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게 쓰면 쓸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맞춤법도, 플롯도, 시점도 모를 땐 마냥 쉽고 즉흥적으로 써 내려가면 되었는데 이런 것들을 겉핥기식으로 배운 뒤엔 글이 자꾸만 쓰기 어려워집니다. 기승전결에 맞춰 이야기를 구상하고 구상한 글을 쓰는 게 무섭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정하고 그 성격에 어긋나지 않았을까 고심하며 재검토하는 게 재미없습니다.
요즘 그런 글을 쓰다 보니 어릴 때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글을 마구 써내려 갈 때가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금 와서 옛날 초창기 글을 보면 맞춤법도, 문장도, 내용도 엉성하고 말도 안 되는 캐릭터의 변해가는 성격이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때가 그립곤 합니다.
글에 괜한 자존심만 늘어 남들이 쓰는 양판소는 쓰지 않겠어! 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색깔, 나만의 글을 추구하다보니 더 글쓰기 지쳐가기만 합니다.
글이란 무엇일까요. 가끔 이런 질문을 저에게 해보곤 합니다. 이미 답은 머릿속에 구상되어있습니다. 문학이다. 남들이 웃고 즐기는 문학이 판타지소설이다. 라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싸구려 양판소란 소리가 듣기 싫어 탄탄한 설정, 플롯을 구상해 쓰곤 하지만 그게 제가 추구해온 소설인지 망설여집니다. 머리 쥐어짜며 스토리 짜는 게 문득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내가 추구해온 글쟁이는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초창기로 돌아가 내 마음대로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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