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고전 문학도 읽었으면 합니다.

작성자
Lv.9 Stellar
작성
09.12.15 17:39
조회
893

장르 문학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고전 문학은 캐릭터에 대한 통찰력과 그 철학적 깊이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과 사색을 발견할 때마다 저는 독자분들과 작가분들 모두 고전 문학을 조금 더 애독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분명 장르 문학은 재밌습니다. 그 캐릭터들은 이해하기 쉽고 매력적입니다. 마치 달작지근한 초콜릿을 베어무는 듯한 느낌일까요? 호쾌하게 적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히로인과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기 쉬우며, 캐릭터들은 유머가 넘치고, 주인공은 멋지기 그지 없습니다.

그에 비하면 고전 문학은 스무 페이지를 넘어가는(!) 서술로, 장르 문학에서 프롤로그에 속하는 지면을 주인공의 흉을 보면서 독자를 질려버리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위의 딸>에서의 주인공은 말 그대로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인물이어서 제가 찾아가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또한 적대자들에 비해서 주인공은 형편없이 나약한 경우가 더 많으며, 심지어는 적대자 없이 혼자 고뇌하고 혼자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무슨 어처구니 없는 주인공인지 혼자 궁상 맞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말해주고 싶더군요.

남자답게 탁 미인을 낚아채서 히로인과 사랑에 빠지기는커녕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지 혼자 끙끙 앓고 있고, 유머는 반푼어치도 없이 씁쓸한 맛만 더해줍니다. 심지어 <백경> 같은 경우에는 여성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거칠고 징그러운 뱃사람들만 수십 명이 나옵니다. 아아... 그 짠 바다냄새와 땀냄새는 상상하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은 정말 찌질한(장르 문학에서는 찌질 -> 성장 -> 먼치킨 혹은 야망 달성이지만 고전 문학에서는 찌질 -> 발전 없음 -> 절망;;) 아이들인 경우가 많고 뭐 하나 간단한 일 하나 해결 못하다가 심지어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쏘고 죽어버리기까지 합니다. 맙소사!!

이런 형편없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고전 문학의 주인공들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 남아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고전 문학의 캐릭터들은 인간 내면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언뜻 봐서는 자기 혼자 사랑에 끙끙 앓다가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는 베르테르가 어리석어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영웅심리와 젊은 혈기에 도취되어 있는 젊은이라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작가는 이런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았고 결국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작품처럼 권총자살하는 결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까지도 이 '베르테르'라는 캐릭터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이름으로 살아 남아 있지요.

<적과 흑>에서의 쥘리앵 소렐은 마지막 재판 과정에서(고전 문학이어도 미리니름해도 되려나 모르겠군요...) 어리석은 부르주아 계급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고 정신적인 승리를 거둬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결코 주인공 쥘리앵을 독자의 바람대로 탈옥시키거나 연인 마틸드의 도움으로 구조해내지 않습니다. 결국 이 정열적이고 매력적인 주인공을 단두대로 보내지요. 그렇기에 이 쥘리앵 소렐이라는 인물은 불멸의 인물로서 승화되었습니다. 독자의 기대를 배신하면서까지 본인이 말하고 싶었던 것을 연출해냈기 때문에 오히려 쥘리앵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인 에드몽 당테스의 복수에 불타오르는 마음은 제가 지금껏 어떤 무협지에서도 읽지 못했던 깊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단지 아버지의 원수를 칼로 베기 위해서 수련을 한 다음 원수를 화려한 초식으로 무찌르는 것보다, 자신의 원수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가장 큰 마음의 고통을 안겨주며, 차근차근 한 발짝씩 파멸시켜나가는 모습은 그 어떤 복수물보다 강렬한 복수심과 분노를 내포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장르 문학에서도 깊이 있고 작가님들의 수많은 사색을 거친 매력적인 주인공과 캐릭터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결코 그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징르 문학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캐릭터들을 쓴 수많은 작가 분들 역시 고전 문학을 읽고 항상 고민하고 사색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고전 문학을 읽어보지 않은 채 생동감 있고 철학이 있는 장르 문학 주인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요리할 재료도 없이 진수성찬을 만든다고 장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분들, 독자 분들, 특히 10대 청소년 분들은 장르 문학과 더불어 고전 문학을 사랑해주셨으면 합니다. 왜 고전 문학의 등장 인물들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 받았는지, 왜 지금까지도 살아 남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면 장르 문학에서도 언젠가 이런 불멸의 주인공을 완성할 날이 올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길고 두서 없이 쓴 글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그런데 이거 한담란에 올려도 되는건지 모르겠군요.


Comment ' 9

  • 작성자
    Lv.1 영약비빔밥
    작성일
    09.12.15 17:42
    No. 1

    포지션은 적절한거 같은데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09.12.15 17:42
    No. 2

    고전이 오래 읽히는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죠. 세월에 의해 옥석이 가려져버린 만큼 확실히 좋은 글들이죠.
    다만 전 현대인의 감성(???)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고전소설은 좀 안맞더라고요. 장르문학 말고 일반소설은 적당히 읽히는데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바나나키친
    작성일
    09.12.15 17:54
    No. 3

    서양고전은 ..고전 내용보다 표현에잇어서 읽기에 잘 맞지않는것같아요. 그리고 번역이라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12.15 18:32
    No. 4

    고등학생때 많이 읽었어요 수능 끝난 이후부터는 안보게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제나프
    작성일
    09.12.15 19:47
    No. 5

    동양 고전이야, 적어도 한국 고전만큼은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네요. 고등학생이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黑月舞
    작성일
    09.12.15 19:52
    No. 6

    단순히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나, 혹은 어린이용 요약본(xx 소년소녀세계문학 등)이 아닌 완역본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Clari
    작성일
    09.12.15 23:41
    No. 7

    앗 적과 흑! 제목 잊고있었는데 오랜만이에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6 ArroTic
    작성일
    09.12.16 00:35
    No. 8

    완역본을 한번 읽어봤는데..... 확실히 요약본과는 차이가 나더군요. 아니... 차이가 엄청 큽니다. 완전 다른글로 느껴졌던.....[읽었던건 죄와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HaRang
    작성일
    09.12.16 01:15
    No. 9

    개인적으로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동화책 내용과는 완전히 딴판이죠=_=;;), 죄와벌,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 작품입니다. 니체 사상이 그대로 녹아들어있습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알렉산드르 솔제니친), 1984(조지 오웰), 이방인(알베르 카뮈), 채털리 부인의 연인(D.H. 로렌스), 보바리 부인(귀스타브 플로베르), 농담(밀란 쿤데라), 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위대한 개츠비(F. 스콧 피츠제럴드), 백년의 고독(가르시아 마르케스) 등을 추천 꽝 찍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전문학도 재미있는거 많지요 ^^;;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식사씬이라던가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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