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전’이란 게임이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과 00년대 초반의 한국 게임계에 참으로 거대한 족적을 남긴 RPG죠.
창세기전은 시리즈인 만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런저런 설정 역시 많습니다.
창세기전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실존인물들에게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여러가지 고유명사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창세기전의 유명세가 워낙 강력하다보니 창세기전에 그 많은 것들이 묻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예 창세기전을 통해 처음으로 해당 이름을 듣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요.
그리고 이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해당 이름을 사용하면
‘창세기전 베꼈네?’ 같은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목에도 적은 ‘아수라’는 불교/힌두교 쪽의 싸움 귀신입니다. 사실 여러 서브컬쳐에 참으로 많이 등장한 이름이죠. 강력한 싸움 귀신이란 이미지가 강렬했으니까요.
하지만 창세기전의 확고부동한 위치에 있을 때는 다들 ‘아수라’라는 단어의 사용을 꺼렸습니다. 이렇다 할 공통점이 하나 없어도, 단지 이름이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창세기전 베꼈다는 욕을 한 가바지로 먹어야 했으니까요.
로렌초 메디치, 살라딘, 얀 지슈카, 클라우제비츠, 샤른호스트 등등
금기어 아닌 금기어들이 많아졌죠. 더욱이 창세기전이 워낙에 여러 역사/신화 단어를 사용한 탓에 걸리는 것도 많았습니다.
- 모두 실존 인물들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창세기전 자체가 ‘옛날 작품’이 된 터라 다시 아수라를 써도 상관이 없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창세기전에 아수라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도 드무니까요.
- 그리고 물론 창세기전의 자리/역할을 대신하는 서브컬쳐 작품들이 꽤 많이 생겨났습니다. 페이트라든가...
덧1) 20대 초반인 아이들과 같이 게임을 하다가 ‘살라딘’ 드립을 쳤는데 다들 창세기전에 살라딘이란 인물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더군요 orz 아아, 세월이여...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