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환님의 "아스카". 이렇게 멋진 글을 읽고서 추천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어떻게 추천을 해야 영혼의환님께 폐가 안 되게, 작품을 잘 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쓰고 보자는 심정입니다.
조금 밑에 있는 홍보글에 나오다시피 이 소설은 네 명의 주인공들이 엮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태어나자 마자 황녀를 지키는 '수호성'으로 점지되어, 귀족처럼 교육받고 황궁에서 황녀와 같이 살아가지만 창녀의 자식이라는 비천한 출신성분으로 인해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 아스카. 쾌활한 성격이지만 최고의 귀족 가문의 장자로써 가문의 명예를 지켜나가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가진 마리오. 말괄량이 황녀 샐리. 다람쥐처럼 귀여운 사제 세리아. 이들은 어릴 때부터 만나 스스럼 없이 지내며 친구로써 자라나지만 (샐리와 아스카는 주종관계.) 시대가 변하고 어른으로 성장함을 통해 어떻게 이들의 관계가.....
음. 아직까지 어떻게 전개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국에는 다 파탄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특징이 바로 비극적인 결말을 초반 도입부에서부터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그렇게 되고 말았는지 마리오가 담담하게, 그리고 씁쓸하게 추억하며 회상하는 식이지요. 그래서 더 슬픕니다. (그 결말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만 미리니름이 될까봐 아낍니다.)
'아스카'를 읽으면서 아다치 미츠루씨의 만화 H2가 생각났습니다. 그다지 많은 대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절묘하게 젊은 청춘의 풋풋한 4각 관계를 묘사한 만화지요. 이 소설 또한 H2처럼 감성적입니다. 전민희님의 세월의 돌이나 윈터러같은 그런 서정적인 느낌과는 다르지만, '아스카'에는 무언가 가슴을 아련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 있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그리고 사춘기 시절 같은 집에서 살던 친구들과 늘상 싸우며, 화해하며, 서로가 마음이 엇갈리며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제게는 이 소설의 감성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시대배경도 제게는 또 하나의 흥미요소였습니다. 전근대 판타지물이죠. 프랑스 혁명 당시와 좀 닮았다고 할까요? 때는 바야흐로 계몽사상이 퍼지고, 소수가 다수를 다스리고 있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르는, 급변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제가 사실 나폴레옹 시대배경을 매우 좋아합니다.)
아직까지 분량이 스물 몇 편으로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마음 아프게 하지만, 작가님이 거의 매일 성실히 연재하고 계십니다.
사실 이런 소설은 한 편 한 편 기다려서 보는 것 보다는 한꺼번에 쭉 달려야 더 깊이 몰입하여 읽는 맛이 있을 것인데... 보시고 나서 "아 놔, 다음 편 얼른 안 올라 와? 좀 더 묵혔다가 볼 걸." 하는 생각이 드실까봐 죄송스럽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 누가 더 세니, 어떻게 하면 더 강해져서 그 놈을 죽일 수 있니, 탁 치니 억 하고 죽고, 또 죽고, 너 죽고 나 살고 아싸 내가 지존이네~ 하는 식의 식상한 전개에 질리신 분께는 더더욱 강추해 드립니다. 간지러운 소녀적 감상과는 다른, 더욱 아련한 무언가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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