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을 보다보면 이기어검술에 대해서 나옵니다. 흔히 유도탄처럼 검에 막강한 경력을 실어서 쏘아내는 것처럼 나오는데, 이렇게 설정하면 탄검이나 암기술과도 구별이 안 가고 별로 매력이 없지 않나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던지는 것이 들고 휘두르는 것보다 위력이 강하다는 것도 납득이 안 가고... 뭐, 문제는 영화에서까지 이기어검술이 그런 식으로 묘사된다는 점이지만요.
그런데, 수십년의 세월동안 무협에서 이기어검술은 검을 이용한 미사일 날리기로 묘사되었고,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는 점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입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지요.
제가 무슨 무술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동안 읽은 무협소설의 내용을 바탕으로 도의 요점은 강맹함이고, 검의 요점이 변화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기에 도법의 최고봉이 파괴력의 극한인 강기라는 점은 자연스럽지요. 그렇지만, 검법의 극한인 이기어검술이 파괴력에 집중한 유도탄 날리기라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검법의 극한이라면 당연히 검의 특성이 극한에 다달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변화의 극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검의 특성인 변화를 극에 달하도록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예전 어떤 소설에 나왔던 검법에 검의 민활함을 더욱 살리기 위해 손목이 아닌 손끝을 사용하여 검을 놀리는 검법이 나온 적 있습니다. 김용님의 천룡팔부에 나오는 육맥신검도 마찬가지 이치의 검법이죠. 검의 변화를 보다 현란하게 하기 위해, 팔꿈치보다 손목, 손목보다 손끝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 아닐까요? 한걸음 더 나아가 변화를 육신이 아닌 기로써 행한다면 검의 움직임이 더욱 현란해지지 않을까요?
손끝에서 귀신붙은 듯 돌아가는 현란한 검의 움직임. 이것이 오히려 이기어검술에 좀 더 어울리지 않는가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혹시 이런 설정의 소설이 벌써 있는데 제가 뒷북친 건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볼만큼 봤지만 이런 무협은 못 봐서 끄적여 봤습니다.
다른 고수님들의 의견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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