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57 가바크
작성
09.12.20 23:48
조회
1,252

일단 시작하기 전, 저는 대략 보름 전에 간단한 감상과 함께 카이첼 님의 글들에 대한 추천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크게 대단할 것은 아니었고, 세 편의 글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 추천이었지요. 다만 그렇게 쓴 추천글은 사실 미흡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카이첼님의 텍스트들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도 아니었고-하지만 텍스트라는 것이 본래 '완전하게 이해'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만- 제 추천글의 글솜씨 또한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그저 추천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카이첼 님의 세 편의 글을 소개하며 감상을 남긴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재중인 '잃어버린 이름'에 대해서는 상당히 제한되고 소심한 감상만을 적었다는 점에서 미흡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새로 추천글을 하나 남기고자 합니다.

사실 '잃어버린 이름'에 대해서 벌써부터 뭔가를 이해했다거나, 주제를 파악했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저번 추천글을 쓸 때 당시의 이해한 부분에서 더 나아간 것도 아닐 것입니다. 사실 적어도 감상만큼은 분명하게 남기고자 하는 부분이 더 큰 것입니다. 지난 번 저는 카이첼 님의 세개의 텍스트를 두고 일정한 흐름을 가지는 공통점, 혹은 주제를 가진다고 말했습니다. 글이 길어지다보니 종래에는 흐지부지한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그 주제를 확실하게 말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번 '잃어버린 이름'을 읽으며 느낀 것은 '자유'에 대한 단상이었습니다. 글의 주인공인 위버는 굉장히 특이한 존재입니다. 자신을 세울 기반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상태로 세상에 '던져진' 존재입니다. 이는 언뜻 하이데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눈을 뜬 그가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향한 이해할 수 없는 적의와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힘과 폭력이었습니다. 자신을 이루는 최소한의 의미, 즉 이름조차도 가지지 못한 그는 다른 이, 압도적인 힘으로 자신을 건져낸 에위나라는 이에게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이로써 그들의 관계는 수평적인 것이 아닌 수직적인 모습이 되었습니다. 글의 내에서도 그들의 관계는 간단한 한 마디로 표현됩니다. '하인와 주인.' 그것은 단순히 한 인간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권리가 모두 빼앗겨진 모습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로인해 위버는 약자의 위치로 설정되어 버립니다. 약자인 그에게 강자인 에위나는 말합니다. '약자에게는 고통받을 권리만이 존재한다.'

이는 굉장히 슬픈 단어입니다. 무엇이 약자를 만드는 걸까요. 단순히 물리적인 힘입니까? 권력입니까? 돈일까요? '이름'이 존재하는 것으로 사람이 된 위버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애초부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위버는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은 약자일 수 밖에 없으며, 가질 수 있는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강자라는 논리가 형성됩니다. 그리하여 순수한 의미의 계급이 형성됩니다. 강자가 가진 것은 언제나 약자가 갈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약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전작인 클라우스 학원과 희망을 위한 찬가에서 아주 명확하게 묘사된 부분입니다. 다만 조금 다른 부분이라면 기존의 글에서 데일과 알렉, 여우와 은결의 구도와 같은 부분이 이번에는 에위나와 위버라는 남녀의 관계로 바뀌어 있다는 점일까요.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에위나는 하인인 위버에게 제대로 된 하인으로 만들어주겠다며 혹독한 훈련을 수행하도록 만듭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힘도 가지지 못한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조차 없다는 부분이겠지요. 이로써 이번 세계관을 지탱하는 가치 중 하나는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왜 하필 '힘'인 걸까요. 지식도, 지혜도, 굳이 힘이 아니어도 될 이유따위는 얼마든지 있을 텐데요. 게다가 전작에서의 작가님의 글들을 살펴보았을 때, 그것은 더욱 더 큰 의문으로 다가옵니다. 전작들에서는 물질적이거나 물리적인 '힘'은 물론 큰 의미 중 하나긴 했지만 핵심적인 가치에 포함될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힘'인 것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가장 간단하면서도 극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힘'이기 때문이기에, 그렇기에 사람은 '힘'에 매달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카이첼님의 글 내부에 있어 이것은 실제로 물리적인 '힘'을 뜻하는 바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는-아직은 속단일 뿐이지만- '의지'를 표현하는 일종의 은유라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위버는 '힘'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 와중에 만나 합류하게 되는 다른 일행의 모습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왕국 제일의 기사와 숨겨진 힘을 가진 왕녀 또한 '힘'이라는 부분에 있어 다른 등장인물들을 아득히 뛰어넘습니다. -물론 그레이스의 경우에는 위버가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만.- 그렇기에 에위나, 그레이스, 투리에, 실버와 위버의 사이에는 분명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는 셈입니다.

