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이라면 풀플레이트를 입은 사람이 가벼운 무장의 레이피어를 상대한다는 것은 아주 웃기는 발상이죠. 도데체 무슨 수로 쫓아가서?
풀플레이트를 상대하는 방법은 거의 정해져 있지요 헤머나 모닝스타 같은 것으로 갑옷 채 박살내버리는 수 밖에요. 플레이트로 무장한 기사들 끼리 검을 들고 싸운다면 그 검들은 날이 선 검이 아니고, 비교적 뭉툭한 양손검이 될 겁니다. 찌르기 위한 첨단은 대신 날카롭겠죠 윗분 말대로 하프소드가 가능한. 철깡통들이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검을 굳이 쓰는 이유는 몰라도 그게 먹히는 원리는 간단하죠. 중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운 기억들이 나실겁니다. 힘이 모이는 면적이 작으면 작을 수록 대상이 받는 힘은 더욱 커진다는.
그리고 풀플레이트를 착용하고 있다고 해서, 찌르기가 미끄러 진다거나 빗나가는 경우도 그다지 많지 않았답니다. 그만큼 경면처리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니 말이죠. 힘과 속도만 충분하면 비교적 쉽게 뚫렸던게 플레이트 였습니다. 단지, 싸움을 해보신 분이시라면 짐작을 하실테지만 전쟁터에서 10분이상 자신이 가진 힘을 조절하면서 끝까지 흥분하지 않고 찔러 죽일 수 있는 힘을 유지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
싸운다는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시간 두시간 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립니다. 5분간만이라도 목숨을 걸고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다면 이미 베테랑이죠.
그런 싸움을 목숨을 걸고 하는 곳이 전쟁터였습니다. 풀플레이트가 효과를 발휘 하기엔 좋은 곳이었죠. 전투 개시신호가 울려퍼지고 달려가면서 벌써 힘을 쓰고, 맞붙어서 몸싸움을 하면서 이미 태반의 힘을 다 써버립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기사들이 렌스 차징을 위해 말의 피를 덮이면서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멀리서 보는 순간 부터 현실적으로 그것을 막아내야 하는 보병들은 심리적으로 이미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하지만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더라도 파이크를 곧추세우고 끝까지 자신이 맡은 자리를 지킬 수만 있어도 나름 강병 취급을 받던 때였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은 파이크가 흔들리지 않게 각도를 유지하면서 그냥 잡고 있을 뿐이고, 땅이 파이크를 지탱하는 거죠.
말이 옆으로 잠깐 샌 것 같은데. 결론은 뭐 그렇습니다. 제아무리 철로 둘러도 무기를 들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무계와 장갑의 두께라면 당시에 전문적으로 그런 플레이트를 상대하기 위한 찌르기 위주의 무기인 에스터크 같은 것에 쉽게 뚫려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링이라는 것이 발달했고, 기사들은 그것을 거의 평생 수련해야 했죠. 몸을 비틀어서 긁히는 정도에서 찌르기를 피하는 수련 말이죠. 하지만 비슷한 순발력과 실력이라면 레이피어나 에스터크를 든 상대를 플레이트를 입고 상대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에스터크를 저주하는 어구가 나오는 문헌까지 있다고 하더군요. 출처는 까먹었습니다....ㅡㅡa
아, 그런데 레이피어가 혹 삼총사 같은 소설에서 나오는 낭창낭창 휘어지는 것이라면 애기가 좀 틀려질 수도 있겠습니다. 보통 속도와 실력이 아니고서는 휘어지는 무기로 갑옷을 뚫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빨대를 들고 두꺼운 마분지를 휘어서 세워놓은 후 뚫어 보십시오. 빨대 끝에만 좀 단단하고 날카로운 것을 짧게 끼워서. 그게 가능하시면...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방금 레이피어로 비싼 풀플레이트하나 해먹으신 겁니다.
흠....풀플레이트도 종류가 있는데 그것은 일반 보병기사와 진짜 중장갑의 기병용이 있습니다. 이 기병용은 플레이트의 황금기에도 매우 드문 것이었는데 대부분 의장용이나 시합용으로 쓰인 경우지만 실제 전쟁에서도 쓰인 경우가 있다고는 합니다. 다만....차징에 들어가서 살아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고 합니다. 너무 무거워 기중기로 들어올려야 할 정도다라는 농담이 나온 것이 이 기병용 헤비플레이트 때문이죠. 차징의 대상이 되는 보병의 종심두께가 두꺼우면 들어갔다가는 살아서 나오질 못했습니다. 충격으로 큰피해는 줄지언정 말의 속도도 그만큼 줄어버리고 병력에 파묻혀서 낙마하는 순간 이미 반쯤은 조상님을 만나고 있었을 테니까요.
플레이트를 입고 있는 기사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다른 것이 없죠. 전쟁터에서 심리적인 긴장으로 이미 온몸의 힘이 빠져버리고 악으로 근근히 버티는 상황에서 무거운 것을 입고 싸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였습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힘과 체력이 가장 우선시 되는 이유가 그것이죠. 드물게 대규모로 몇만명이 붙은 회전에서도 사망자는 몇천명...이것도 괴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투 개시후 얼마지나지 않아 힘이 빠져 버리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기가 정말 힘든 실정이었습니다. 그 사망자들도 대부분이 어느 한쪽이 도망가다가 추격전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었죠. 전장에서 가장 사람을 많이 죽이는 병과는 궁병과 경기병이었습니다. 나이트가 아니라 카발리어였죠. 이유는 바로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은 플레이트도 드물었습니다. 대부분이 호버크 같은 체인메일류를 장비하고 싸우는거죠. 그것도 욕나올 만큼 무겁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플레이트정도는 아니었으니.
그리고 플레이트를 입은 상태에서 소드앤 실드는 정말 넌센스 입니다. 방패의 무계나 플레이트의 무계나 체감상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있었다면 그건 그야말로 괴물이죠. 철플레이트를 입고 우든 실드를 든다?.....ㅡㅡa 이건 또 무슨 넌센스 겠습니까? 그럼 철플레이트를 입고 히트 실드를 든다? 이것을 실험해 보고 싶으시면 군대에서 완정군장을 하고 왼손에 k2를 들고 오른손에 등에 맨것과 똑같은 fm대로의 군장을 들고 칼춤을 한 10분간 춰보시면 얼마나 미친짓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플레이트에 차징렌스에 방패를 들고 있는 마상창시합을 보시고 으례 그것이 기사다라고 생각을 한다면 이건 정말 오판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시합은 후다닥 끝납니다. 한번 부딪히고 승패가 안나면 좀 쉬다가 다시 붙는거죠. 게다가 전쟁용 방패는 더 큽니다. 왜냐하면 시합에서 활을 쏴붙이지는 않거든요.
플레이트가 유행하던 시기는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장궁과 석궁 때문에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로 그냥 링메일, 체인메일을 입고 제대로 된 히트실드등의 방패를 들고 싸우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거든요. 상체만 착용하는 하프 플레이트 조차도 유연한 움직임을 상당히 제약하는 터라 그냥 방패를 하나 들고 다니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음...쓰다보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해 놓은건지 알 수가 없군요...왜 이랬을까요?... .....그래도 이왕에 쓴거 그냥 둬버려야 겠군요.
쓰다가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오니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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