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99 파라솔
작성
07.07.13 04:06
조회
1,006

무협을 접한지 얼마 안된 사람이 있다고 하죠. 마침 이사람은 몇번 본 작품이 죄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태생부터 썩어빠진 정파인들과 마찰하며 독보강호하는 주인공의 일대기였습니다. 이사람이 읽은 작품들에 등장하는 구대문파니 오대세가니 하는 자주 나오는 '명문정파' 라는 집단들은 언제나 치졸하고 비겁하고 악하기 이를 데 없는데, 이상하게도 세력이 크고 역사가 유구합니다. 이런 악당들의 집합체가 무슨 이유로 의협이 최고라는 강호라는 세계에서 이토록 유명한건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이상한건 명문정파라는 이름 자체입니다. 대체 왜 그들이 명문인지, 바를 정자를 쓰는 정파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치졸하고 편협하다는 인상은 무협을 오래 탐독해온 독자들에게도 그 캐릭터를 밑도끝도없는 악역이나 조연으로 전락시키는 강한 코드가 될 정도죠. 그것은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생각하는 '강호'라는 세계가 치졸하고 편협한 사람에게는 그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 후덕한 세계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리, 도의, 예의, 배분, 체면으로 인해 갖가지 일들이 벌어지는 무협의 세계인 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맺음이 무협의 크나큰 원동력이 되어 수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었지요. 세월이 바뀌고 문명이 바뀌어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 화두다 보니, 첨단기술이 난무하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칼과 주먹을 들고 쌈박질하는 원시적인 무협이라는 세계에 보다 깊이 매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지네요.

이런 무협에서 거의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소위 명문정파라는 단체는, 그 복잡미묘하기 짝이 없는 강호에서 오랜 세월 세를 유지시켜온 저력이 있다는 것이 당연한 설정이겠지요. 덕이라 칭하는 의리와 도의, 예의를 잃지 않으며. 부덕이라 칭하는 욕심과 자만, 이기심을 견제하고. 멋이라 칭하는 협을 추구하는. 그런 세월이 길었기에 그들을 단순한 무장세력이 아닌 명문정파라고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요즘은 정파입네 사파입네 하는 기존의 세계관을 차용해 글을 전개하면서도 정파로서 명문이라는 평을 얻어낸 그 단체의 유구한 역사나 저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필요에 따라 밑도끝도 없이 저열한 집단으로 그려내는 것이 보통입니다. 문주부터 문지기까지 비열하기 짝이 없으며, 내규도 법도도 희미하고, 사형제간에는 암투를 일삼고,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닌데 사소한 분쟁에도 쳐죽이기에 바쁜 인물들이 모인 곳을 '명문정파'라고 기술합니다.

명문정파의 담합이나 타락에서 빚어진 비극이라던가 하는 사건은 물론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만큼 많이 반복되어 오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것이 흥미로울 수 있는 이유가 어디서 온 건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생각이지만. 그 이유란 것은 대다수 독자들의 인상 속에 있는 명문정파라는 설정이, 그것이 역전되었을 경우 반전의 묘미가 충분히 있을만큼 건실한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예전에는 무협 속에서 이런 명문정파의 고질적인 병폐 운운 하면서 거론되어 온 것은, 명분으로 인해 한없이 무거워지는 엉덩이. 또 선함과 의로움을 표방하되 규모가 큰 탓에 실리를 외면할 수 없어 생기는 위선,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제잘못의 기만 등이 대표적이었지요. 이처럼 오히려 명문정파이기 때문에 생기는 행동의 제약이나 구조적 문제로 인한 폐단에서 비롯된 소설적 갈등은 굉장히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비록 갈등이 발생해도 '명문정파' 라고 규정한 관습적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요. 결국 대의는 정의라는 인상을 유지한다고 할까요. 그래야 '명성이 널리 알려진 의로운 단체'라는 서술에 모순이 없으니까요.

요즈음의 무협에서 '명문정파' 라고 쓰고 '힘은 있으나 치졸한 세력'으로 읽어야 하는 모순된 서술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죠. 물론 애초에 주인공으로 악당이나 이단아를 내세웠거나 기득권세력의 담합이나 타락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어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단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연으로 등장한 악으로 똘똘뭉친 세력에 굳이 '명문정파' 라고 기술하는 것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쓴웃음이 나오는 일이 됩니다. 게다가 갈등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구조일 경우(흔히 깽판물) 더더욱 그렇지요.

