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아빠의 땀을 닦은 휴지조각이 황량한 사막을 닮은 들판을 메울 때
그 외로움이 싫은 엄마의 조용한 눈물을 그가 가슴으로 구겨 넣을 때
자유가 그리웠던 소녀의 열정이 태워버린 종이가 도망쳐 들어올 때
지금쯤 꽉 차버렸으리라 생각한 쓰레기통이 그 모든 것을 토해내듯이
퇴색의 땀과 황혼의 눈물과 열정의 재를 토해버린 그의 모습이 보일 때
계단 오르듯 한 발자국 성큼 올라선 그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을
아빠와 엄마와 소녀와 그는 심장의 작은 세포 하나하나로 느끼고 있었다.
비스킷 조각 같은 둥근 달이 그를 환하게 메울 때
먼 곳의 슬픈 곡조가 모든 이의 가슴에 스며들 때
마치 쓰레기통처럼,
그가 원한의 가래를 뱉어낸다.
오늘따라 짙은 누런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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