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내가 쓰고 싶은 개연성

작성자
Lv.59 오늘도요
작성
15.05.11 11:55
조회
1,293

1. 

 아래 글을 읽다 떠올라서 몇 자 적어봅니다. 

 저는 개연성이라는 말보다는 소설적 진실이라는 말을 더 좋아 합니다. 그러니 제가 쓰고 싶은 개연성이란 즉, 제가 담아내고 싶은 소설적 진실입니다

 

2. 

 전 소설적 진실이, 환경과 대상의 환유 또는 대유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호랑이의 겉모습과 습성은 호랑이가 살아가는 환경 전체를 함축 하고 있습니다. 호랑이의 이빨은 그가 섭취하는 먹이들에 대하여 시사하고 있고 그의 줄무늬는 햇살이 아롱아롱 내리는 숲을 얘기하고 하고 있습니다. 

 혹은 은하수를여향하는히치하이커에 나왔던 이야기처럼, 치즈케이크 하나가 우주 전체를 함축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치즈케이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걸 구성하는 분자들을 만들어낸 우주의 역사를 증명하고, 그런 걸 만들어낼 지성체의 존재를 암시하고, 그 지성체의 크기와 음식의 섭취 방식, 어쩌면 문화적인 특질까지도 내포할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환경과 대상 사이에 환유/대유 관계가 성립합니다.  하나의 대상은 필연적으로 그 대상을 만들어낸 환경을 함축하고 또는 그 환경이 그 대상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했다... 라고 말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환경과 대상의 관계가 깨어지면, 아무래도 어색함을 느끼게 됩니다. 숲에서 살던 보통의 호랑이가 동물원에 넘어와 아무 탈 없이 잘 지낸다면...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죠. 혹은 원시인들이 치즈케이크를 먹거나요. 이런 이상한 사실들이 새로운 관계를 드러내주지 않는 이상, 개연성이 깨졌다. 라는 평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설적 대상이 소설적 환경과 조응하는 이 시적인 관계가 바로 개연성이고, 소설적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인물의 성격, 행동, 말이 그를 둘러싼 환경을 환기시킬 때, 독자들은 진실을 느끼게 됩니다. 설령 그 이야기가 모조리 허구라고 해도요. 


3. 

 소설적 진실이 없어도 그 소설은 재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다 오래 기억에 남거나 감동을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연성이 필수는 아니지만,


 나의 글이 반짝하고 잊혀지기 보다는 꾸준히 오래 읽히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늘 두고 기억하고싶어지는 그런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면,

 역시 개연성, 또는 소설적 진실을 담는 작업은 피해갈 수 없는 난제가 될 것 같습니다

 


Comment ' 6

  • 작성자
    Lv.20 넓은남자
    작성일
    15.05.11 13:50
    No. 1

    좋은 말씀이시네요. 하지만 선입관을 깨는 것조차 작가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솔직히 이우혁님의 퇴마록도 어떻게보면 소설적진실과는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글입니다.
    주술을 사용하고 염력을 사용하며 귀신들린 칼을 사용하고.
    하지만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큼 어마어마한 족적을 남기셨죠.

    즉, 개연성이 문제가 아니라 소재와 그것을 풀어내는 능력이 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9 오늘도요
    작성일
    15.05.11 14:15
    No. 2

    퇴마록에는 소설적 진실이 있습니다. 그 세계는 현실/초현실이 단절된 듯 연결된 듯 혼재되어있죠. 승희는 갑자기 초현실 세계에 발을 딛죠. 그 경계의 혼란상을 체현하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박신부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두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다 초현실을 선택하는 인물이고, 현암은 초현실에 속하지만, 반쪽짜리였습니다. 한편 준우는 초현실의 화신 같죠. 그 아이에 대한 묘사만 읽어도 초현실적인 무언가에 대한 기대가 생겨납니다. 하지만 정작 준우는 평범한 삶을 소망합니다. 모든 캐릭터가 그 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고 그 때문에 갈등을 겪습니다. 인물과 사건이 세계 그 자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환기시킵니다. 저는 이걸 소설적 진실, 개연성이라고 부릅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가 그 여부는 관계 없어요. 어차피 \'소설적\' 진실, 소설 안에서의 진실성 여부니까요. Ps 개인적으로 전 퇴마록 정말 좋아합니다_* 초등학생 때 읽었는데도 기억이 생생해요. 그만큼 좋은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꿈꿀소금
    작성일
    15.05.11 14:44
    No. 3

    우연에 지배되는 일들이 많을수록 개연성 문제로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어느 한 쪽 입장에서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안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 배경도 묘사도 없이 쌍방이 어? 우연이네?를 남발하고 다니면 플롯 부재나 다름없죠. 그래서 플롯을 잘 짜는게 중요합니다. 개연성과 현실성은 조금 다르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9 오늘도요
    작성일
    15.05.11 23:13
    No. 4

