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에 습작을 하던 무렵의 일입니다.
어느 사이트나 진입장벽은 있게 마련이죠. 제가 연재를 시작한 곳도 그랬습니다. 한 페이지에 올라오는 모든 글 중에 제 글 조회수가 가장 낮았거든요.
딴에는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던지라 너무나 속이 상했습니다. 결국은 다음편을 올리러 가서는 먼저 전편들을 전부 열번씩 클릭해 조회수를 올리고는 다음 편을 올렸습니다. 횟수는 적으나마 엄연한 조회수 뻥튀기였죠.
그런데 저는 그 짓을 그리 오래 하지 못했습니다. 들켰냐구요?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느날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그런 짓을 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고요. 남들은 모를지 몰라도 저는 그 조회수가 거짓인 걸 아니까요. 그 숫자만큼의 사람들이 제 글을 보고 있지 않다는 걸 아니까요. 이런 짓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짓을 집어치우고 결국 편당 10 내외의 조회수만을 찍은 채로 그 글을 완결해 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그 때 이후로, 저는 조회수 조작을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조금 다르지만, 홍보도 하지 않습니다. 원래 선작 감사글 정도는 올렸습니다만, 그 글도 홍보로 간주된다는 공지가 올라온 이후로는 그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담으로라도 봐 달라 선작해 달라 추천해 달라 말하지 않습니다. 연재분에 달린 리플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귀한 시간을 할애해 제 미흡한 글을 추천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한마디 드리지 않습니다. 어느새 그런 싸가지없는 글쟁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고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일 뿐입니다. 글쟁이는 글 안에 존재해야지 글 밖으로 너무 자주 튀어나오면 안된다는, 그 때 깨달은 사실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글을 쓴다는 것은 외로운 작업입니다. 순간 순간, 댓글 하나에, 추천 하나에 영혼도 팔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을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합니다. 하지만 그 틀을 깨고 나가야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글 쓰는 자신을 위해서요.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글쟁이는 점점 외로워집니다. 끊임없이 남들의 관심에 허덕이며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글쟁이는 어쩔 수 없이 불행해집니다.
남들이 아닌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요.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 분을 위해서...라는 자세는, 고결하지만 범인이 가질 수 있는 자세는 아닙니다. 차라리 글을 쓰는 본인 스스로를 위해서 글을 쓴다는 마음을 가지시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글쟁이가 불행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글을 쓰는 것이 즐겁지 못하고, 글쟁이에게 열등감과 슬픔만을 안겨주는 작업이라면 그 글은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세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신의 글을 알아봐주는 지문(知文)을 만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왜 아무도 내 글을 사랑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상처받는 일은 조금은 줄어들 겁니다.
저는 글을 쓰는 모든 동도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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