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의 작은 나라 이소국의 파한(琶汗)은 수십 년간 중원무림을 넘보고 있었다.
허나 이미 중원은, 다화사(多話士) 서효원, 불세출(不世出) 사마달, 천년내공(千年內功) 와룡강과 자웅을 결하던 발해혼(渤海魂) 금강이 용신계(龍神界, 판타지)와 평인계(平人界, 현대물)를 아울러 문성궁(文聖宮)을 세워 궁주 위에 오른 뒤, 각계의 절세고수가 할거하는 무예부흥(武藝復興)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파한은 일단, 문성궁의 그늘 아래 융성한 고수들의 면면부터 조사할 심산으로 무상 동방존자를 중원에 파견했다.
그리고 오늘, 2년만에 돌아온 동방존자가 파한을 만난다.
“그래, 어떠하던가?”
“네. 현재 무림은 고무림계, 용신계, 평인계, 이들 삼계가 정족을 이뤄, 혹은 경쟁하고 혹은 보완하며 보기 드문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사옵니다. 고무림계는 비영문의 철산협과 공동의 전인 설경진인이, 용신계는 약먹은 인삼으로 각성했다는 헤론이란 색목의 노고수와 초인의 길을 걸어온 이방인 요삼이, 평인계는 객잔의 일개 숙수(熟手)라는 신분을 딛고 무적의 지위에 오른 준욱신군과 회귀의 장으로 반노환동한 조아공(早兒公)에 의해 평정되어 있습니다.”
“육인천하라.. 재미있군. 하지만, 용신계와 평인계는 본좌에게 그다지 익숙하지 않군. 고무림계에 대해 더 얘기해 보게나.”
“예. 고무림계는 비록 비영문과 공동에 의해 장악되었다 하지만, 양파에 속하지 않으면서 각기 절세의 기예로 일가를 이룬 자들이 셋 있었습니다. 암천제, 불패신마, 천산도객이 그들이며 강호인들은 그 셋을 삼황(三황)이라 일컫더군요. 그 외 광검, 패왕, 신마기협, 포천망쾌, 와룡을 오제(五帝)라 칭송하며 떠받들고 있습니다. 또한, 세력으로는 칠룡문이 비영문과 공동을 위협하며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세력으로는 비영문, 공동, 칠룡문이라∙∙∙! 우리 이소국의 사패천과 비교하면 어떻던가?”
동방존자는 고개를 젓는다. 파한이 더 묻지 않는다. 낯색이 어둡다.
“세력은 미칠 바 못된다지만, 이소국에도 많은 고수들이 있다. 특히 젊은 영재들이 많이 있지∙∙∙. 십년 내에는 견줄 수 있지 않겠는가?”
동방존자가 나직한 한숨을 내쉰다.
“이미 중원에 무서운 신진고수들이 등장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오절(五絶)이라 칭하는 그들 때문에, 앞으로 이소국의 입지는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한이 침중한 신음성을 흘린다.
“흐음.. 기존의 고수들로도 부족해 새로운 강자들이 끝없이 배출된다? 무섭군, 중원은∙∙∙! 그래, 그들에 대해서도 조사한 바가 있는가?”
“먼저, 눈에 띄는 자는 “성길사한”이 세운 홍빈루 출신, 무패천입니다. [군림무적] 을 꿈꾸고 있는 자이지요. 이자 또한 회귀의 장으로 반노환동한 고수입니다. 아직 군림의 길을 걷고 있지 않으나 ‘표리부동반어공’과 특이한 ‘여성혐오공’으로 이미 그를 따르는 자, 3천이 넘는다고 합니다. 사람됨이 삿되고 기벽하다 하여, 동사(東邪)라고 부르지요..”
“그 뒤를 이어, “태동”한 지 얼마되지 않는 무당파의 신진고수, [무당잠룡] 곽소운이 있습니다. ‘애정시선불감증’이란 불치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호방함과 대작(블록버스터)급 행동으로 2천에 가까운 고수들이 그를 좇고 있습니다. 말이 모질고 독하다 하여, 서독(錫)이라 합지요.”
“비록(秘錄) [동행기(同行奇)] 를 좇는 무진이란 자도 있습니다. 일개 청부업자에 불과하고, 여인들이 기피하는 ‘내유외강심법’을 익혔음에도 불구, 또다른 기공 ‘은근다정심법’에 기초한 ‘원칙준수도법’으로 전대고수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성수”라는 자가 키웠고, 오제의 하나인 심심상인 와룡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자라 합니다. 이 자 또한 이미 1천의 무리를 모았지요. 그가 추구하고 좇는 정통성 때문에, 무황의 일맥이 아닌가 하여 남제(南帝)라고 불립니다.”
“ [황룡무적] 진좌겸은 오절 중에서는 가장 늦게 주목받은 자입니다. 출도해 처음 만난 점소이가 회고하는 ‘철면피공’의 이 자의 주특기입니다. 자신만만하고 재기발랄한 신진고수지만, 미색을 탐한다고 합니다. 그를 좇다보면 강호의 절세가인들을 두루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농이 무림에 자자합니다. “박정구로(薄情九老)”의 공동제자답지 않사오나, 천마와 질풍, 파천과 황룡이 그의 뒤를 밟고 있으니, ‘좌충우돌검법’으로 은폐하고 있는 ‘좌중몰입검법’을 조만간 드러낼 것으로 사료됩니다. 게걸스런 짓거리와 꾀죄죄한 차림새 때문에, 그를 북개(北丐)라 합니다. 그 또한 이제 5백이 넘는 따르는 이들을 두고 있습니다."
“칠철각의 “최한자”가 키운 중신통(中神通) 마웅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절세의 고수입니다. 그의 [강호고행기] 를 접한 자들 중 마음이 여린 자들은 눈물까지 보인다 합니다. ‘심리묘사공’에 기반한 ‘은근자상권법’과 ‘독기만발검법’이 뒤늦게 주목을 받으며, 최근 욱일승천의 기세로 기존의 절대강자들을 넘보고 있습니다. 무공만 놓고 보면, 삼황오제와도 겨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평입니다. 아직 따르는 자가 1천 내외에 불과하나, 소인이 보기엔 오절 중 가장 먼저 문성궁 ‘황금최고백서(골든베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파한이 탄식한다.
“과연 문성궁은 무서운 곳이로다. 앞물결은 호연하고 뒷물결 또한 장대하니, ‘조아문’과 ‘대시인사이도보’가 그 앞에 맥을 못추는 것도 하등 이상할 게 없구나! 이소국과 같은 작은 나라는 언제쯤이나 중원을 넘볼 수 있다는 말인가∙∙∙.”
수심 가득한 파한의 뇌까림을 들으며, 동방존자 또한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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