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도덕의 두 영역.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
09.11.21 11:25
조회
928

1.도덕적 판단능력이란 감성이자 이성이다. 그리고 이 두 부분은 흔히 느끼는 것 이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한 사람을 죽여야만 다른 열 사람이 살 수 있다. 선택지는 단 둘이다. 열명이 살고 한 명이 죽거나 그 역 뿐이다. 그 열 한 명은 모두 죄없이 선량한 사람들이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이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그렇게 판단하는 이에게 칼을 쥐고 직접 그 사람을 죽이라고 해 보자. 더해서 그 사람이 무척 선량한 인상의 호인이고, 그의 눈을 보면서 직접 살해해야 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그 한 사람을 죽여 다른 열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이코패스나 되지 않고서야.

2.이러한 도덕적 감성주의와 이성주의는 윤리에 대한 판단의 중요한 두 축을 이룬다. 이성주의의 극치는 잘 알려진 칸트의 정연명령이다. 네 의지의 격률이 보편적 왕국의 법칙이 되도록 하라. 이 의견은 흔히 모든 종류의 자의성을 제거한 그야말로 수학적인 도덕법칙을 추구하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실은 그 반대다. 이것은 의외로 니체의 '영원회귀'와도 같은 사고를 반영한다. 보편의 왕국의 법칙이 되도록 판단하라는 것은 네 자유로서 최대한의 이성적 능력을 발휘해 '모든 경우'에서도 그것이 올바르다고 말할 수 있는 있는 최적인 도덕결단을 하라는 것이지, 기계처럼 굴라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진정한 도덕은 '자유'만이 구현할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유에 대한 옹호의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하여 너의 자유로운 이성이 보편의 왕국에 적합한 규율을 이루었다면 망설이지말고 언제나 따르라. 칸트의 '절대'적인 윤리는 이런 맥락이지. 차갑고 기계적인 도덕로봇 인간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기계적 윤리의 세계가 결과로서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런 세계의 개개인은 사실 자신들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3.도덕적 감성주의의는 저러한 절대적 도덕, 그리고 거대한 도덕에 대한 시도를 포기한다. 그 대신 그들이 내어놓는 것은 작은 도덕, 주변을 사랑하는 도덕이다. 현대 철학에서 이러한 도덕의 가장 열렬한 옹호자는 리처드 로티이다. 그는 절대적이고 큰 도덕은 어차피 개개인에게 와 닿지 않고, 자칫 하면 거대한 비극을 부를 수 있기에 오히려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가 작은 도덕을 옹호하게 위해 내어놓는 설명은 절절하다. 이차대전때 유대인을 구한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왜 유대인을 구햇을까. 인류로서 그것이 보편타당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들이 그 유대인을 구한 것은 그들이 자신과 같은 어머니이거나 아버지이고, 근처에 살던 동네의 이웃 이었고, 성실한 일꾼이자 친구였기 때문일 뿐이다. 도리어 그들에게 보편적인 민족상으로서 '유대인'에 대해 물어보면 아마도 호의적으로 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4.양자는 물론 분리되어 있을 뿐,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을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쪽을 포기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도덕이라는 영역을 관장하는 두 방식이 분리되어 있고 때로는 심각하게 충돌할 수 조차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5.칸트는 아마도 2, 3과 같은 구분을 부정할 것이다. 그의 기획에 따른다면 숭고함을 느낄 수 있는 미적 판단 능력은 그것을 통해 이 양자의 분리를 진실로 통합해낼 힘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자유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는 것이 일상적이고 작은 것에 대한 판단을 보편으로 끝까지 확장시킨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칸트의 이러한 기획은 참으로 장대해서 아마도 현실의 기획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의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6.클라우스 학원 이야기는 2, 3번을 주제로 쓰여진 글임. 어, 스포일런가!

7.구매하신 분들의 책에 대한 의견입니다.

http://www.munpia.com/bbs/mys_view_comment.php?id=an_353&no=503  

8.클라우스 학원 이야기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희망을 위한 찬가' 게시판의 공지글들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쪽지 주셔도 됨. 이상 광고였습니다.(...)


Comment ' 12

  • 작성자
    Lv.12 C.I.Caes..
    작성일
    09.11.21 12:32
    No. 1

    카이첼님 다운 홍보이지만 과연 이 글을 보고 선호작을 위해 달려갈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지는 의문 ㅠ_ㅠ 지못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루이네드
    작성일
    09.11.21 13:22
    No. 2

    1번보고 바로 클라우스 떠올리긴 했지만.. 으음;
    ..뭐랄까, 홍보글이 너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orz
    홍보글을 이해하고 오오! 라며 읽으러 가는 분이라면
    아마 그 분은 논술 공부 안 해도 괜찮은 분일 것 같.. <-어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매화검선
    작성일
    09.11.21 13:31
    No. 3

    카이첼님글보고 과학도가...그것도 과학의 극단인 컴공이..철학을 붙잡기시작했답니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어망
    작성일
    09.11.21 13:59
    No. 4

    말씀하신 뜻은 이해가 가긴 하는데, 그렇다고 바로 달려가고 싶게 만들진 않네요. ^^ .
    홍보성 글 신나게 하심이 어떠신지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흩어지는달
    작성일
    09.11.21 18:15
    No. 5

    희망찬은 샀지만.. 현재 돈이 없는지라 클라우스를 사지 못한다는 슬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담쟁이덩굴
    작성일
    09.11.21 22:15
    No. 6

