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앙상블(Biblia ensemble)#
-낙원으로 향하는 영혼의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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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귀가 뜨거웠다. 아니, 온몸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열대우림의 스콜마냥 그렇게 미친 듯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는 뜨거운 몸을 꽉 붙들고, 등 뒤에 기댄 벽 쪽으로 점점 몸을 움츠렸다.
추웠다.
이렇게 내 피는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뜨거운데, 몸은 점점 차갑게 식어가면서 감각조차 잃어가고 있다니.
달달 떨리는 입술을 꽉 깨문 나는, 똑같은 우산을 쓰고 똑같은 모습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을 망연히 올려다보았다.
발끝만 바라보며 걷는 것이 마치 자신들에게 내려진 천명인양, 길가에 있는 나를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는 사람들.
아마 그때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이대로 차가운 돌덩이가 되어 죽어버릴까’ 라고 생각한 순간, 내가 귓가를 울리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었던 것은.
“그런데 있으면 감기 걸려.”
믿을 수 없다는 듯 번쩍 고개를 든 내 눈에 무심한 빗방울 사이로 환하게 웃고 있는 한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그 웃음이 너무 따스해서였을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문득 뜬금없는 말을 내뱉어 버렸다.
“내가… 보여?”
나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던 그녀는 이내 다시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당연하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차디찬 겨울 같았던 공기는 한 순간 따뜻한 봄이 되어버렸고, 회색으로 가득 찼던 세상은 눈부시게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어느새 몸의 떨림이 멎어버린 것을 느끼며, 나는 눈앞에 내밀어진 가느다란 손을 향해 조심스럽게 팔을 들어올렸다.
비정상적으로 차가운 비가 내렸던 한여름의 저녁.
나는 그날,
낙원을 향해 함께 떠날…
따스한 동반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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