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07.11.13 10:21
조회
782

검은 무기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무기는 약자의 선택이다.

발검이 가해를 위함이 아니라면 무엇을 지키려 함인가?

강함이란 초월에 있다. 강함에 집착은 나약의 반증이며

강하고자 하는 염원을 버리지 못하면 약함을 벗어날 수 없고  

그 연연엔 진정으로 강한 자가 될 수 없다.

여기 강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강한 인간이었으나 끝까지 강한 사람으로 남을지는 미지수인 채

그만의 발검사유가 펼쳐진다.

***

인생(人生)사 록피(鹿皮)에 가로왈(曰), 피목(彼目)은 잊기로 했다.

그 모든 외의(外意)에 대한 자의(自意)로 박은 쐐기를 머물지 않는 바람으로 삼되, 흔들림 없는 뚜렷한 의지(意志)만을 그 머물지 않을 바람에 닻으로 삼고 살리라.

***  

“나와 너의 차이점을 말해줄까? 넌 인간이지만 난 아니야!

인간은 약점이 많지. 악마는 약점 따윈 없다.”

“인정하지 그게 약점이라면, 하지만 악은 나약한거야 나약이란 약점 그 자체지.”

“훗..악마는 인간을 이길 수 없지 않을까. 인간에겐 훌륭한 무기가 있으니까.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유일한 존재이지. 거짓은 신(神)조차 이길 수 있는 무기야”

“아니. 악마(惡魔)는 증오를 내밀고 신(神)은 방관에 숨고 인간(人間)은 사랑으로 가릴 뿐이지. 누구의 무기가 낫다고 할 수 있을까?”

***  

스승들과 사부는 이해(理解)와 납득(納得)으로 무(武)를 얻었고 공(空)은 용해(溶解)와 체득(體得)으로 무(武)를 지녔다.  

그들도 나름은 무에 관한한 천재적인 자질과 소양을 갖춘 선천의 무인들이었으나 물 닦는 마른 광목 마냥 빠르게 모든 걸 흡수하는 공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문 대주! 어찌 된 것이야? 서 태는? 이 명 공자는?”

“서 태가 이 명 공자를 공격하다 보다시피 기루가 무너졌습니다만

둘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소.”

먼지를 뒤집어쓰고 뛰쳐나온 문 기정이 근위대주 양 전의 물음에 답했다.

“무어라? 서 태를 놓쳐서도 아니 되지만 보다 공자의 안위가 중요하다. 서둘러 공자를 찾아라!”

“존명(尊命)!”

고 일의 고함에 걷히지 않은 먼지 속으로 무사들이 뛰어들었다.

서 태는 이 명을 향한 내력실린 일격에 기루가 무너지는 순간 공격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알았지만 오장 밖의 다른 지붕에 내려앉고선 격운비수(擊隕匕首) 고 일을 앞세운 천일방의 무리가 오는 것을 보았다. 생각지도 못한 어린놈에게 발목 잡히고, 그 놈이 귀제의 제자라면 아까의 범상찮은 검수들은 서령사호(徐寧四虎)가 틀림없으니, 거기다 천일방까지라면 도저히 승산 없는 일. 일진이 사납다고 여겼다. 이젠 애송이가 어찌되었건 상관없이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여기까지 힘들게 신물(神物)의 단서를 쫓아 왔건만 후일을 기약해야 한다는 게 분했으나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은 체념보다 큰 상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했다 누가 기척 없이 자신의 뒤에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서 태는 천천히 돌아섰다 꿈을 꾸는 것인가. 이상한 날 이었다 이번에도 새파란 애송이. 공(空) 이었다.

서 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두려움. 정말 오랫동안 잊고 살던 강자에게 느끼는 공포였다.

혼백처럼 흐느적대며 자신의 패도를 무력화했던 솜털애송이도 무서울 것까진 없었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적도파(赤刀把)언월도(偃月刀) 한 자루로 강호를 종횡한지도 사십 여년, 무수한 결전을 지났지만 싸우기도 전에 마주해서,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을 가진 자는 세손가락에 들었다 그것도 모두 경륜과 명성 있는 백대고명들이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어린애송이가 풍기는 기도에 위압, 아니 제압당했다.