요즈음의 많은 무협에서 그려지고 있는 명문정파를 가장한 악당이라는 것은 기존의 무협들에서 구축한 명문정파의 이미지를 편리하게 차용하여 사용하면서도, 스스로 차용한 그 세계관을 파괴하는 꼴이라 거부감이 들곤 합니다. 내가 먹은 후에는 버려도 된다는 심보로 보이는 것이죠. 각자의 가치. 각자의 정의. 각자의 입장에 따라 투쟁하는 강호의 군웅들을 다루는 큰 스케일의 작품이라면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이라 미루어 짐작을 해보기라도 하지만, 그저 일인영웅전을 다루는 전기물에서 동정의 여지도 없는 순악질 악당을 등장시켜놓고는 그는 명문정파의 아무개였다는 식의 서술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죠.

예를 들자면 '타락한 거대세력' 이라는 틀을 잡아냄에 있어서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기존의 통념에 기대어 유명문파라던가 무림맹이라던가 하는 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한 작법이 되겠죠. 새로운 집단을 기획하고 그 집단이 힘을 가지게 된 배경을 만들고, 적절히 작품의 세계관 안에 녹여내고, 또 그 집단의 구성과 단체, 특색과 무공, 기반 등의 제반설정을 고민하느니, 차라리 기왕에 있었던 화산파니 제갈세가니 하는 걸 따오면 그만이니 얼마나 편합니까. 특별히 설명하지 않아도 그간 굳어진 통념이 있으니 그냥 '그놈은 화산파의 아무개였다' 라고 하면 많은 골치아픈것들이 알아서 설명되지요. 다만, 그렇게 편한 장치를 가져다 썼으면 최소한 그 장치를 훼손하지 않을 정도로 들여와야 하는 게 아닐까요. 통념에 기대려 하면서도 필요한것만 반영하고 불필요하거나 어려운 부분은 알게 뭐냐는 식으로 스스로 빌려온 통념을 망가뜨리는 작법이 횡행함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편의 뿐만 아니라 일부는 '그냥 싫다' 는 이유없는 반항을 이유로 하기도 합니다. 이건 뭐 제임스딘빠도 아니고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주둥이로만 난체하는 선동가도 아닌데 기득권층은 이유도 필요없이 고인물은 썩은물이니 무조건 더럽다 지탄하라 까부수자 우기는 것은 씁쓸한 조소만 불러일으키고 맙니다.

악행을 위해 태어나 살아가는 악당과 싸우는 슈퍼 히어로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갈등하고 반목하고 오해하고 이해하고 화해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목마른 요즘입니다.


Comment ' 21

  • 작성자
    Lv.80 천지천마
    작성일
    07.07.13 04:21
    No. 1

    영웅문의 홍칠공,단지흥,곽정이 그리워질때가 많죠.
    진짜 정파의 고수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자기 문파의 이익에만
    눈에 뒤집힌 고수들 사파나 다름없는 문파들
    더 이상한건 위에서 하라면 꼭두각시들처럼 무엇이든지 하는 제자들...
    무슨 약을 단체로 먹은것도 아닌데 하라면 다 하죠
    정파들도 고독을 먹인걸까요 수천의 제자들중 불의에 대항하는 제자가
    하나없이 전부 시키면 시키는데로 다 하죠. 일개 장로가 배반하면
    그 밑의 제자들도 전부 반란에 동참하는등 어이없는 경우가 태반이죠.
    언제쯤 다시 정파가 정파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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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0 암흑거성
    작성일
    07.07.13 04:24
    No. 2

    저로서도 십분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요즘의 대다수의 글 들이 다들 그렇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저도 명문정파라 칭함은 항상 앞 뒤 모르는 철부지들이 있고, 이익에 목이 메 온갖 작태를 다 부리는 원로들이 사는곳이라는 공식이 생겨났습니다. 무슨무슨정파 하면 여긴 또 어떤 놈들이 나쁜짓하다 주인공에게 깨지나하는 식상해 버린 흥미만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무협보다는 판타지나 현대물이 땅기더군요......
    (이건 좀 핀트가 안맞나?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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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파라솔
    작성일
    07.07.13 04:27
    No. 3

    '여긴 또 어떤 놈들이 나쁜짓하다 주인공에게 깨지나 하는 식상해버린 흥미' 혈귀자님, 공감 백퍼센트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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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6 레드리버
    작성일
    07.07.13 05:13
    No. 4

