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링크부터 던져놓고 추천의 글, 들어갑니다.
판타지라는 장르를 떠올리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무엇입니까? 검과 마법? 용사와 마왕? 드래곤?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중 많은 것들은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몬스터와의 칼부림. 신의 경지에 이른 기사의 절대 무용. 강하고, 너무나 강한 나머지 소설 속의 설명만 듣다보면 도대체 이 세계 자체가 어떻게 지금까지 존재를 유지하고 있을 지 궁금할 정도의 초초초초초강자들이 우글거리는... 그런 것들이 판타지의 전부는 아니겠지요. 지나칠 정도로 반복되고 반복되다 못해 소위 말해 ‘양산’되다보니 새로움을 잃어버리는 경우인 거죠.
자 그러면 ‘시간 태엽’이라는 제목의 이 판타지는 어떨까요? 작가분의 의도는 어떨지 몰라도, 익숙한 두 단어는 붙여놓고 보니 참 어색하고 낯선 이미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것은 불가해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낯섬이 결코 아닙니다. 익숙한 가운데 뭔가가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종류의 낯설음이지요. 어쩌면 넘쳐나는 ‘뻔한’ 이야기들에 매몰되어 잊어버리고 있던 그 호기심 말입니다. 더구나 이 글은 추천받아 마땅할 미덕을 여러 가지 갖고 있기까지 합니다.
첫째. 등장인물 묘사. 은청색의 생머리를 여덟 갈래로 땋아 늘어 내려뜨린... 레이스와 레이스 사이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각종 보석은... 이런 류의 묘사가 아닙니다.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드러나 보이는 담담하면서도 때로는 강렬한 묘사는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사람인지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인물의 대사도 음미해가면서 읽을 수 있지요. 오히려 외양 묘사는 딱 필요한 정도로 자제해서 균형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둘째. 사건의 개연성. 간단히 말해 앞뒤가 맞습니다. 작위적인 내용이 없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초반임에도 뭔가 거대한 것을 꺼내놓는다기 보다 읽는 이들을 이 세계로 천천히 초대하는, 일종의 튜토리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대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사건을 진행하면서 세심하게 새로운 배경을 좋은 페이스로 보여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셋째. 매력적인 등장인물. 묘사가 잘 된 등장인물들이라고 해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개성적이고, 날카롭고, 우울하며, 잔인하고, 쾌활하기도 한... 이런 저런 등장인물들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판타지. 익숙하고도 낯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낯설기만 해도, 너무 익숙하기만 해도 즐거움이 많이 떨어질 수 있겠지요. 시간 태엽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놓여 있을까요?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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