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4.07.26 18:56
조회
1,083

많이 망설이다 이 글을 씁니다...

 

 

아래의 예카미엘님과 크림국수님의 글을 보고 비단 이 두 분만이 아니라 모든 문피아 작가분들, 홀로 걷는 이 길이 잘못 되었나 회의감이 드는 분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주제 넘게 몇 자, 아니 좀 장황하게 끄적였습니다^^

 

 

처음 글을 쓰는 사람은 서로 상반되는 특징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순수한 열망을 소설로써 풀어내고 싶은 열망이 있지만 동시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부딪치는 것이지요. 하지만 후자의 두려움을 잘 극복해낸다면 신인작가는 무궁한 가능성을 뿜어낼 수가 있습니다. 비록 세련된 멋은 없을 지라도 형(形)에 집착함이 없이 순수한 열망을 그대로 작품에 투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과히 정제되지 않은 그 과감성과 급진성에 독자는 신선한 재미를 느끼며 공감하고 함께 달리게 됩니다.

 

 

처녀작을 종결하고 차기작을 쓰면서 신인작가는 소설의 형(形)을 고민하고 숙련하게 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천재가 아닌 이상 성장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한 법이며 무엇보다 선행하는 단계가 표면을 관찰하고 전체와 골격을 파악하는 것이니까요. 신인작가가 이 과정에서 얻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서사 구조의 전형이며 다른 하나는 서사를 담는 문장의 멋과 완결성입니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작가가 아마에서 프로로, 신인에서 중견으로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체득하고 있어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작가는 신인시절의 순수한 열망을 잊습니다. 대신 예리해진 눈이 소재를 찾아내면 숙련된 손가락이 서사 구조의 전형을 따라 소설을 만들어냅니다. 감각적으로 흐름을 쫓을 것이며 문장 역시 다듬어졌을 것이므로 가독성이 높습니다. 독자는 작품을 읽는데 장애를 느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련미는 나아졌을지언정 오히려 재미는 처녀작에 비해 덜한 느낌입니다. 앞서 말했듯 작가가 형을 느끼고 거기에 몰두함에 따라 열망의 순수성이 퇴색되며 이제는 두드러지는 부분은 없으나 자연스럽게 소재를 풀어내는 흐름과 문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작가는 깊은 늪에 맞닥뜨립니다. 어느 정도 읽히는 글을 쓰지만 그 이상 나아가질 못합니다. 반면 독자는 역동성, 카타르시스, 캐릭터의 매력, 기대감, 몰입감 등 무난함 그 이상의 뭔가가 있는 작품을 원합니다. 헌데 신인이라기에는 애매하고 중견이라기에는 미흡한 이 경계의 작가는 전형과 문장을 담은 자신의 성취만 볼 뿐 늪을 보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는 자만심에 취한 나머지 방향을 상실하고 전형과 문장에만 과도하게 집중해 작품과 소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게을리 하여 결국 낙오자가 됩니다. 완곡히 표현하였지만 사실 신인의 대부분은, 더구나 멘토가 없는 신인은 이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듭니다.

 

 

(잠깐 사설^^ 어? 난데? 이런 분들~ 연무지회, 지금의 문향지연을 권합니다. 다만 단지 가입하여 인터넷 상의 활동만으로 앞을 가로막은 장벽이 제거되리란 환상은 품지 마시길 바랍니다. 인터넷 소통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것을 얻겠으나 문향지연의 진정한 가치는 같은 길을 걷는, 혹은 이미 걸어간 작가들과 만남의 시발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길을 소망하되 이런 만남이 아직은 부담스런 분은, 차라리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가입하여 활자로라도 소통하는 게 낫겠지요. 계속...)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가라앉아서 고민하고 무수히 읽고 무수히 쓰면서 신인은 전형과 문장보다 더 원류의 것을 갈구하게 됩니다. 그것은 역동성이나 몰입감이나 캐릭터의 매력이나 카타르시스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가에 따라선 그것 중 하나에 집중했을 수도 있고 혹은 몇 가지가 복합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신인이 늪의 끝에서 보는 것은 독자를 끌어가는 저력입니다. 유수한 세월을 흐르는 강물의 유장함과 같이 저항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바다 끝까지 쓸어가는 힘입니다. 이것은 역동성일 수도 있고 몰입감일 수도 있고 캐릭터의 매력 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신인은 저력이 있는 흐름을 갈구하며 그것을 얻으면 비로소 늪을 나옴과 동시에 중견으로 탈각합니다.

 

 

처음의 순수한 열망이 더 정제된 형태로 가슴에 돌아옵니다. 아울러 고민과 성찰은 자만 없이 더 깊어져 성의가 있습니다. 전형과 문장은 버럽니다. 형은 자유로워지나 이미 감각은 손에 배여 읽을 만한 수준이 나옵니다. 오히려 열망의 순수성을 상실하고 전형과 문장에만 집중한 결과로 나타난 인위와 조작이라는 감옥이 해소되어 다시 마음은 원색의 욕망을 쫓으며 노력은 도를 넘고 형은 자연스러우니 글은 저력을 갖게 됩니다. 중견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며 이를 넘는 경지에 달하면 아마 대가가 되겠지요.

 

 

그저 제 개인적인 잡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시길^^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마는 사실 저도 절실한 마음, 순수한 열망을 갖고 뭘 해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그렇기에 문피아 독자 여러분께서 그 열정의 불씨를 살려 좋은 글을 써주셨으면 하고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여러분 모두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ps - 출처는 따로 없고 여기저기서 보고 들은 것을 참조하여 제 서재에 비공개로 끄적인 것을 발췌하였습니다. 외람되나 장황하고 보잘 것 없는 글이나마 이 글이 타사이트로 베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어디에 계시든 모든 작가분들이 건필하시길 바라지만, 착취가 팽배하는 아수라장이나 오물로 더럽혀진 시커먼 해수(혹시 오해를 나을까 덧붙이는데 특별히 어디가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에는 털끝이나마 제 붓이 닿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피아 작가분들이 이 글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먼 곳에 계신 작가분이라도 글의 유토피아란 의미를 지닌 이곳으로 걸음하시어 눈요기라도 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울러 과도기인데다 이상하리만치 여러 모로 겹치는 인재, 악재에 당장은 연담에 말이 많지만 그래도 도의를 아는 문피아가 이 시련을 딛고 미비한 점은 개선하여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장황한 글 이제 정말 줄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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