    현실이 개판이니 소설도 그렇죠..
    결국 대리만족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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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2 막쓰고올려
    작성일
    07.07.13 05:20
    No. 5

    이런말이 있죠, 영웅은 영웅적 행위를 한자가 아니라 영웅적 행위를 했다고 알려진 자다.(홍정훈님의 작품에서 인용했습니다)

    세를 유지하는데 정이라는 것은 참 지키기 힘들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러니 앞에서는 정파인양 하고 뒤에서 호박씨 까는 것은 거대 집단이라면 당연한일이 아닐까요?
    개인이라면 이익앞에서 담담할수 잇지만 집단이라면 이익 앞에서 담담하기 힘듭니다. 특히 수뇌부에 속하게 되면 더욱 그렇게 되죠. 스스로 원하지않던 스스로 원하던 말입니다.
    세를 지키는데는 돈이들고 돈은 바른길보다 바르지않은 길을 가게될 확률이 큽니다, 게다가 사람은 집단 속에 섞이면 집단이라는 이름으로 못할 짓을 가볍게 하기도 하죠.
    그러니 여러작품들속에 나오는 정파들의 모습은 현실을 살펴볼때 무척이나 타당하다 여겨지던데요.
    적당회 나쁜녀석 적당히 좋은 녀석 나쁘지도 좋지도 않지만 문규나 사승을 따르는 사람. 완전히 나쁜놈, 완전히 착한놈(보기 힘듭니다) 등등.
    뮬론 제 생각으로는 개인은 선을 행할수 잇지만 집단은 선을 행하기 힘들다 여기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언급된 것들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게 아닌가 합니다.
    적지않은 글을 읽었지만 정파 자체가 전부 비열하게 그려지는것은 드물었는데요. 물론 문파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비열할만한 일인것도 당연하다 여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결론은 정파라고 이익에 초연하긴 힘든게 당연하지않을까요? 그리고 그게 더 현실적인게 아닐까 해서 주절거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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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파라솔
    작성일
    07.07.13 05:30
    No. 6

    개판인 현실을 반영하여 대리만족을 얻고자 한다면, 우선 현실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겠죠. 현실을 개판으로 만든 문제가 정이라면 정을 다루는 작품을 쓰면 될것이고, 돈이라면 돈을 다루는 글을 쓰면 될것이고, 집권층의 부패라면 역시 그것을 다루면 되는 것이죠. 다만 그것이 밑도끝도없이 개판이니까 때려부수자는 식이면 보는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물론 세태를 직관하여 나름의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는 작품도 없지 않고,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는 글도 무협이라고 없는 건 아니겠죠. (뭐... 대다수가 의, 인, 협을 들어 다소 고리타분하긴 하지만 -_-) 허나 그런 방향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 핵앤슬래쉬랄까 헐리우드액션물이랄까 일회성활극이랄까 하는 성격의 통쾌함을 노리는 글들의 장치가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썩어빠진 명문정파를 다루고 있으며, 또 그것을 오해하고 있고 일말의 개연성조차 없는 경우가 많은지 아쉬움에 잡담을 남겨보는것이죠.
    굳이 말하자면 전통의 무게라고 할까요. 다소 애매한 개념이지만 한 세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오랜 시간을 거쳐 생성된 어떤 분위기. 또는 흐름이랄까. 결국 전통이라는 말이 가장 가깝겠군요. 이것을 이해하거나 하다못해 공감 비슷하게라도 한다면 저렇게 가볍게 표현하진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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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4 세디스트
    작성일
    07.07.13 05:46
    No. 7

