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꼭 하고싶은 말 한가지.

작성자
다에
작성
07.03.24 22:33
조회
785

아랫쪽에 '사실적인 묘사'를 요청한 글을 보고 생각나는 바가 있어 몇자 적습니다. 미리 명시해 놓겠습니다만, 이 글은 특정인물이나 작품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무함을 밝혀둡니다. 다만 생각보다 뿌리깊은 몇몇 독자들의 오해를 청산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에또, 그리고, 전무할수는 없겠지만, 이 글에 대한 사소한 오해들을 최소화 하고자 문장이 좀 딱딱해 지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제가 워낙에 불민한지라 이 글에는 오류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태클 환영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모두가 아는 한가지 정의를 명시해 놓겠습니다.

<소설은 개연성있는 허구다.>

우리 문피아 분들은 메밀꽃필무렵을 적어도 한번쯤은 읽어 보셨을 겁니다. 거기에서, 허생원은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죠. 그러나 모두가 아시듯, 왼손잡이는 유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문제삼지는 않습니다.(아니, 문단에 한분 있기는 했군요.^^; 잔뜩 비난받고 얼른 의견 철회 하긴 했지만 ^^;)

왜 일까요? 그것은 소설이 엄정한 사실만의 전달을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소설에 허구가 용인되는 것을, 비현실의 소설적 허용이라고 합니다.(작가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저같은 독자들 중에는 모르는사람이 있기에 ^^; 말이 늘어지는것을 막고자 용어를 명시해둡니다.)

'비현실의 소설적 허용'은 '신뢰성'이란 단어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독자가 허구를 보고도 리얼리티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무협과 판타지의 설정들이 죄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잘 쓰인 무협을 보면서 ‘엉터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무협은 사실적이지 않지만 독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입니다.(누군가 말했듯, 독자는 사실성을 따지지 않습니다. 오직 신뢰성만을 따질뿐이지요.)

허나 일반적인 상식과 지나치게 위배되는 설정이 있다면 신뢰성에는 치명적인 금이 갑니다. 일전의 ‘중력’설정 논란도 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에에, 설명이 부족하므로 첨언하자면, 중력이 약한 행성으로 이동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강자가 되었다라는 설정입니다. 중력이 약하므로 뛰는것도 높이 뛰고 무거운 물건도 쉽게 들었다, 라는 설정이지요. 사실 그렇지 못하다는것 쯤은 어렸을때 보았던 달의 우주인을 생각하면 쉬이 증명됩니다만.) 그리고 설정이 일관적이지 못하거나(월풍이었나요? 일전에, 시간이 과거로 돌아가서 몸도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갔는데도 내공만은 그대로 남아있어서 논란이 일었던 소설이 있습니다. 그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플롯에 결함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개연성의 문제가 불거져 나옵니다.(사실 개연성의 의미는 좀 더[=훨씬 더] 포괄적입니다만 한정적으로 인용합니다 ^^;) 독자에게 충분한 신뢰성을 주지 못한다면, 독자가 소설에 몰입하지 못하고, 결국 ‘재미 없다’라고 느낍니다. 아무리 묘사가 훌륭하고 담고있는 의미가 좋더라도 몰입이 되지 않는다면 말짱 꽝이겠죠.(초식명을 외치고 한가로이 대화를 나누는 전투가 오래된 무협 독자에게 외면당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여기저기서 보이는 발언이 문제가 됩니다. “어차피 판타지는 전부 말도 안되는것, 다 작가 설정이잖아요?” 어차피 허구이긴 하지만, 그 허구가 독자에게 충분한 신뢰성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이지요. 이쯤 와서는 작가의 역량에 모든 것이 맡겨 지는군요. 이 이상가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바에서 3만광년쯤 멀어지는 고로 글을 이만 줄이도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1. 소설은 개연성 있는 허구이다.

2. 이 허구는 비현실의 소설적 허용(=신뢰성)이라는 장치에 의해 용인된다. 작가는 글속에 독자가 몰입할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신뢰성을 담아야 한다.

3. 몇몇 설정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사실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신뢰성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4. 따라서 ‘판타지나 무협은 어차피 허구이므로 작가의 설정에 대해 왈가왈부함은 옳지못하다.’라는 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그럼, 좋은하루 되십시오.


Comment ' 7

  • 작성자
    Lv.99 불멸의망치
    작성일
    07.03.24 22:49
    No. 1

    오! 마지막 정리 5문항은 아주 보기 좋게 잘 설명하셨네요.
    저도 동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김루빈
    작성일
    07.03.24 22:59
    No. 2

    2번이 제일 공감이 가는군요. 더불어 4번또한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서뇽
    작성일
    07.03.24 22:59
    No. 3

    글은 좋은데...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고...
    조회수가 적네요...;;
    머 많이 봐서 논란이 된다면 또 문제일 것 같기도 하고...-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엿l마법
    작성일
    07.03.24 23:04
    No. 4

    공감 98%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 스파이123
    작성일
    07.03.24 23:28
    No. 5

    비현실적인 개연성이라...
    이것 또한 모순적이지만......................

