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고무판 CF - 말이 씨가된다 -

작성자
Lv.16 지석
작성
05.09.14 15:22
조회
1,017

"뭐라고?"

"쉿!"

냉소소(冷素素)의 높은톤의 소리가 고요하던 설산(雪山)에 울려퍼지자 그 소리에 덩달아 놀란 좌청(左靑)이 다급한 손길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살아나가려면 이 길 뿐이다"

십인장 류운의 낮은 목소리에 자신의 실책을 의식한듯 신경질적으로 좌청의 손을 뿌리친 냉소소 또한 낮은톤으로 대답했다.

"류형! 그게 말이된다고 생각해? 지금 이 추운곳에서 상의를 벗고 산을 넘으면 체력이 2배는 빨리 소모될꺼야. 내공으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구"

그녀의 빠른 말투에는 다분히 신경질 적인 기색이 섞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무릎위까지 푹푹빠지는 눈 위로는 전설의 답설무흔의 경공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체력의 소모가 극심한데, 그런 효과가 의심스런 방법을 위해서 그나마 체력을 보호해주는 옷을 벗어야 한다니 이런 미친짓이 또 있을 까 싶었다.

"이 방법을 쓰면 눈에 발이 빠지는 체력정도는 충분히 보충하고도 남아, 체온저하에서 오는 체력소모쯤은 가뿐히 만회할꺼다."

류운의 눈빛에서 강렬한 결의를 엿본 냉소소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좌청과 묵(默)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냈지만, 이 얌생이 같은 좌청은 어깨를 으쓱함으로서 냉소소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한마리의 거친 야수의 분위기를 내는 묵은 평소하던대로 침묵으로 일관했다.

류운이 하고자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상의를 벗어서 눈신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었다. 눈신이 무엇있지 잘 알지못하는 그녀로서는, 고작 나뭇가지뼈대로 만들어서 신발에 덧 대는 것이 어떤 효과를 볼지 미심쩍었고, 그에 반해서 겪게될 추위는 지금으로서도 상당한 체력소비를 하고 있는 일행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눈신이라는 것이 특별한 경공의 재주 없이도 눈에 깊이 빠지지 않는 역할을 하며 수월하게 걷는 것 말고도, 이런 기암절벽의 설산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얼음틈새에 빠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니, 소소한 설명을 들어갈수록 그녀는 반대할 명분을 잃게 되었다.

"그래 우리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경공의 고수가 나타난다면 우리가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이니, 체력이 있을때 류형말대로 해보자. 다만, 내게 더 좋은 방법이 있어."

할수 없다는 듯이 내뱉는 그녀의 말에는 체념아닌 체념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뒤로돌아서 가슴에서 아주 긴 무명천을 뽑아내었다.

"자.. 이거면 상의를 굳이 훼손할 필요가 없지?"

냉소소가 내놓은 한묶음의 무명천은 일행중 유일하게 여자인 그녀가 전투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가슴을 꽁꽁 동여맨 천이었다. 얼마나 세게 매기위해 애를 썼는지 그 길이가 사람키의 두 세배는 족히 넘었으니 그것을 보는 세 남자 일행들은 할말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자칭 바람둥이라는 좌청이 그 명성에 걸맞게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오호 가슴을 동여매는 것으로는 부족해서 너의 그 날씬한 허리도 결국 이 무명천의 작품이란 말인가? 아주 지금은 퉁퉁 불어서 통허리라 불러도 되겠구만?"

"너 죽어!"

헐렁한 무복사이로 보이지도 않는 허리를 가지고 놀려대는 좌청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냉소소, 그러나 그녀도 속옷을 풀러내서 멋적어할 그녀를 풀어주기위한 말이라는 것을 내심 알고 있기에 속으로 고마워 했다.

"그나저나 대장, 벌써 3번째이니 이거 우리가 가는 부대마다 항상 우리만 살아남고 몽땅 전멸하는거 아냐?"

튼튼한나뭇가지에 X자로 무명천을 덧대어 급조한 눈신을 발에 묶으면서 좌청이 류운에게 한마디 던지자 옆에서 같이 작업을 하던 냉소소가 마치 방금전의 희롱에 대한 복수를 하듯 그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다.

"아서라 말이 씨가될라!"

난데없는 충격에 뒤통수를 부여잡고 눈물을 찔끔 흘리는 좌청, 내친김에 한마디를 더 했다

"혹시알아? 앞으로 한 마흔번쯤 이렇게 패잔병신세가 될지?"

둘이 옥신각신 하는 사이 한마디 말도 없는 묵(默)은 벌써 눈신을 다 동여매고 눈위를 걸어보는데, 생각보다 튼튼한 것이 하루이상은 족히 버티게 생겨서 맘에들어하는 모양이었다.

"자 추격대가 오기전에 빨리 산을 넘도록 하자 이 설산 반대편으로만 넘어가면 기련산까지는 추적을 뿌리칠 충분한 지형이 있다"

이들 4명의 대장격인 류운이 눈위를 걸어보며 일행에게 말하자 마무리 매듭을 다 지은 둘도 대장을 따라나섰다.

묵묵히 산 정상을 향해서 걷는 그들뒤로 설산의 절경이라 할만한 함박눈이 한 송이 두송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에게는 더욱더 고생이 될 듯 하지만, 눈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순간에만은 마치 그들의 구사일생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 아름답게 휘날리는 눈발 아래 미녀의 가슴향내를 밟고 서있으니 이럴 꺼라면 맨날 이 신세여도 좋겠는데?"

"좌청 너 이새끼!!!"

멀어져 가는 그들의 그림자 뒤로 벌써 추적자는 잊어버린듯 큰 목소리가 들여왔다, 그러나 정말 그들말대로 마흔번을 넘어서 마흔 한번이나 이런 대 탈주극을 계속하게 될줄은 그들중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이래서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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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판 CF  - 말이씨가된다 - 편 완(完)

나레이터 : 이들의 44번째 탈주극 이후의 행보를 보고싶으시면

고무판 작연란 상월님의 난향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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