    세상 어느 곳에나 기득권을 지닌 집단이 있으며 자기의 권력을 가장 잘 표현 하는 방법은 명분을 지닌 힘의 과시 입니다. 조선시대의 기독교인 탄압, 서양의 마녀사냥, 가장 최근으로는 미국의 이라크침공이죠. 다 자기가 정의입네 하면서 힘으로 찍어누른거죠.
    무협에서 나오는 소위명문정파라 불리우는 집단도 그런거라 생각합니다.
    초기엔 뜻있는 몇몇 사람들이 만든 집단이 그 뜻을 이루기 위한 힘을 가지기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여 무리가 커지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그 초기 뜻이 변질되는 거죠. 그나마 뜻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환멸을 느끼며 떠나게 되고 남는 것은 소위 이익집단만 남게되죠.
    그리고 일딴 권력에 맛을 들이게 되면 누가 쉽게 그것을 포기 할 수 있을까요? 정의를 위해 가진것을 버릴 수 있을까요? 차라리 자신이 정의다 하고 설치는게 더 현실에 맞죠.
    집단이기에 더 쉽게 변질되는 거죠. 집단을 유지하기위해선 이윤추구와 타협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니까요.
    가장 극단적으로 생각하자면 사회주의를 들 수 있죠. 사회주의가 왜 생겼는지는 우리 모두 알죠. 평등의 실현, 기득권집단의 횡포로부터 빈민의 구제를 목표로 생겼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오히려 평등실현이라고 부르짖던 혁명가들이 오히려 기득권층이되어 국민들로부터 피를 빨아먹고 있죠.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그것이 정의입니다.
    또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자면 냉전시대가 끝날무렵 사회주의는 악(사파)이 되고 민주주의는 정의(정파)가 되죠. 쉽게 말해 이기는 자가 정파가 되는 거죠. 한나라가 새워질 떄 유방이 정의가 되고 치우가 악이 되고 우리가 자주보는 삼국지도 정사엔 조조가 정의죠.
    정리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명문정파란 자기에게 정통성과 정의를 부과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집단 이정도 되겠군요.
    영웅문에서도 소위 명문정파라고 하는 전진교(2부 사조영웅전)나 구파일방(3부 의천도룡기)은 권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밖에 안비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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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파라솔
    작성일
    07.07.13 06:51
    No. 8

    재미있는 의견들이 많네요. 기득권단체로서의 폐단에 대해서는 이미 본문에서 간단하게 언급을 했지만, 깊이 들어가니 제가 좋아하는 낭만과는 상당한 거리가 생길 정도로 적나라하군요. 하지만 공통된 것은 스스로에게 정통성과 정의를 부여하고자 한다는 것인데, 제가 불만인 부분은 -그것이 위선이든 기만정책이든- 그들이 명문정파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이상 지킬 수 밖에 없는 최소한의 선조차 없이 질러대는 글이 많고도 많다는 점이지요.
    예를 들어 흔하디 흔하게 등장하는 명문정파의 알츠하이머 말기인 후기지수들 이야기를 해볼까요. 혹세무민을 일삼는 정치가 집안이나 곡학아세가 가훈인 썩은 교직집안이라도 내놓은 자식이 아닌 한 후계교육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을 길러내기 위해 엄격하겠죠. 물론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률에 어긋나지 않도록 함은 더더욱 당연하겠지요. 누가봐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짓을 드러내놓고 하라고 시키지는 않을 것이며, 적어도 뇌라는 게 있다면 시켜도 그렇게 하지 않겠지요. 스스로 기반을 깎아내리는 짓일테니까요.
    헌데, 요즘 단골로 등장하는 명문정파의 후기지수들은 어떤가요. 주점에서 만난 생판 남이 어떤 배경을 가졌을 줄 알고 기고만장하여 거만한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요. 또 보는 눈이 많은 장소에서 실력이 모자라 모욕을 당하고도 문파에 고자질하여 고수나 집단을 불러와 핍박하기 일쑤인데, 어디 가서 이름도 모르는 누구에게 깨지고도 문파 내에서 그 입지가 견고하기를 바라는 것이 뇌가 있는 자가 생각할법한 일일까요. 마찬가지로 대다수가 불의하다고 느끼는 사건을 외면하고 뒷짐을 지는 것이 과연 그가 속한 문파나 그 자신에게 이익일까요. 돈과 권력이 있는데 여자에 혹해서 무력으로 범하는 것이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그가 속한 문파가 이루어 놓은 명문정파라는 이름을 지키는 것이 곧 스스로의 기반을 확고히 하는 길이 분명한데 말이죠.
    원점으로 돌아가서, 글 제목 그대로. 대체 명문정파라고 하면 무엇이 기준일까요. 세력과 무력과 영향력이 기준이라면, 정파나 사파나 마도는 차이점이 뭘까요. 표면적으로나마 정의를 실천하는 무력을 갖춘 이익집단이라고 한다면, 그들이 그렇게 표면적으로나마 정의실천을 내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표면적인 정의조차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명문정파' 라고 쓰고 '개차반'이라고 읽어야 하는 상당히 많은 작품들에 등장하는 그들의 정체는 또 뭘까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적어도 오랜 시간 표면적으로나마 정의를 실천해온 집단의 구성원이라면, 요즈음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개연성 없는 설정을 가진 많은 작품들에서처럼 행동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문패에 명문정파라고 적는다고 명문정파가 되는 것이 아니니까, 오랜 세월 지켜온 그 집단의 행동방식과 철학이 남들에게 호의와 긍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기에 명문정파라고 불리운 것이겠죠. 그런 전통을 무시하거나 간과하고 뻔뻔스러운 악당들이 우글거리는 복마전을 두고 명문정파라고 기술하는 것은 거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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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5 경빈
    작성일
    07.07.13 07:34
    No. 9

