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단순 무식 지X.

작성자
Lv.16 지석
작성
06.12.01 18:20
조회
953

"우리의 단순 무신 X랄 주인공, 오늘 한껀 했습니다. 지금 그 역사의 현장에서 직접 인터뷰를 해보겠습니다. 현장나와주세요."

"네 여기는 하북지역에 위치한 황도문 입니다."

아나운서의 말을 넘겨받은 기자의 멘트와 함께 화면에는, 넘어진 건물의 잔해가 수두룩 했다.

"지금 계신 곳은 MPC 대하사극 '사사우사'의 33회분 촬영현장입니다. 15억을 들여서 지은 세트를 한번의 도끼질로 파괴하는 면에서 세인의 관심을 끓어모은 곳인데요......촬영은 끝났지만, 여전히 그 충격은 남아 대작이라는 말을.....으.. 다시한번 실감케 합니다."

기자의 멘트가 이어지는 동안 자꾸 카메라에 얼굴을 드리밀며, 조금이라도 더 나오고 싶어하는 남자가 계속 기자를 밀어내자, 재빨리 할말을 끝마친 기자가 남자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자 여기 오늘 액션을 보여준 단무지(38)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엇, 네.. 안..녕하쉡니까?"

엉겹결에 인사한 단무지가 쩔쩔매기 시작하자 기자가 계속 침착한 대답을 위한 말을 이끌어주었다.

"이번 사사우사를 찍기 위해서, 30년 입산수도한분을 특별히 1000대1 오디션을 통해서 뽑았다고 하던데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뭘요, 다 제가 잘난 탓이죠. 밥먹고 연습한게 무공 뿐인데요. 껄껄껄"

오버해서 웃는 단무지에게 준비된 질문용지를 보면서 계속된 질문이 이어졌다.

"항간에서는, 단무지씨가 극중에서, 과묵하고, 무뚝뚝한듯 대사가 많지 않은 이유가, 주인공으로서 부족한 신출내기란 의견도 있었는데요. 오늘의 액션으로 그런 소문은 한번에 날라가겠습니다."

"아.. 그게 작가선생님께서 제가 대사보다는 몸으로 실천하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겠다면서, 대본을 고.."

순간 카메라 옆에서 대본 뭉텅이가 단무지의 머리를 훑고 지나갔다.

"... 대로 넘겨주셨습니다."

우직한 대답에 당황한 기자들과 현장스테프들이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어갔다.

"아하하.. 역시 성룡이후 최고의 액션배우라는 평을 들을만 하십니다. 현장감을 위해서, 모든 액션을 실제로 펼치는 무공으로 꾸며서 그런지 시청률이 MBC의 "영포"를 가볍게 뛰어넘었습니다. 오늘 15억짜리 세트를 한방에 넘긴 무공은 어떻게 배우신겁니까?"

뻔한걸 물어본다는 듯이 이어지는 단무지의 대답

"그거요? 당연히 진마교에 복수하려고 입산수련해서 배운...퍽!...것으로 설정된 시나리오를 연습하려고, 30년 전부터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다시 날라오는 대본뭉치에 말을 고치기는 했지만, 세상살에 어눌해서 어디서 극을 말해야 하고 어디서 사실을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의 대답은 여전히 앞뒤가 안맞았다.

"아... 네 그렇군요, 무공의 자세한 내용은 여전히 비밀이라는 것을 잘 돌려서 말씀하시네요 하하하..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하북에서 MPC기자 유지석이었습니다"

"3, 2, 1... 컷"

현장담당PD의 컷 사인이 이루어지자 다들 긴장했던 모습을 풀며 인사하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특히 단무지씨 첫 인터뷰인데 긴장하지않고 잘 하셨어요"

스테프들의 인사를 한몸에 받아서 기분이 한껏 좋아진 우리의 단순무식이의 옆구리를 누군가 심하게 찔렀다.

"아... 소천아!"

얼굴이 새빨개 져서 단무지를 올려다보는 소천이 낮지만 날카로운 목소리로 단무지에게 훈계(?)를 시작했다.

"하여간 조심하라니깐, 그자리 작가&PD님과 맺은 계약에 절대 형 실화라는게 들키면 안된다가 우선조항이었잖아. 어디까지나 작가님의 '독창적'인 작품이어야 한다구. 알아? 그게 아니면 형을 써주기나 했겠어?"

"아.. 알았어.. 말 잘했는데.."

고양이 앞의 쥐처럼 침울해지는 단무지를 구석으로 끌고간 소천이 따따붓따 계속 쏘아붙였다.

"하여간 맨날 대사도 못외워서, 극 중에 소곤소곤 형 대사를 전해줄때마다 얼마나 조마조마한지 알아? 33화가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대사를 못외우는 주인공이 어딨냐?"

"여... 그래도, 너랑나랑 스무살도 넘게 차이나는데, 형은..."

"아씨 지금 그딴게 중요해? 그럼 형 안하고 아빠할까?"

"아아니.. 그렇다는게 아니라.."

평소에 소천에게 죄 진게 많아서 유일하게 그 앞에서는 기를 못펴는 단무지였다.

"하여간 앞으로 남은 편수도 잘해, 이거 연장방영한다고 MPC 부문주님께서 방문한다고 하셨단말야. 그냥 좋다고 하면 세간들이 흉보니까, 작가님은 일단 반대한다고 했거든, 형이 반대하다가 못이기는척 들어주겠다고 하는게 중요해. 알았어?"

"그래 알았어.. 잘 해볼께"

"그때 또 오늘처럼 어눌하게 했단 봐라, 앞으로 대사 몰래 불러주는거 없어!"

헉, 단무지에게 소천이 불러주는 대사가 없으면 연기를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극중에서와는 다르게 소천의 바짓가랭이르 붙잡고 쓰러지는 단무지.

"안돼, 소천아. 사부 잘할테니까. 니가 좀 봐주라"

"싸부면 싸부답게 좀 잘 해봐, 무공만 쎄잖아 무공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시한번 다짐을 받아두려는 소천이 말을 이었다.

"오늘 인터뷰 보고 몰려드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려면, 맨날 술만 처먹지 말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안그러면 단무지가 아니라 단유리라고 부를꺼야"

이제 좀 소천의 기분이 풀어진걸 알았는지, 소천을 번쩍 들어올려 무등을 태운 단무지가 기분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우헤헤. 어디 우리 소천공자님이랑 삼겹살이나 구워먹으러갈까? 소미랑 애들 어디갔냐?... 에헤라~ 디야~"

노래하며 스테프들 모인 곳으로 돌아가는 단무지와 소천의 등뒤로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국내 최대규모의 세트부수기 프로젝트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갔으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대하역사사극 "사부님 사부님 우리들의 사부님(사사우사):제작 그자리"에서 드라마 보안상 오늘 공개되지 못한 그 붕괴의 현장을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문피아 방송본부 특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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