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설가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e여대 앞의 아파트고요.
제가 한참 원고 집필중이던 저녁 6시경에 창문 밖에서 굉음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깜짝 놀라서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e모 여대의 정문 바로 안쪽에서 대형 멀티비전과 거대한 스피커 세트를 쌓아놓고 무엇인가 공연같은 것을 하는 듯 했습니다.
저는 얼른 달려나가서, 그곳 행사장 앞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행사 담당자를 찾았죠.
하지만 행사 담당자는 만날 수 없고, 의류학과인가 의상학과인가의 대학원생 한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게 무슨 행사입니까?' 라고 물었고, 그 학생분이 대답하길 '저희 학과 졸업생들의 졸업 작품 발표회입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굳이 이렇게 커다란 배경음악을 사용해야 합니까?'
'패션쇼 형식으로 발표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볼륨을 좀 줄여주십시오. 이렇게 큰 소음이라면 저는 집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부디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그 학생분에게, 음악소리를 줄일만한 권한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답답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행사는 언제 끝나는 겁니까?'
'지금은 리허설을 하고 있고, 본 행사는 7시에 시작하여 저녁 8시에 끝납니다. 부디 그때까지만 참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 말씀을 믿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잠시 집필을 멈추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 동안 밖에서는 그 문제의 행사가 계속되어, 굉음이 울려퍼졌고요.
시간이 지나 저녁 8시가 되었는데도 굉음은 계속 울려퍼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화가 나는 것을 참으면서 다시 행사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아까 대답을 해주셨던 대학원생분을 찾아서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8시 정각까지 행사를 끝낸다고 약속해 주셨잖습니까.'
'죄송합니다.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조금만이 언제까지입니까? 약속을 하셨으면 지켜주셔야하지 않습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참으란 말씀이신가요?'
'8시 50분까지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저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그 분께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의 성함과 전화번호를 제게 남겨주시죠. 선생님 이름을 걸고 틀림없이 그 때까지는 이 행사를 종료해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책임을 지시라는 의미로 성함과 전화번호를 요구한 겁니다. 제 명함은 아까 드렸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저는 일개 대학원생일 뿐이라 이 행사에 대한 권한이 없습니다.'
저는 맥이 탁 풀려서 한숨을 내쉬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아침 총장님을 찾아뵙겠습니다. 해당 학과가 제게 이러이러한 피해를 입히고 약속도 지키지 못하였으니, 그에 대한 사과를 총장님께 요구하도록 하죠.'
'그렇게 하십시오.'
그리고 저는 곧바로 돌아나왔습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는 그로부터 5분 뒤에 종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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