    매우 공감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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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4 세디스트
    작성일
    07.07.13 08:17
    No. 10

    요즘 깽판용 소설을 보면 그런 소설들이 많죠 표면도 정의롭지 못한 정파들;; 위에 언급했다 싶이 정파라는 것이 자기에서 정통성과 정의를 부과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집단이라 했습니다.
    이해비해 사파란 오래된 집단이라도 정통성이 없거나 초기부터 개차반 집단 혹은 정의롭더라도 기존 기득권집단들과 불화 또는 견제받는 적대세력이라 생각됩니다.
    빙궁이니 천축 이니 하는 세력은 세력은 크나 실상 거리가 멀어 중원에 권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이민족세력이라 여기저기 다 끼워주지 않는 세력이며 마교는 타협을 모르는 독불장군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다 따져보면 다 그밥에 그나물이죠.
    어떤 집단이나 개념없는 인간들은 많으니 후기지수나 비리같은건 한두해 써먹은 것도 아니고 질릴대로 질리다보니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강도가 좀 더 쌔졌다고 생각하고 있습죠(저는 독자일뿐)

    뭐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솔직히 요즘 무협소설 거의 안읽습니다.
    무협의 틀? 배경? 소재? 이런 것들의 한계(?) 다 비슷비슷 -_-;;(작가분들 죄송)
    어딜가나 협의!! 명분!! 문파!!
    직업은 다 무인;; 정사 대립구도;; 독불장군 마교;; 까메오 신비세력 또는 세외 세력;;
    정사마 없이 그냥 이익추구 집단으로 표현되었다면 오히려 더 좋았을걸 할 때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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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검은연꽃
    작성일
    07.07.13 08:20
    No. 11

    한백림작가님 글을 보시면 만족을 느끼실듯..

    언젠가 쓴적이 있는데, 고수가 고수답고, 정파가 정파다운 글을 만나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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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8 그믐달아래
    작성일
    07.07.13 08:22
    No. 12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글 쓰신 분 생각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반박하신 생각에도 동의합니다.
    개인은 선을 지향할 수 있지만 거대해진 단체는 그것이 쉽지 않겠지요.
    그래서 한 때에는 그 집단의 힘과 에너지가 이익과 부정적인 형태로 표출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한 시기에 주인공이 활약한다면 당연히 부패한 명문정파와 대결하게 되는것이겟구요.
    하지만 전 명문정파라는 힘은 한 세대에서 이루어지는 협의와 부정으로 표현될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세상 어디를 봐도 그런 식으로 협만 행하는 단체는 없으며, 악만 행하면서 훌륭한 단체라고 이름 날리는 단체가 없지요. 제가 생각할 때에 명문정파는 어느 시기에는 매우 더러워질수는 있지만(인간들이 모인 단체이니깐), 스스로 자정작용을 지니고 있는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나 불교가 사실 어느 시기에는 정말 지독한 악의 집단이라고 매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악을 행하기도 하지만 또한 스스로 자정하여 어떤 시기에는 열정적으로 선한 일을 하기도 하잖아요. 이러한 것처럼 무협에서 명문정파들도 어떤 상황에서는 악을 행하기도 하지만 그것에 대해서 자정하고 다시 사회에 그 힘을 환원하는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정파라 불리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파라솔
    작성일
    07.07.13 08:25
    No. 13

    확실히, 설정과 설정의 대립은 한계가 있어 금밤 식상함을 부르는 거 같아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낭만 가득한 무협의 세계 속에서 좀 더 자주 보고싶은데 말이죠. 낭만고양이..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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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71 본짱
    작성일
    07.07.13 08:33
    No. 14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요즘 글을 쓰시는분들이 왜 정파를 제대로 그려내지못하고 전부 저열한 사람들로 표현할까요?

    그건 그런 정파라는 사람들을 본적이없고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르는것을 표현할수없지요. 구무협에는 그런 사람들을 잘표현한 글이 많습니다. 왜냐구요 협이라는것을 행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그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현대 사회는 그런 협이라는 생활과 거리가 멀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정의감 넘치는 분이 계시긴 하겠지요 하지만 거의 보기힘든 희귀한 사람들이되었습니다.