    납득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둔저
    작성일
    07.03.25 02:19
    No. 6

    에...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는 소설은 '월풍'입니다.
    이걸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월영문'이라는 무협소설이 있는지라...
    혹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서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7.03.25 02:37
    No. 7

    으음.. 결정적인데서 잘라버린듯한 느낌이드네요.
    개연성이없는 것과 있는것의 예를 몆가지 더 들었다면 더 좋았을듯합니다.

    판타지는 대전제인 허구(마나, 내공, 차원이동 등)에 기초해 그것들위에 쌓아 올리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이 대전제가 부실하거나 무시되면 글이 엉망이 되는거죠.
    요즘 판타지는 구판타지에 비해 이런 대전제가 부실한듯합니다. 그래서 종종 글이 너무 가볍고 허술해 보이는 경우가 꽤있지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63994 요청 학살물 추천 부탁드립니다~~ +13 Lv.22 kguy 07.03.24 1,113 0
63993 추천 '오합지졸' 너무 재밌습니다! +3 자휘 07.03.24 2,756 0
» 한담 꼭 하고싶은 말 한가지. +7 다에 07.03.24 786 0
63991 한담 어느 작가분에게 오타지적 한 후 받은 답변... +49 Lv.1 더스틴 07.03.24 2,555 0
63990 추천 취업난을 해결하고 싶습니까? 전장영혼을 보세요! +3 Lv.1 헤임돌 07.03.24 2,025 0
63989 요청 현대무협 추천좀해주세요 +5 Lv.24 곰런 07.03.24 1,662 0
63988 홍보 그대는 진정한 마왕을 원하는가? +7 Lv.17 두드리자 07.03.24 1,261 0
63987 추천 추천드립니다."렐름온라인" +9 Lv.59 출검필살 07.03.24 1,612 0
63986 요청 음... 이런소설 없을까요...? +19 Lv.9 샤이리오 07.03.24 1,172 0
63985 요청 비우(悲雨)님의 '무쌍'과 같은 소설 추천을!! +9 Lv.7 金珉柱 07.03.24 1,253 0
63984 요청 오랜만에 게임소설이 보고싶습니다~ +10 Lv.1 S.R 07.03.24 1,276 0
63983 요청 추천좀 해 주세요 +2 Lv.40 레오폴트 07.03.24 1,865 0
63982 추천 Elentari님의 녹림악사에 대한 추천아닌 추천의 글 +1 Lv.17 초식호랑이 07.03.24 1,654 0
63981 홍보 (강추) 목용단님의 검기무 - 좋은 작품입니다. +4 Lv.95 귀면호리 07.03.24 1,098 0
63980 추천 [추천] 게임소설 네임 미스 +5 Lv.69 지르탱 07.03.24 1,493 0
63979 추천 피가 끓어 오른다.. +6 Lv.88 [탈퇴계정] 07.03.24 1,449 0
63978 요청 추천 요망 +5 진아[眞我] 07.03.24 853 0
63977 한담 사실적인 묘사가 있는 무협...?? +11 Lv.99 로상(露霜) 07.03.24 1,348 0
63976 요청 생일입니다 후훗~~(생일인데 방콕 ㅡㅜ...그러므로... +6 Lv.48 死門 07.03.24 710 0
63975 한담 요즘 무협에는... +11 Lv.79 낭만토끼 07.03.24 926 0
63974 추천 추 천 < 렐름 온라인 > !!!! +15 Lv.99 眞사마 07.03.24 1,356 0
63973 추천 [강력추천] 삼국지-하성전 +5 Lv.63 眞月譚月姬 07.03.24 1,701 0
63972 추천 <정연>의 담적산작가님의 "복수견아" 당연강... +9 Lv.53 우매자 07.03.24 941 0
63971 추천 30일, 그동안 너는 그분의 집사다. +8 Lv.1 [탈퇴계정] 07.03.24 2,471 0
63970 요청 山전 水전 다겪은 주인공 소개좀해주세요~ +6 Lv.1 黑士 07.03.24 1,235 0
63969 요청 추천좀... +4 Lv.1 Last_SD 07.03.24 687 0
63968 요청 주인공이악당인소설없나요? +16 Lv.2 수능대박 07.03.24 1,522 0
63967 홍보 환단 비기(빙하기 섬편) 400선작에도 불구하고....... +3 Lv.45 공상세계 07.03.24 917 0
63966 추천 추천 자유지검 자연란 +1 changhak 07.03.24 1,990 0
63965 추천 [추천] 견림아 - !!마림!! +4 Lv.87 아가돗 07.03.24 1,112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