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에 다시 만난 여자아이는,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여자아이라고 부를 수 없는……여자가 된 신이는 비록 어릴적과 비교했을 때 딱히 많이 큰 것 같지는 않았음에도 드러난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너 말이야.”
“…….”
지웅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신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본 사람이 망설임없이 반말을 하고 있지만 묘하게 기분나쁜 마음은 들지 않는다. 여하튼 그렇게 똘망똘망 눈을 뜬 그녀에게 지웅은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속되게 ‘뭐한 놈 산발’한 머리를 하고는 덥수룩하니 난 수염을 습관적으로 한 번 훑고 건방진 손길로 툭하고 그리 좁지 않은 트렁크를 가득 채운 캐리어가방 하나를 쳤다. 움직이지도 않고 무거운 소리만 내고 애처롭게 건드려진 캐리어 가방에 신이 다가가 손을 내밀며 가방을 잡아냈다.
움찔
상당히 가깝게 다가온 신이 때문에 격하게 뒤로 물러난 지웅은 다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트렁크에 발을 올리고 있었다는 사실도 깜빡 잊고 물러서다 꼴사납게 총총걸음을 하며 떨어져버린다. 상당히 큰 반응에 놀란 건 오히려 신이여서 떨떠름하니 가방을 들다가 입을 열었다.
“괜찮으세요?”
저 살갑지도 않고 스물 두 살의 통통 튕기는 맛도 없으며 재미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 신이가 옆에 오는 순간 지웅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옛날의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것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여전하지만-그의 콩깍지는 무한 번식중이다- 그래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음에도 그저 곁에 온 것만으로도 서른 줄의 지웅은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이제는 정말로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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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로맨스에서 무한 번식중인 디딤돌n입니다. 다시 로맨스로 만나뵙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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