‘피해야한다’

예전에도 강자를 적으로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둘 중 하나였다.

굽히거나 피하거나. 그건 서 태에게 타산이 아닌 본능 이었다.

서 태와 싸우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그가 도망가는 것도 원치 않은 공(空)은 퇴로를 막았을 뿐 이었다 호락해 보인다면 덤벼들 것이 뻔하니 사나운 개에게 짐짓 개장수로 보이는 중이랄까. 과연 서 태는 꼬리를 말았고 이빨을 드러내지 못했다. 독 오른 뱀은 땅꾼을 피하려 전전긍긍했다.

“저..젊은인 누구요?”

적이 확실한지는 알 수 없으나 호의는 없다는 걸 잘 아는 서 태는 어색하게 묻고는 공(空)의 눈치를 살폈다.  

대답조차 없이 계속되는 강경한 위압이 짓눌러오자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 할 때 아래쪽에서 호통이 들려왔다.

“이놈 서 태야! 언감생심 신물(神物)에 눈이 뒤집혀 만행을 일삼고도 백주에 난동을 부리다니 본방을 경시한 걸 이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고 일은 일방의 방주이자 일대에 이름난 고수였으나 두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고양이가 주는 호랑이를 피할 기회에 서 태는 반갑기 까지 하였다.

“크흐 네놈이 뵈는 게 없나보구나 맹(盟)에 빌붙어 간덩이만 키웠느냐? 믿는 구석이 있는가보다만 후회가 무엇인지 알려주마!”

범 앞에 쇳덩이로 전락했던 언월도가 묘를 향해 시퍼런 날을 세웠다.

***

바람 잠잠한 오후의 들녘을 가득 채우는 햇살이 느긋한 두 여행자의 어깨에 나른한 오수의 유혹으로 내려앉았다. 기주를 떠난 지 여드레가 되었으나 급할 것 없는 여행길은 아직도 충분히 닿고 남을 명주를 향하고 있었다. 별 허기를 느끼진 않았지만 때가 지났기에 공은 졸림 서린 눈으로 무표정하게 걷는 명을 향해 물었다.

“배고프지 않아? 마음에 점하나 찍고 갈까?”

“아하 안 그래도 점심(點心) 먹자고 말하려던 참 이었어요”

“저 쪽으로 냇가가 있는 듯하니 천렵을 하면 되겠군. 내가 갔다 올 테니 명은 불을 맡아줘.”

“알았어요. 얼른 피워 놓고 있을께요.”

이내 공 과 명은 숲 과 내를 향해 모습을 감췄다.

냇가에 이른 공에게 어디선가 도란도란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여인들의 목소리였다. 근원지를 살펴 올라가니 상류 쪽에 세 명의 소저들이 발목을 냇물에 담그고 앉아 화기롭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호호 옷들을 말려 개어 챙기고 나니 속이 다 말끔해지는 것 같네 이런 원행은 처음해보니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우.”

“그러게말야 음식이고 잠자리고 벌써 태음장(太音莊)이 그리워진다니까 까르르..사매는 어때 참을만해?”

말을 건네받은 사매란 소저가 대답하려다 말고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도 같은 의문스런 표정으로 공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과 눈이 마주쳤다.

한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아니 맞물린 존재(存在)간의 사슬이 터져나간 것 같았다. 모든 사물이 시공(時空)을 이탈하여 제각각으로 머물렀다. 냇물은 여전한 속도로 흘렀지만 숲 속의 나뭇잎을 쓸며 지나는 바람은 하염없이 느렸고 냇가에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도 속력을 잃었다. 투영되고 반사되는 찬연한 햇살은 냇물에 부딪고 물빛이 되어 사방으로 튀어 공간에 이리저리 박제처럼 붙박혔다. 부분적인 영상과 달리 완전히 멈춘 것은 소리였다. 그 순간의 시공(時空)에 유일하게 소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극도로 짧은 정지(停止)는 영원처럼 느껴지었다.

