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맴도는 침묵의 혈향-
그들이 선 곳은 바람마저도 상처 입을까 움츠린다.
대지를 물들인 인공의 황혼-
그들이 지나간 곳은 혼백마저도 살해당할까 몸을 감춘다.
그래서 그들의 종적은 언제나 불명의 것-
이 소리 없는 자들을 일컬어 대륙은 '사신(死神)'이라 칭했다.
하지만 그렇게 호칭 당하는 그들, 라무에 자신은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다.
사신(死神). 즉 고대에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마저도 금기로 치부되었다고 하는 '죽음을 물어 나르는 검은 날개의 신, 다스카야'의 별칭은 엄밀히 말해 그들 전체가 아닌 오로지 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이르라크 제국 최고의 정예부대라 할 수 있는 라무에 특수부대의 장(長)이자, 황제와 동일한 대우를 약속 받은 자인 그는 전설에서나 들어봤던 고대 아스피타린 제국의 광전사(狂戰士)라고 했다.
물론 천년 전의 사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가 지난 시무르 통합 전쟁에서 이르라크인들에게 보인 신위는 나름대로 그 소문에 신빙성을 부여할 만 했다.
그러나 정작 그 소문의 당사자인 그는 언제나 매사에 무관심한 듯한 얼굴로 허무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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