    TV를 통해 우리가보는것의 90%는 누가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착한척했네 아니면 권력자들의 이전투구만을 보아왔습니다. 이런 사회속에서 커온 저희들중 누가 진정한 협이무었인지 알수있을까요?

    저도 잘 모릅니다. 나이 30 이넘은 저도 잘모르겠는데 저보다 더젊은 사람들은 제가 어렸을때보다 더 심하고 대중매체가 더발달된 세상에서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고 커왔습니다.

    이런 젊은 세대들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진정한 협이라는것을 보고 들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파라솔
    작성일
    07.07.13 08:48
    No. 15

    본짱님, 댓글을 보고 제가 원하는 걸 얻은 것 같습니다. 무협이 좋은 이유를요. 인. 의. 협을 낯부끄럽지 않게, 통쾌하게, 실감나게 전해주는 무협이요. 저는 흔히 말하는 통쾌한 깽판소설도 아주 좋아합니다. 하지만 요즘 느끼는 어딘지 모를 미진함과 아쉬움이 말씀하신 데에 있었나보군요. 현실에서 못하고 안하는 협의 모습을, 소설에서조차 찾기 어려워진 탓인가봅니다. - 물론, 여전히 멋진 소설도 많지만요.
    오늘따라 야간근무가 한가한 탓에 두서없는 이야기를 꺼내서 댓글만 줄줄히 늘여놓았군요. 그래도 뭔가 하나 얻은 기쁜 마음으로 퇴근준비를 하러 가야겠습니다. 엄청나게 길어진 게시물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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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6 몰과내
    작성일
    07.07.13 09:30
    No. 16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남들이 보던 말던 당당히 하면 사파, 주위의 눈을 생각해서 명분을 대거나 뒷조작으로 일을 처리하면 정파. 저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는데 사실 요즘 보면 이게 거꾸로인 작품이 많긴 한듯 합니다. 정파가 사파같고 사파가 정파 같은.....

    몇가지 공감가지 않는게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울분에는 동의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來人寶友
    작성일
    07.07.13 12:11
    No. 17

    솔직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건 사실이죠...

    어설프게 알기로도 역사적으로 성모랄등등의 도덕이 무너진 사회는 오래 버티질 못하고 무너졌던것이 사실입니다.

    자칭 사실적이라 하지만 요사이 무협에서 나오는 대체적인 명문정파의 도덕성을 가지고는 순간적인 이익이나 순간적인 부흥은 할수있으나 명문 정파나 유구한 역사를 운운하기에는 명문정파를 보수적인 기득권을 가진 이익단체 쯤으로 과하게 표현한것이 너무 많죠...

    본문을 쓰신분 말대로 이유없는 반항 쯤으로 밖에 안느껴지는것도 사실이고요.

    독자로서는 이런 경향(명문정파의 부도덕함)도 유행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무협에서는 대체로 정파는 고지식할 정도의 협과 정의 규칙만을 강조 했고.

    그런 무협이 어찌보면 답답했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요사이 나오는 부도덕한 명문 정파의 모습이 그려졌으며 그게 관심을 받고 하면서 너도 나도 그렇게 그려오는 중인듯 합니다.

    이게 또 어느 작가분께서 명문 정파다운 멎진 정파의 모습이 나오는 무협을 그리고 그것이 호흥을 받는다면 다시금 명문 정파의 모습이 유행이 되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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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80 사랑의계절
    작성일
    07.07.13 13:06
    No. 18

    공감99%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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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엑소더스
    작성일
    07.07.13 15:08
    No. 19

    본짱님의 댓글이 참 멋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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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버럭버럭
    작성일
    07.07.14 09:15
    No. 20

    흐름이라고 봅니다. 예전에는 정파가 항상 정의롭게 비춰졌지만, 지금은 하나의 유행과도 같이 썩은물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좀 시간이 지나면 또다른 정파의 모습을 비출꺼라고 생각합니다. 본짱님 말씀대로 원인은 사회적인 영향이라고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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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티렌
    작성일
    08.08.29 14:03
    No. 21

    확실히 요즘들어 무협을 보다보면. 정파의 협에 대한 그리움을
    가끔 느낄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 근래 출판된 작품중에 한백림님의 화산질풍검이나
    무당마검을 자주 보게 되네요.

    협으로서 무림을 종횡하는 명문정파들의 모습이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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