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예전에 한 번 정담에 근황을 올린 적이 있는데...
이라크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에볼라 피하고 IS 피하고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 말레이시아 돌고 돌다 북아프리카 모 국가에 배속 받게 되었습니다. 여기는 좀 안전하나 했더니 얼마 전에 옆 나라 트리폴리 대사관 테러 사건이 터지며 여기도 분위기가 흉흉하기 그지 없군요. 원래 외국인에 대한 경호를 빙자한 억압 정책이 심한 나라인데 더 심해졌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은 3G 통신망을 이용한 패킷 정액제 시스템인데 속도도 느린 것이 외국 웹사이트, 네, 한국 웹사이트도 이 나라에서는 외국 웹사이트지요. 외국 웹사이트 접속 시 보안 코드를 하나하나 쳐야 해서 그야말로 난항 그 자체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제가 죽일 놈입니다.
이전에 제3국을 경유하여 이동하는 와중에 수화물 분실이 있었는데 분실된 수화물 안에 노트북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그간 써왔던 글들이며 시놉시스, 관련 자료 모두 들어 있었는데 그게 홀라당 사라졌습니다. 외국에 있다 보니 클라우드 서비스니 웹드라이브니 이런 건 꿈도 못 꾸는 상황에서 그 모양 그 꼴이 되니 도저히 다시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공항에서 수차례 컴플레인을 걸었지만 출입국 관리 시스템을 수기로 작성하는 나라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짐 못 찾으니 포기하라는 말 뿐... 아마 제 노트북은 그 나라 공항 직원 누군가의 집에 고이 모셔져 있지 않나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기다리는 분들에게 보답이라면... 조만간 머릿속에 기억 중인 백수건달의 개략적인 이후 줄거리라도 짤막하게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현재 만 서른도 안 된 제가 현장에서 상당히 책임이 큰 업무를 맡고 있어 하루 12시간을 업무에 매진하다보니 이조차 정확하게 어느 때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아무튼... 먹고 살기 바쁘다는 말 아래 이제 글이라는 작은 취미마저도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빼앗기게 된 것이 너무 분통합니다만... 결국 이게 운명이려나 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이기만 합니다.
언젠가 다시 웃으며 인사드릴 날을 기다려 봅니다.
죄송함에 몸둘 바를 모르는 억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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