    잃어버린 이름을 사야하기 때문에 돈을 아끼고 싶답니다...
    하지만 홍보글을 보니 마음이 끌리는군요ㅋ 저는 뼛속까지 인문학도ㅋㅋㅋ 하지만 제가 클라우스를 읽고 칸트의 정언명령에 대한 저런 깊은 이해의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gg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담쟁이덩굴
    작성일
    09.11.21 22:17
    No. 7

    (홍보글을 좀 더 스펙타클(!)하게 쓰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iet
    작성일
    09.11.21 23:05
    No. 8

    뭐랄까 칸트의 정연명령이라던지 영원회귀라던지의 생소하고 복잡한 단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길을 돌리게 하네요.
    그나저나 1번의 말은 이해하고 있지만 예로든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11명 모두가 세상에 없어도 사회가 아무 문제없이 돌아가며 찌르는 사람과 어떠한 관계도 없다는 전제하에 10명과 1명의 목숨을 두고 한명을 죽여야 나머지 사람들이 살수 있다면 누구든 1명을 죽일 것입니다.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당연한겁니다.

    물론 거기에 죽여야 되나 말아야 되나라는 갈등은 존재하겠지만 실리적으로 보면 10명을 살리는게 났고 10명의 목숨이 죽이는 자의 마음을 압박할 것이며 이러한 경우에서 만약 법이 살인을 해도 아무런 제제를 가하지 않는다면 자기 합리화를 통해 죽일 것 입니다.

    왜냐 일상에서 살인이 자주 안일어 나는 이유는 법 때문이지 도덕 때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위의 말에는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솔찍히말해 현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Clari
    작성일
    09.11.22 01:38
    No. 9

    아 수능생각난다........................ㅠㅠ 나 수능친지 얼마 안 됬지 참... 되게 옛날일같네요. 늘 비교대상으로 나오는 칸트의 정언명령과 흄 벤담 밀의 공리주의-_- 벤담은 양적 공리주의 밀은 질적 공리주의던가요? 칸트는 이성을 공리주의는 감정을 중시하고 흄이 공리주의의 시작점이고 주정주의이며.......... 아 미치겠따ㅠㅠㅠ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무개념학습
    작성일
    09.11.22 01:50
    No. 10

    작가님도 그러시고 글쓴 분도 칸트의 정언명령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하고 계시더군요.. 칸트가 쓴글을 자세히 정독하신다면 위글과 같은 예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한 결론 또한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전에 문피아에서 연재할 때도 그러한 논리로 인해서 보다가 흥미가 떨어져서 중간에 그만뒀던 기억이 나더군요..-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일
    09.11.22 05:48
    No. 11

    만일 칸트에 대한 제 해석이 틀렸다면 전거를 대어 주십시오. 위 해석은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전개한 숭고론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에서 도출된 결론입니다. 틀렸다고 아주 논리없이 말만으로 남의 이야기를 무시하는 것은 하는 것은 참으로 간단합니다. 그것으로는 세살먹은 아이도 평생 공부한 학자를 바보로 만들 수 있겠지요. 그 '자세한 정독'에 대해 보여주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카이첼
    작성일
    09.11.22 05:56
    No. 12

    저 자신이 같은 실수와 오만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위 해석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칸트의 글을 인용해 봅니다.

    숭고와 미의 가장 중요한 내면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자연미는 그 형식에서 합목적성을 지니고 있다. 이 합목적성으로 마치 대상은 우리 판단력에 맞게 미리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것 때문에 자연미는 우리에게 만족을 준다. 그러나 우리에게 숭고를 주는 것은 반목적적이며, 우리 현시능력에 부적합하며, 우리의 상상력에 대해서 난폭하다.
    자연의 대상을 아름답다고 부르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자연의 대상을 숭고하다고 부르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 자체가 반목적적인 것에 대해서 우리는 찬동의 표현을 줄 수 없다. 따라서 그 자연대상은 우리에게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숭고는 감성적 형식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의 이념에 관계하기 때문이다. 이념에 적합한 현시는 가능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 부적합함이 우리 감성에 현시됨으로써 우리는 이성의 이념들을 환기하고 그것을 느낀다. 폭풍우 속에서 파도치는 바다는 숭고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무시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 난폭하고 무시무시한 것이 우리에게 이념을 환기하도록 만든다.
    독립적인 자연미는 자연의 기교를 보여준다. 이 자연의 기교 때문에 우리는 자연을 하나의 법칙에 따르는 체계로 표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법칙의 원리는 우리의 오성 능력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즉 이 원리는 단지 판단력을 현상에 사용하는 합목적성의 원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 현상은 자연의 기계론적 조직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현상을 예술과의 유비로서 바라볼 수도 있다. 따라서 자연미는 자연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그 기계적 조직으로서 자연을 예술로서 자연의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숭고미는 예술과의 유비를 가능하게 하는 합목적성의 원리에 따르지 않는다. 또 이 원리에 적합한 자연의 형식이란 없다. 따라서 숭고미의 경우 자연은 가장 난폭하고 규정할 수 없으며, 그 무질서와 황폐하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미는 바로 우리에게 숭고의 이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의미에서 숭고미는 자연 그 자체의 합목적인 것을 현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과 전혀 독립된 합목적성을 우리가 감지할 수 있도록 그것을 현시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자연미에 대해서 그 근거를 우리 외부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숭고미의 경우 우리 내부에서만 그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것 때문에 숭고의 이념은 자연의 합목적성의 이념과 완전히 분리된다. 숭고는 자연의 어떤 특수한 형식, 즉 합목적적 형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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