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 진입물이 있어도 좋고, 하렘 건설이나 남의 세상 가서 깽판치는 것이 있어도 좋습니다. 그런 것이 소재로 나온다고 해서 뭐 잘못이겠습니까.
정말 용서가 안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남의 소설에서 재밌는 요소들을 그대로 따오는 겁니다. 자신의 구상으로 더 재밌는 글을 쓰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그냥 독창성 없이 남의 글들 중에서 재밌는걸 이것저것 베껴오는 건... 정말 독자님들과 다른 작가님들을 동시에 기만하는 짓이란 말입니다.
소설의 3대 요소인 캐릭터, 배경, 갈등 구조. 이게 정말 거의 똑같이 중첩되는 소설이 이젠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카르세아린' 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개념인 '드래곤의 유희' 라는 개념은 그 소설을 쓰신 분의 독자적인 설정이었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_-
클리셰, 자잘한 미장센 같은 것은 하나의 원형이 잡히면 그대로 오마쥬되고 패러디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 반복되는 쌍권총, 갱스터와 경찰간의 기묘한 우정, 바람에 날리는 코트자락 같은 요소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건대, 자살하거나 차에 치여죽은 사람이 눈을 떠보니까 이계에 와 있고, 좀 걷다보니까 오크한테 쫒기는 그 세계사람을 만나거나 아니면 자신을 불러낸 대마도사 (혹은 드래곤)과 이야기 하게 되고... 이런 소설이 지금 얼마나 되는지 세기도 겁납니다.
이런 소설들을 읽다보면, 얼른 주인공이 절벽 밑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책장을 휘리릭 넘기는 80년대 대본소 무협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비참합니다. 지금은 20년 전이 아닙니다. 뭔가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발전이 없으니 비참한 겁니다.
이계 소환이 있어도 좋고 하렘이 있어도 좋고 먼치킨이 있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스토리 구조의 반복을 거듭하는 비슷비슷한 글이라면, 쓰시기도 지치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지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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