 잡아끌 깜냥이 되겠습니까?
인물은 커녕 플롯조차 제대로 잡지 않고, 막 써제낀 글 가지고요.
그렇게 폭망하고 나니, 좌절감보다는 오기가 생깁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지금 생각하면 참 뻔뻔하지요.
사실은 그것밖에 노력을 안 했기에 나온 결과이니까요.
그렇게 몇 주를 고민해서 자연란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처음 쓴 글보다 월등히 잘 써집니다.
그렇게 5화까지 올리니 조회수가 20 남짓합니다.
스무 명이나 내 글을 읽었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러다가도 베스트에 드는 글들의 수백만 조회수를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때, 제 글에 파란 별이 하나 들어옵니다.
글을 읽은 네다섯 남짓한 분들 중에 한 분이 무려 선호작에 넣어 주신 겁니다.
저도 선호작 리스트 많습니다.
그래도 모름지기 선호작이라는 게, 될 성싶은 떡잎에다 표시해놓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별 옆에 올라간 1 덕에, 글 쓰는게 재미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올릴수록, 선작이 하나씩 올라가는 게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수십, 수백 명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 읽는 저는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러나 글 쓰는 저는 현실이 만족스럽습니다.
양 방향으로 저를 만족시키는 글이 요즘에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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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장문이 되어버린 아재의 주절거림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문피아에서도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엇, 그리고 이 글은 강호정담으로 가는 게 맞는 걸까요?
분명 글 쓰는 얘기를 하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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