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임경배님의 작품은 좋아하는 편이고 현재 네이버에서 웹연재 중인 [이계진입 리로디드]도 미리보기 결제해서 완결까지 쭉 내달렸을 정도로 재밌게 보았던 작품이긴 합니다.
하지만 재밌게 본 것과는 별개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르던 것이 있더군요. 왜 배신당해 복수하려는 주인공의 복수대상은 그렇게 악역으로서 반드시 해치워야만 하는 세상에 이로운 타입으로 나오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위에선 언급한 이계진입 리로디드에서 단 한 명 정도는 복수대상에서 벗어나 용서를 받기는 했지만, 이건 히로인적 요소라는 느낌이 강해서 저한테는 그닥 와닿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주인공이 복수하려는 대상이 예를 들어 왕이 되었는데 너무나 선정을 베풀어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위대한 존재가 되었다거나, 그가 죽으면 세상에 혼란이 와서 최소 수백 수천만이 죽게 되는 백해무익한 경우라던가.
가끔 보면 주인공들의 복수대상은 마치 주인공의 정의 혹은 정당성 같은 것을 흐리지 않도록, 찝찝한 느낌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정도로 나쁜 개새끼란 느낌으로 욕 먹게 방향으로 일관시키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니면 반드시 죽이지 않으면 세계멸망급의 재앙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한다던가.
또는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주인공을 배신한 것 때문에 악역이 후회하면서, 자기가 나쁜 놈이라고 자책하며 주인공의 심판을 받는 경우입니다. 특히 이 경우 그런 악역의 자책에 관련된 묘사가 자세하게 나오는 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전개의 소설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1. 복수물로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는 소설. 단, 이 복수가 적반하장은 아닐 것.
2. 복수대상은 과거는 어쨌든 주인공이 복수하려는 현 시점과 그가 죽기 전 결말까지는 위대하거나 결점 없는 세상 전체에 이로운 중요인물일 것.
3. 복수대상이 죽을 경우 최소 무고한 자들이 수십만 이상 죽는다든지, 그에 준할 세계적 재앙이나 혼란을 야기시키게 될 것. 그리고 그에 관해 묘사가 축소나 숨김없이 자세할 것.
4. 복수대상은 과거 주인공의 배신에 대해 필요 이상 자책하지 않을 것.
5. 복수대상이 죽은 이후 그 여파에 관해 주인공이 명확히 상세히 알고, 외면하지 못하도록 그 대가를 대가로서 알고 반드시 치러야 할 것. 예를 들어 복수대상의 죽음에 의해 죽어나간 무고한 자들의 가족들이 복수하러 온다던지.
6. 주인공이 복수대상을 죽인 이후의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분투할 수도 있으나, 그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복수대상이 살아있을 때의 영광은 최소 주인공이 살아있을 시절에는 찾을 수 없도록 할 것.
혹은 복수대상 이상의 위업을 세우지는 않을 것. 예를 들어 복수대상이 원래 마왕을 쓰러뜨릴 용사여서 주인공이 복수대상을 죽이고 대신 마왕을 쓰러뜨린다 할시, 결국 마왕을 쓰러뜨린다 할지라도 거기까지 오는 과정과 이후 결과를 종합하여 복수대상이 살아있었을 시보다 절대 나은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고 그것을 명확히 묘사해 드러낼 것.
7. 주인공은 복수대상을 용서하거나 타협해 살려놓지 말고, 반드시 복수해서 죽일 것. 그렇게 해서 위에 나온 사항들을 연출할 것. 단, 그렇게 죽이기 전에 주인공은 복수대상의 업적과 죽은 이후에 벌어질 여파에 대해 외면하지 않고 명확히 인지하고 있을 것.
제가 생각하는 것이 이 정도입니다. 적어놓고 보니 이런 소설이 과연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한 번 적어봅니다. 이런 소설이 정말 있다면 추천 부탁립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없어도 나중에 이런 부류를 쓰거나 나온 것을 찾으시면 그 때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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