공이 그들을 발견한 직후 갑자기 대화가 뚝 끊겼다. 낯선 사내의 기척을 알아 챈 여인들의 시선이 일시에 공을 향했기 때문이다. 은밀히 몸을 숨긴 것도 아니었지만 일부러 드러내고 나선 것도 아니었기에 부스럭거림에 놀란 사슴 같은 눈동자들이 자신을 주시하자 적이 당황스러웠지만 공은 입을 열었다.

“방해가 되었다면 미안 하오 본의가 아니었소. 그럼..”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뒤돌아 내려가는 공의 뒷모습이 없어질 때까지 여인들은 아무 말이 없다가 공이 보이지 않고 나서야 서로 시선을 마주하며 소란을 떨어댔다.  

    

    

공은 모닥불에 물고기들을 걸고 소금을 뿌린 후 하룻밤 유숙을 한 뒤 아침 무렵 떠나왔던 의완에서 가져온 주먹밥을 꺼내며 늦은 점심을 차리는 줄곧 아까의 소저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날 줄 몰랐다. 곧 노릇하게 잘 구워진 물고기를 곁들인 조촐한 점심을 시작했다.

“공 사형 무슨 일 있어요?”

“응..아니”

무언지 다른 얼굴이 되어 있는 공이 이상했지만 명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

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창작은 막연한 동경 이었습니다.

이렇게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있고 나름의 체계가 짜여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창작의 결과물, 즉 글짓기를 통해 완결된 하나의 작품이 감나무 꼭대기에 잘 익은 홍시라면 나무아래 입 벌리고 있는 다고, 감 맛을 보게 될 순 없겠지요. 하여, 감을 한번 따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직은 ‘감’의 맛을 상상만 할 뿐이지만 멈추지 않고 노력한다면 그리던 ‘맛’을 느끼고 지니는 날이 오겠지요. 막상 습작을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하고 있습니다. 고진감래라고 했듯이 어려움이 크고 난관에 부딪칠수록 열매의 당도는 깊어지는 것이라 위안합니다.  

이제 글 이라는 큰 나무타기에 첫발을 내딛어 봅니다.

막상 아무것도 아닌 몇 줄을 쓰는데도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아마추어 중에도 상초보라 머리 속에서 노란 햇병아리가 삐약 거립니다만, 병아리가 부단한 삶의 애착으로 살아남는다면 무럭무럭 자라나 멋진 꼬리와 붉은 벼슬 위용 자랑하는 장 닭은 되겠지요.  

사실은 닭보다야 큰 날개 짓으로 창공을 비상하는 비조가 되고 싶은 꿈을 꿉니다만, 굳이 오리 떼에 섞인 미운오리가 아닌 태생이 병아리라도 하늘을 동경 할지언정 날개는 달린 닭만큼은 보장이 될 것 이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훗날 겨드랑이를 긁으며 ‘감’ 쪽 위에 모락 이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면, 삶에 의미 하나 더하고 후회 하나 덜 하는 기쁨이 되겠지요.

그런 희망을 품고 시작한 첫 습작인 '발검사유'가 정연란으로 옮겨갑니다.  

꾸준한 습작으로 조악한 필력은 향상시키고 고민과 노력으로 모자라는 능력을 채워 나가야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공의 공간에 독백이 아닌 이상 개인적인 취미나 꿈이라 하여 방종 하지 않도록 한 분 이라도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시는 부담을 잊지 않고 보답하려 늘 노력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보시는 분들이 모쪼록 흥미로움을 챙겨 가시는 글이 되길 바라는 마음 입니다.

정연란 - 발검사유(拔劍事由) 많이 찾아주시길..

***

자연란에서 조언과 댓글 그리고 격려의 힘으로 관심보여주셨던 여러 분들과 닉네임을 보여주시진 않았지만 읽어주시고 관심가져주신 많은 분들께 고마움 전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잊을 수 없고 기억에 남는 고마운 분들,

그같이님,소풍가는人님,나록스님,For TheMoon님,페이퍼엔젤님,그린울프님,사신77님,bayside님,님의침묵님,해월당님,청학님,벼락수우님,만뢰봉화님.. 감사합니다.

                                 - 백현(白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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