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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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탁
- 10.04.30 07:06
- No. 1
나는 힐러다 재밌게 봤었는데...
조이님이 이런 걱정을 하고 계시다니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어차피 작가란 '쓸 수 있는 것을 쓰는 존재'가 아닐까요.
문법이니 기승전결이나 시점이니 문체니 하는 것들은 물론 소설을 이루는 구성요소이고 중요한 것이나, 정작 소설을 쓸 때는 문장 하나하나에 구애받는 것보단 내용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 쿨하게 본심을 말하자면, 그런 거 그냥 신경쓰지 말고 처음처럼 쓰면 된다고 봅니다.
누구도 그런 거 신경 써라. 신경 쓰지 말라 말하진 않았을 테지요.
심지어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하다 중요하다 하는 '플롯'이라는 것도 신경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 사람도 있잖습니까.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도 플롯 따윈 신경쓰지 말고 직관을 믿으라고 했죠.
단순하게 말하자면, 전 조이님의 '나는 힐러다'를 봤을 때 거기에 기승전결이 다 있었다고 봅니다.
조이님이 의도하셨든 안하셨든 그런 거 상관없이 독자 한 개인으로써 봤을 때 나름대로 기승전결을 짚어가며 읽었습니다.
아니 뭐, 어디가 기고 어디가 승이고 어디가 전이고 어디가 결이냐고 물으면 좀 곤란하지만요.
적어도 문제 없이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된 것 아닐까요?
저는 나는 힐러다 재밌게 읽은 독자입니다. 물론 마지막 극장판에선 왠지 컬리티도 떨어지고 문장 하나하나가 설익은 느낌이 들었었지만 그래도 중후반까지도 무척 재미있게 보았고, 마무리도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습니다.
번잡한 것은 시점도, 문법도, 기승전결도 그 무엇도 아닌, 조이님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좀 쉬시면서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보시면 어떨지.
전 솔직히 양판소든 양판소가 아니든 재미만 있으면 되고, 확실한 스타일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양판소 = 나쁘다. 라는 건 편견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양판소, 양판소, 그러다 보니까 괜찮은 작품까지 욕 먹는 것은 아닐까, 하고.
그렇게 까칠하게 굴 필요 없는데 말입니다.
조이님은 즉흥적으로 글을 쓰셨다고 했는데, 어차피 글이란 것은 일회용이 아닙니까. 한 번 쓸 때 한 번 쓸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수정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글을 써야 옳은 건지 알 수 없게 되버리기도 하고요.
글이란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추구해야 할 것은 스스로의 정진이죠.
수행에 성과란 없고, 그렇기에 끝이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그저 순간 순간의 최악과 최선을 그리며 끝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이런 말은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저한텐 글이 자위와도 같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흥분해서 몰입하고, 성적 쾌락을 탐닉하듯이 글에서 재미를 쫓죠.
사정하는 순간 흥분이 차갑게 식어버리듯이 다 쓰고 나면 저도 글에 대한 흥분이 식어버립니다.
하지만 그건 그걸로 충분하죠.
그저 다음에 더 기분 좋게 자위할 수 있기를, 글을 쓸 수 있기를 생각할 나름이죠.
(잠깐, 이런 글 쓴다고 제제 대상이 되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글은 문학이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전 그런 건 아무래도 재미도 없고 별로 중요한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가슴에 와닿지도 않고요.
물론 글은 문학이겠지만 말입니다.
개인차가 존재한다고 봅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길을, 자신의 방법으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방이 무엇이고 창조가 무엇입니까, 모방도 창조이고, 창조도 모방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쓴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진실에 가깝단 것이겠죠.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논리나 이성에 가두어지지 말고 그 어떤 작은 것과 사소한 것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외적 따윈 없으며 진정한 적은 스스로 뿐이고,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대상도 스스로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시고 고통을 감내하시어 외적을 물리치시기를 바랍니다.
또 한 번의 자위를 마치고 갑니다~ 돌 던지진 마이소~ -
- 백수77
- 10.04.30 08:38
-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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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 리미언
- 10.04.30 08:52
-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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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8 박촌
- 10.04.30 09:16
-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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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3 뇌초
- 10.04.30 09:17
-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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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록옥
- 10.04.30 09:43
- No. 6
글이라는 게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말씀엔 절대로 공감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머릿속에 떠오른 스토리를 금세 글로 풀어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로 옮기려고 하면 왜 그렇게 신경써야 할 것이 많은지...
한글 프로그램으로 글을 작성하다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빨간줄 공격을 받고, 연재분을 채워서 올리고 나면 구성이나 캐릭터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고....이런 것들이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바로 다음 전개가 떠오르지 않고.....
지인이나 댓글로 받은 지적이 옳다 여겨 글을 조금 손보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에휴~~신세한탄이 됐군요.
위 원탁 님의 말씀처럼 글을 쓰는 게 힘들고 재미없어졌을 땐 한 번 아무 생각 않고 예전처럼 글을 써 보시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시점이나 맞춤법 같은 건 우리 글로 지어진 문학작품(장르보다는 일반 순수문학이 좋을 듯)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적으로 몸에 밸 거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파이팅!! -
- 싱싱촌
- 10.04.30 10:21
- N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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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 美公
- 10.04.30 12:21
- No.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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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47 양승훈
- 10.04.30 14:11
- No.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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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68 임창규
- 10.04.30 16:40
- No.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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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v.14 오탄섭
- 10.04.30 17:53
- No.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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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운(話云)
- 10.05.03 09:25
- No.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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