    예 그렇겠네요. 개연성은 현실성과 다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스타체이서
    작성일
    15.05.11 19:02
    No. 5

    의미와 개연을 착각하시는 게 아닌가요? 개연성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할 때 그 방법이나 수단이 논리적인가를 따지는 것일텐데. 소설적 진실이라는 표현은 의미에 가깝습니다. 소설적 진실이란 목적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수단이 개연성이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9 오늘도요
    작성일
    15.05.11 23:29
    No. 6

    의미... 와 헷갈리는 부분은 분명히 있네요. 분명 소설적 진실이란 말은 독자가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에 주로 쓰이는 말이니까요.

    하지만 전 작가 입장에서, 독자의 감정을 유도해 보는 기법으로서, 소설적 진실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개연성\' 이라는 말은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을 너무 딱딱하게 묘사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래서 개연성에 의미를 보태어 연결한 거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43146 요청 판타지 추천 받습니다. +16 Lv.1 [탈퇴계정] 15.05.17 938 0
143145 요청 sf소설 추천좀 해주세요 +12 Lv.44 [탈퇴계정] 15.05.17 1,360 2
143144 한담 문피아 고수님들 제목 문의입니다! +4 Lv.7 불당 15.05.17 572 0
143143 한담 맞춤법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생각나는 일화입니다. +6 Lv.45 매일글쓰기 15.05.17 846 1
143142 한담 맞춤법이 틀린글을 보면... +15 Lv.62 버츄얼탑 15.05.17 845 0
143141 홍보 [작연/현대판타지] 자원강국 COREA +11 Lv.29 레오프릭 15.05.17 871 3
143140 한담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 +7 Lv.85 하영민 15.05.17 871 1
143139 한담 로맨스를 잘 쓰려면.. +6 Lv.30 서은결 15.05.17 838 2
143138 한담 로맨스 잘 쓰려면 연애경험이 +19 Lv.24 슈타우펜 15.05.16 956 0
143137 요청 아래 제 게시물, 신고된 글이래요 +8 Lv.51 한혈 15.05.16 1,073 0
143136 한담 공모전 넋두리(스압, 글 못 쓰는 사람) +2 Lv.15 언브로큰 15.05.16 928 6
143135 한담 22만자에서 처음으로 정사 씬이 나왔습니다 +10 Lv.51 한혈 15.05.16 1,094 1
143134 한담 한가지 장르나 대세 편승에 지치셨다면 +4 Lv.7 닷컴 15.05.16 965 0
143133 한담 그놈의 괴수물ㅠ +17 Lv.59 레마 15.05.16 1,228 2
143132 한담 작가가 연중하다가 다시 돌아왔다면 +5 Lv.1 [탈퇴계정] 15.05.16 880 0
143131 추천 재미있게 읽고있는데 독자가 적어서 걱정되는 글..... +6 Lv.94 까칠한짐승 15.05.16 1,407 1
143130 한담 시간여행 패러독스와 회귀물에 대한 고민 +7 Lv.21 불가불계 15.05.16 830 0
143129 요청 공모전 관련하여 질문이 있습니다.. +2 Lv.90 8walker 15.05.16 970 0
143128 한담 작품비평을 한 번 들어보고 싶네요 +3 Lv.24 슈타우펜 15.05.16 804 1
143127 한담 공모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23p~7p까지의 간략한... +9 Lv.17 夢ster 15.05.16 1,116 2
143126 한담 패치 +9 Lv.22 예식장식품 15.05.16 763 0
143125 홍보 [일연/현판] 아바타 메이커 홍보. 웹툰도 준비중이... +2 Lv.28 에드찬 15.05.15 613 1
143124 한담 벌써 끝이네요. +3 Lv.17 꿈꿀소금 15.05.15 846 0
143123 한담 전투씬은 계속 쓰려니 힘드네요 +5 Lv.24 슈타우펜 15.05.15 926 0
143122 한담 독자가 클리어하기 힘들어하는 3대천왕 +9 Lv.16 TrasyCla.. 15.05.15 895 0
143121 홍보 [일연/현판] 행성을 사고팔아? 행성건설기획사 홍... +6 Lv.41 by아말하 15.05.15 593 3
143120 한담 오늘 지나가면 공모전 끝나는데... +2 Lv.35 카르니보레 15.05.15 661 1
143119 한담 한담 보다는 잡담 입니다. Lv.61 유위저변 15.05.15 521 0
143118 요청 앱이 안돼요 +2 Lv.99 욱일302 15.05.15 433 0
143117 한담 공모전 참가하셨던 작가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17 Lv.29 레오프릭 15.05.15 780 5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