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르웨느
작성
10.02.10 16:27
조회
2,410

새로운 세계관, 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은 진부하지 않음!"하는 추천글을 볼 때마다 극심한 자괴감이 몰려옵니다.

제 글엔 마왕도 있고 드래곤도 있고 엘프랑 드워프도 있습니다.

마왕은 생물을 증오하고 드래곤은 탐욕스럽고 유딩틱하며 엘프는 나무도 아닌 주제에 나무인 척 하고 드워프는 장인입니다.

저는 그런 판타지를 좋아해서 판타지를 쓰게 됐고, 그런 종족의 특성을 바탕으로 플롯을 짰습니다. 그게 잘못 된 겁니까? 진부합니까? 그런 특성에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를 부여했는데, 그건 볼 가치가 없는 겁니까? 문피아에 오면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의 마왕들은, 당연히 파괴를 좋아합니다. 그게 그들 속성이니까요. 존재 자체가 멸하고자 하는데 멸하지 않으면 그 존재의 의의는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마왕들의 성향은 다 다릅니다. 본인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허무한 마왕과, 유와 무는 공존한다는 생각을 가진 마왕, 유는 무조건 무로 돌려야 한다는 마왕, 유를 불림으로써 무의 세력도 키운다는 마왕.

-ㅅ- 본글은 낚시글입니다. 작품과의 연관성은 몇 %나 될지 필자도 궁금하군요.

독자분들께 받은 감상문을 올릴까 하다가 그건 아까우니 좀 더 감춰놓고, 제 글을 짧게 올려 보겠습니다. 읽고 마음에 드시거든 찾아와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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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이었다.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그 피부는 보랏빛이라 쉬이 이종족인 걸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존재를 확인했을 때 무진은 세피아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아직 처리하지 않은 마물들이 남아 있었지만 그 정도는 마수가 알아서 할 것이었다.

마물들이 그의 뒤를 따라왔다.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는 흩어지지 않는 허상들을 앞에 두고 무진은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이유는 없었다. 하나씩 하나씩 무로 돌려 보내준다. 피도 살도 머리카락 한 올까지, 남는 것은 없다. 허깨비에 홀린 것처럼 그만이 분란하게 움직인 흔적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럴 때마다 무진은 스스로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허무함이 느껴졌다.

나무가 사라지고 땅이 움푹 팬다. 그것은 마기가 공간을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지금 그 공간엔 공기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런 곳에서 레몬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발 아래로부터 자연은 조금씩 흩어지고 있었다. 축축한 고동색의 흙들이 알갱이 하나 남기지 않고 무로 환원되고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그래, 늦지 않았지."

담담함을 가장한 여성의 어조에 무진은 가볍게 대답했다.

"돌아와 주십시오."

무진의 입가에 미소가 매달렸다. 그 미소는 무게가 없었고 무심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관조하는 미소였다. 무진은 그런 마물이었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오직 그 홀로서 존재하는 강대한 마물의 왕. 여성을 비롯한 마족들이 그런 무진의 존재감에 그를 왕으로 추대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무심한 무진의 성격을 알고 마왕을 자처한 마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북마족 모두가 자칭 마왕들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좋던 싫던 간에 그들은 무진만큼이나 존재하고 있는 마물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의 왕은 무진이었고 무진을 쓰러트리지도 못하는 마물을 마왕으로 받아주는 마족은 없었다.

"난 아직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무진에게 있어 고향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마물은 그러한 곳에서 파생된다. 그들에게는 태어난다는 말조차 적합하지 않았다. 여성이 그리고 마족들이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에 본능적으로 굶주려 있다는 건 무진도 안다. 무진 스스로가 그 문제를 가장 오랫동안 직시해 왔고 골몰해 왔기도 했다. 무에서 떨어져 나온 존재들, 그들은 과연 유有하다고 할 수 있을까.

마물들은 무진의 존재로 인하여 본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무진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 않았다.

"어째서입니까!"

"너흰 정말 이상하군. 그렇게 왕이 갖고 싶다면 너희가 하면 되지 않나?"

왕이라니, 그것은 지킬 무언가가 있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이름이다. 마물은 대지 위에 설 수 없다. 마물이 그 땅을 딛었을 때 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물은 숨을 쉴 수 없다. 그 바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물은 먹을 수 없다. 무엇도 그 손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마물은 그 어떤 것도 가질 수 없다. 마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들이 왕이라는 환상에 얽매여 있다는 게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당신뿐입니다, 우리들이 믿을 수 있는 마물은 당신뿐입니다! 당신이 존재하는데 어느 누구가 마왕을 자처한단 말입니다!"

"마물은 존재 자체가 무無다. 주변에 존재하는 것을 무로 돌리는 주제에 뭘 지배한다는 건지 난 잘 모르겠군."

"어째서 그렇게 우리들의 존재를 부정하십니까!"

무진은 아직 죽지 않고 여성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는 마물들을 바라봤다. 무형의 마기가 마물들을 짓눌러 그들의 형상을 무너트렸다. 무진은 일부로 손을 휘둘러 그들의 숨을 취했다. 마물들은 죽자마자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피 한 방울조차 손끝에 남지 못하는 걸 바라보며 무진이 입을 열었다.

"너는 이래도 우리가 존재한다고 보냐?"

피도 살점도 영혼 한 조각까지 없던 것으로 돌아간다. 마치 허깨비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생물이 마물이다. 여성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우리도 갈증을 느낍니다, 살아있는 존재의 빛남을 보면 목이 타올라 견딜 수 없습니다. 우리도 허기를 느낍니다, 배가 고파 무엇이라도 먹지 않지 않으면 견딜 수 없습니다. 우리도 욕심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자를 시샘하고 그 생명을 빼앗아서라도 가지고 싶어 합니다!"

