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31 에이급
작성
06.07.29 16:28
조회
596

[바람의 인도자] -고명-

  각자의 삶, 각자의 길, 그리고... 그들의 이유

한동안 잠자코 있던 단은 허리 뒤춤에 수평으로 매어놓은 가죽 칼집에서

비콘을 도륙할 때 쓴 그 사냥용 단칼을 소리 없이 빼어들었다.

"이, 이봐요! 뭐하려는 거예요? 설마!"

"놀랄 것 없소, 여러분... 동료의 복수를 위해 또 이곳으로 비콘이 몰려올거요...

홀로 남겨진 내가 살아있다면 놈들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날 가지고 놀다가...

천천히 죽게 만들겠지.."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은 없습니까?"

단은 망설임이 없었다. 그의 음성은 여전히 무거웠고, 또 차가웠다.

마치 감정이란 건 가져본 적도 없다는 듯이 그의 어조엔 어떠한 동요의 기색도,

슬픔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써걱!

...거기에 있던 누구도 두건 속의 얼굴이 눈물로 온통 젖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각자의 삶, 각자의 길, 그리고... 그들의 이유

"왜 셰르파가 되신 거죠?"

단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쌕쌕 몰아쉬는 숨소리만이 두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대답 듣기를 거의 포기하고 있을 때쯤 그가 불쑥 내뱉었다.

"...살아남기 위해섭니다."

"내가 셰르파가 된 건... 살아남기 위해서였습니다. 길을 찾는 건...

살아남는 것과 비슷합니다."

"좋아서 가는 길과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가는 길이... 일치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겁니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습니까? 길은 사람을 이끕니다.

하지만... 선택은 언제나 여행자 몫이죠."

"후회...... 해본적은 없나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서..."

"돌아가 봤자... 그 자리. 후회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나 하는 겁니다."

  각자의 삶, 각자의 길, 그리고... 그들의 이유

"네가 죽인 그 아이들은 모습은 흉측해도 내 자식들이다."

"너희들의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지마라.

너희들을 잡아먹고 사는 게 신이 정해준 우리의 숙명이었다.

너희가 우리를 증오하는 것만큼 우리도 우리의 운명을 증오했다.

하지만 어쩌겠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 없는 걸..."

"우리는 마물이다. 너희들의 죄악이 빚어낸 저주받은 피조물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어.

결코 용서받지 못 할 거라는 사실도..."

그녀는 농담이라도 건네는 것처럼 단을 보며 더 짙게 웃음을 머금었다.

적의가 사라진 그 미소는 이상하게 따스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미소 띈 얼굴 그대로 백곰의 모피를 휘날리며

암흑 속으로 사라져갔다.

라크로니시

-Destiny-

2부를 준비하시기 위해 잠적하셨던 고명님이 돌아오셨습니다.

강렬한 1부를 남겨놓고 독자를 애타게 만들었던 작가님이 드디어 돌아오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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