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잎새의 시님 질문을 보고 그냥.

작성자
Lv.1 담적산.
작성
09.12.24 06:14
조회
649

원래 연무지회 바깥에서는 글얘기 잘 안하려고 하는 사람입니다만,,,

실상 글을 쓸때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중심 뼈대'

말고, 그 '표현력'에 대해서 물으신 거라면 그건 딱 한마디로 요약할 수있습니다.

'자신감 떨어지면 만가지 약이 무효'

입니다.

원래 글이란 것은 저만치 높은 필력의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맞춰줘야 합니다.

그러면 시장에 맞춘 글을 써도 이상하지않고, 작품성도 삽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다들, 모자란 필력 가지고 허덕허덕 쫒아가며 씁니다.

대다수 글쟁이들의 비극입니다.

(뭐 저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만 저는 원래 좀 뻔뻔해서요.)

한갓 만화라해도 펜선 하나 다듬는데 십년이 넘게 걸립니다.

대가 수준도 아니고, 음,,,, 출판물로 먹고살만은 하겠군 그럭저럭, 이라고 인정해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개들 그렇다고 합니다.

뭐 제가 한창 습작 그릴때 다들 그랬습니다.

지금은 웹툰이다, 인터넷 공짜만화다, 뭐 이래서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왜 이리로 샜냐 -_-;)

어쨌든,

이러니 글쓰는게 당연히 쉬울 턱이 없습니다.

오래써야 합니다.

맘에 안들어도 끝까지 써야하고, 초반부와 어디서 분위기가 달라졌나를 계속 체크해야 합니다.

대개 우리같은 초보들이 글 구상하는 것이 어느 가장 강렬한 한장면을 가지고 하기때문입니다.

이건 가슴속 감정이 흐트러지면 끝까지 쥐고 있기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줄거리자체도 흔들리죠. 분위기가 달라졌으니까요.

많은 초보분들이 연중을 하게 되는 이유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글 쓰는거 자체가 고통이 되죠.

그땐 일개 한장면의 표현력정도는 문제거리도 안됩니다.

너무 괴롭기 때문입니다.

(저야 그놈의 귀차니즘이 문제입니다만^^;)

또 딴데로 샜군요. -_-;

흠흠,

본문을 보니 서정적인 글, 혹은 그런 표현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건 원래 시가 가진 감수성이 가장 근원적이고 가장 알맞는 표현이며, 그리고 구질구질한 설명 없이 다 과감하게 잘라내고 그걸 말이 되도록 이어붙이는 어마어마한 생략법의 힘이기도 합니다.

헌데 그런걸 우린 '풀어서' 써야합니다.

시를 일부러 써서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고.

시가 가진 감수성을 산문으로 풀어서 이야기에 집어넣는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참고하시라는거죠.

그리고 요즘 장르문학은 시장에서 요구받는 것이 한가지 더 있습니다.

'속도.'

시의 서정성으로는 이걸 따라가기가 힘들만큼 빠른 속도를 요구받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노래라는 것도 가사가 먼저있다면 그게 시니까요.

곡조가 먼저고 거기에 시를 붙인거면 그게 가사죠.

어떤 경우든, 노래는 시와 같으면서도 '속도'를 매우 중시하는 감수성을 가집니다.

아무리 느린 노래라도 박자는 타야하니까요.

구십년대 말에서 이천년대 초반 발라드 가사들이 어떤 드라마 한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그런 형식의 그런 이미지의 노래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옛날 송창식님의 선운사 같은 그런 발라드들은 후두둑 떨어지는 붉은 동백꽃을 눈물에 비유해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눈물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떠나실거예요-

라고도 했습니다.

사실 구십년대 말즈음의 노래들만 해도, 이런류의 칠십년대 노래들과 비교하면 도대체 어느구석이 시냐?...-_-;

라고 물어볼 만큼 많이 변한 감수성들입니다.

요즘 노래들은 이거 뭐,,, 아예 적응 자체가 안됩니다.

여하간 표현력부분은 대단히 민감한 부분입니다.

독자들이 단어 하나가지고 민감하게 반응들을 하시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으니까요.

글에서 점점 비주얼을 요구받고, 속도를 요구받습니다. 이제 더 어떻게 변할지 상상하기도 힘드네요.

뎃생 할때 그 수많은 선 하나하나가 다 성질이 똑같아야 하는 것처럼 글도 그렇게 맞춰줘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사람 울리고 웃기는 표현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있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거의 뜬금없이 쓴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짧은 분량안에서 모든 것을 다해결할 것을 요구받기도 하는 그런 시대입니다.

별도움이 안된것 같군요.

그냥 글쓰다 하도 힘들어서 딴짓 한번 해봤습니다.

추신;

말은 길었습니다만 원래 글쓰기는 어떻게 도와 드릴 수가 없습니다. 자신이 모든것을 감내하고 초절한, 거의 인간이상의 참을성을 발휘해야하는 것이니가요.

이빨 꽉 깨물고 죽어라 쓰는것 만이 답입니다.

그게 모든 것의 답입니다.

속으로 외치는 겁니다.

'난 죽었다!'

안그럼 글 못씁니다.

건필하세요.


Comment ' 6

  • 작성자
    잎새의시
    작성일
    09.12.24 06:23
    No. 1

    그렇지요. 글이나 그림이나 뭐든지 끈기가 중요하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담적산.
    작성일
    09.12.24 06:34
    No. 2

    끈기는 좋은데, 그냥 끈기가 아니고요,,,
    임준후 형님의 명언이 있습니다.

    '한번 연재하면 죽을 각오로 완결해야 한다'

    출삭이야 어쩔 수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죽을 각오'하라는 겁니다.
    아니면 연재바닥에서 진짜로 죽는다,,,, 는 거죠.
    저도 연중했다가 오랜만에 다시 쓰기때문에 제대로 고생하는중입니다. 글도 안되지, 뭐 인지도도 안되지,,,,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잎새의시
    작성일
    09.12.24 06:37
    No. 3

    아아... 힘내세요! 초심으로 다시 분발하시길.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시두김태은
    작성일
    09.12.24 06:58
    No. 4

    오랜만에 가슴에 와닿는 말씀을 들은 거 같습니다. 아무리 괴롭고 고통스러워도 기필코 완결로 가겠다는 다짐이 뿌리채로 흔들릴 정도의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다시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 나 혼자만 이런 죽을 고통 느끼는게 아닌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일어나 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雪花滿開
    작성일
    09.12.24 08:58
    No. 5

    인내와 극기의 정신으로 무장한 견인불발(堅忍不拔)의 마음도 작가로서 없어서는 안될 마음가짐이겠지만...
    그보다 집필과 작품활동을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0 협행마
    작성일
    09.12.24 09:37
    No. 6

    하하하....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반응이 좋거나 말거나 오로지 완결을 목표로 달리는 중이죠.
    문제는 아직 초반인데 진도가 제대로 안나가는 듯한 느낌을 스스로 받고 있다는 것?
    어느새 세번째 완결을 목표로 달리는 상황임에도 완결이라는 것은 너무나 멀게만 느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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