갖고 싶다. 스스로가 존재하지 않는 걸 알기에 존재를 증명해 줄 만한 무언가를 마물들은 갈구한다. 무진은 인정하지 않지만 무진을 바라보는 마물들은 느낀다. 무진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마임을, 마로써 존재하는 거대한 무임을. 그 거대한 존재감에 마물들은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자를 왕으로 모시고 그 밑에서 존재하고 싶었다.

"당신께서 성녀를 생각하는 그 마음도 살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잖습니까!"

"……가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초면부터 대뜸 사랑하는 사이가 될 거라고 선전포고해 온 여자아이가 재미있었다. 오랜 세월을 살았고 가지각색의 생물들을 만나 봤지만 그처럼 기이한 물건은 또 다시 없을 거였다. 그 빛나는 영혼은 마물이 아니더라도 취하고 싶을 만큼 강렬했다. 그 영혼에서 샘솟는 생명력이 얼토당토 아닌 사랑이란 것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흉내 내보고 싶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의 기운은 무엇보다 매력적이었으므로.

"내겐, 마물에겐 없는 것이므로 손에 넣고 싶었지."

모든 마물이 그러한 갈증으로 허기로 살아있는 것에 손을 내뻗는다.

"그럼!"

처음으로 무진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나오자 여성은 반가이 외쳤다. 그러나 무진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이 손 안에 들어오면 흔적 하나 없이 스러진다. 본래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마이니까."

가지고 싶었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마왕의 본질은 멸. 그 어떤 것도 그의 곁에선 존재할 수 없다. 그나마 신들의 가호를 받은 카린이었기에 남들보다 오래 자신의 곁에 남아있을 수 있던 거였다. 카린이 세인트 아리아를 쓰지 못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무진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그녀에게 해임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저희는 그러지…… 흡."

무진이 새카만 눈으로 쳐다보자 여성은 말을 마저 잇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온 몸이 떨려왔다. 무진이 기를 다스려 내뿜지 않기 때문이지 사실 그는 같은 마조차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태초에 처음 마가 생겨나 분별없이 들끓을 때 수천수만 갈래로 나눠진 마를 제압하고 정점에 오른 자가 넷 있었다. 무진은 그런 이였다.

살아있는 존재를 배척한 동의 마왕, 길들이려 했던 남의 마왕, 교류를 가진 서의 마왕과 같은 세월을 살아온 북의 마왕.

여성은 그 옛날의 일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거대한 생명에 이끌리듯 거대한 허무 또한 마물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많은 마물들이 무진을 탐냈다. 스스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런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그는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에 그는 더욱 마력적이고 마물들은 그를 갖기 위해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의 고독함이, 고고한 모습이 마물들의 탐욕을 불러들었다.

그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간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에게 덤빈 자들은 그 본질에 귀속되었고 그의 싸움을 지켜보아 자아를 부지한 마물들은 경외를 느꼈다. 세상에 깊디깊은 마, 그들의 하나뿐인 왕.

동의 마왕처럼 창생의 기운 앞에 본질로 흩어지라 명한다면 제일 먼저 달려 나갈 수 있고 남의 마왕처럼 가축으로써 기르라 하면 즐겁게 기를 수 있다. 서의 마왕처럼 배고픔을 참으라 하면 허기도 갈증도 억누르고 그의 말에 따를 텐데, 자신들의 왕은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정녕 벨릭스 따위가 설치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실 참입니까? 이곳은 당신의 영역입니다!"

"그 녀석의 말에 휘둘려 너희들은 건드려선 안 될 곳을 삼켰다."

마물들이 손대어 공간조차 남게 되지 않게 된 것을 집어삼켰다 표현하지만 사실 그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었다. 마물들은 삼키고 싶어도 삼킬 게 아무 것도 없다. 생존자들은 마물을 가리켜 그보다 탐욕스러운 것도 없다고 하지만 실상 마물들도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새로운 것에 손을 내뻗는 것뿐이었다.

〈Chapter.7 이윽고 겨울의 꽃은 지고 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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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마!요네즈


Comment ' 7

  • 작성자
    Lv.1
    작성일
    10.02.10 17:36
    No. 1

    추천강화+1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0.02.10 17:44
    No. 2

    세줄감상.
    여고생 이계진입물.
    혼자 세상의 고민을 다가진듯 땅파고 들어가는 주인공.
    기연? 먼치킨? (미묘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히키코모리
    작성일
    10.02.10 17:48
    No. 3

    여고생인가,,,, (먼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0.02.10 18:02
    No. 4

    -여담-
    위에는 저렇게 썼지만 나름 재미있는 글, 다만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남자독자들에게도 먹힐정도의 파워는 없는듯.(조회수로 봐서는...)
    개인적으로는 달콤들착지근한 연애물이 취향이라 땅파는 주인공은...좀
    지나치게 주인공의 내면적 독백 위주로 흘러가서 외부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좀 부족한거 같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맘속
    작성일
    10.02.10 18:06
    No. 5

    여고생이라,..

    소봉님이 지적하신것처럼

    지나치게 주인공의 내면적 독백위주로 글이 전개되어 독자들이 공감하기 힘든것같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묵현사
    작성일
    10.02.10 23:54
    No. 6

    작가님 이름이랑 말머리 보기 전엔 마왕가족 추천글인줄 알았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720174
    작성일
    10.02.11 08:49
    No. 7

    주변 묘사 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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