여행을 계속함에 따라 그러한 간극들은 점차적으로 메꿔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첫째로는 세이아라에서 에트니온에 탑승하여 에위나의 서포트를 맡는 시점에서부터, 가장 최근에는 실버와의 블록 대결에서 세계를 관통하는 깨달음을 얻는 부분까지. 위버는 쉴새없이 진화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최신 연재부분에서는 어비스의 대공조차 무력화시켜 봉인할 수 있을 정도의 역장마저 해체하기에 이릅니다. 또한, 에위나와의 관계에서도-이 또한 위버는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 그는 분명 어느정도 그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존재가 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동시에 거기까지 진화한 위버를 보면서, 실버라이트와 에위나와 위버의 관계를 보면서, 저는 헤겔의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전 작품에서 그 변증법의 논리를 부정했던 작가님을 떠올렸지요. 바로 자유라는 가치로 말이지요.

이제 왜 제가 이 글의 주제를 자유라고 서슴치않고 말했는가에 대한 답이 보입니다. 이 글의 향하는 바가 조금씩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글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혹은 전혀 다른 부분을 헛짚은 것은 아닐까,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닐까 싶어 조심스럽습니다만, 저는 이 글의 1부가, 나아가 전체적인 글의 전부가 지향하는 부분이 마침내 니체에 가 닿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 봅니다. 다른 분이 감상에서 써 주셨다시피 카이첼 님의 글에서는 니체에 대한 부분이 자주 언급되는 편입니다. 그것은 주인공의 이름이 위버라고 결정된 부분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주인과 하인이라는 관계의 설정에서도 그러했고, 에위나가 말하는 약자와 강자의 논리에 대한 부분에서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약자는 강자가 되어가고, 주인은 노예가 되어가는 모습이 보이려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조차 받지 못한 존재가 이 세계에 '던져'지고 아무것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것을 가진 존재에게 복속되어 '하인'이 되고, 마침내 그가 일어서게 되는 것. 사막을 건너던 미련한 낙타가, 사자가 되어 울부짖으며 다시금 어린아이가 되고, 그로써 진정한 위버멘쉬로써의 자유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기에 이 글의 주요한 주제가 바로 자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지난 번 언급했던 세 종류의 전혀 다른 소설이 하나로 합일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소설의 주제가 바로 자유를 향하는 것이기에, 지난 번에 제가 자신있게 주장했던 트릴로지로써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조악하고 판단력도 많이 떨어지는 감상이며 추천입니다만, 아직 끝나지 않은 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일이기에 살며시 말씀드려봅니다.

어떻습니까? 위버가 어떤 자유의 가치를 획득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카이첼 님의 트릴로지 중 마지막 하나.

'잃어버린 이름'

적극 추천합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19 Horrify
    작성일
    09.12.21 00:22
    No. 1

    오호~!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이라. 위버가 주인이 되고 에위나가....이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먼지덩이
    작성일
    09.12.21 00:24
    No. 2

    이거슨.. 연참을 부르는 추천글?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사나운아침
    작성일
    09.12.21 01:22
    No. 3

    추천글이라기 보다는 감상글 같네요 ㅋㅋ
    좋은 추천글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본 소설인데 왜 출판제의가 안들어가는지 궁금했다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49908♥
    작성일
    09.12.21 02:10
    No. 4

    좋아요, 좋아
    이건 3편감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용사지망생
    작성일
    09.12.21 02:20
    No. 5

    개인적으로 잃어버린이름을 읽고있기에 흥미를 느껴서 이 추천글을 읽긴 했지만, 이건 아무래도 감상문 같습니다. 네타도 있고. 거기다가 지극히 잃어버린이름 내용 안에 것으로만 다루고있어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데거 라든지, 변증법이라든지도 글의 흐름을 끊는 다고 생각합니다. 추천글이라면 모름지기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해야 할텐데 이 추천글을 그러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레벨V
    작성일
    09.12.21 03:36
    No. 6

    어떤 학생이 사전 찾아가며 이 추천글을 이해하려 할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청풍옥소
    작성일
    09.12.21 05:08
    No. 7

    상당히 좋은글이지만 동시에 상당히 머리아픈 글이기도 합니다...

    매니아층은 있어도 대중적이진 못할 수 도 있다고 생각듭니다..

    그래서 출판에서는 문제가 생길수 도 있을 듯 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별과이름
    작성일
    09.12.21 08:28
    No. 8

    카이첼님께서 조기종결이 두려워 출판계약을 하지 않는 다고 하신 것 같은데.......... 그래서 개인지를 내는 것이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月詠
    작성일
    09.12.21 17:49
    No. 9

    추천글이라기 보단 리뷰에 더 가까운 글 같습니다만 잘 읽었습니다

    카이첼님의 글은 그냥 읽기에는 좀 아까워서 공부하며 읽게되는 부분들이 많죠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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