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송시대 팔대가 중 한 사람인 구양수가 말하는 글쓰기 비결 다독 다작 다상량은 단순히 그 세 가지를 떼어놓고 반복하기만 해서는 효과가 적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다독 다작 다상량은 그 세 가지가 각각 다른 행위의 동기로써 유기적으로 작용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먼저 다독. 많이 읽게 될 대상은 당연히 다른 사람이 쓴 책입니다. 이렇듯 다른 사람의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책을 엮어낸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했고 그것을 어떻게 정리하여 하나의 책으로 펼쳐냈는지 알게 됩니다. 물론 다독이 항상 읽는 이의 향상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읽는 사람의 능력보다 수준 낮은 책을 접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접할 수 있죠. 그렇다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수용과 배척을 하기 전에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독하여 얻은 정보들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자기 스스로 생각함으로써 다상량의 영역에 포함시키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좋습니다.
다음은 다작. 많이 쓰라는 것은 다상량이라는 자기소화 과정을 통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하라는 것입니다. 이 다작을 많이 하기 위해서는 역시 다른 두 가지 행위인 다독과 다상량이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다독에만 치우치면 자기 목소리가 없는 모사품을 만들어낼 확률이 높고, 다상량에만 치우치면 반대로 독선에 빠져 읽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나만 쓴다 하더라도 이 균형을 맞추는 것은 중요해요. 다작은 일종의 평균감각 익히기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상량. 이건 글쓰기의 영역을 벗어나서도 중요하지만 글쓰기에 한정하여 봤을 때 다독이 입력, 다작이 출력이라면 다상량은 판별입니다. 다독을 통해 입력한 정보들을 다작으로 바로 출력하기 전에 다상량을 거쳐 불필요한 것들과 중요한 것들을 판별해야만 온전히 자신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써놨지만 사실 습관을 들이다 보면 자연스레 순환이 이뤄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순환시키든 저 세가지를 상향평준화시키다 보면 적어도 남들이 써놓은 결과물을 보고 기초도 안 되어 있다고 핀잔을 주지는 않을 겁니다. ~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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