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어. 나를 잊고 자유로워져.'
한 목소리는 모든 것을 잊으라고 한다.
'죽여. 너를 억누르려는 저 얼간이들도, 너를 길들이려 하던 그 얼치기들도, 최후에 홀로 남은 하나가 될 때까지 모조리 죽여버려.'
또 한 목소리는 모든 것을 죽이라고 한다.
오래 전부터 나를 지배하던 두 개의 목소리는 상충되는 요구로 또다시 나를 괴롭힌다. 어느때고 안심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유령처럼 내 주위를 배회하며 나에게 속삭여온다. 매사가 내겐 시험이었고, 언제나 내 앞에는 선택이 강요되었다.
그리고 기로에 선 순간마다, 약하고 비겁한 나는 어느 때고 쉬운 선택만을 해버린다.
'그래, 잊을게. 네가 원하는 바가 그렇다면.'
어느 때고 달콤한 목소리를 따라 현실에서 도망치고 만다. 외면하고, 망각해 버리며 주제넘게 거머쥔 일상에 스스로를 가둬버려왔다. 그것이 잘못된 것이란 걸 알면서도,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하지만 어느 날, 쉽고 편한 선택지가 사라져 버렸다.
'눈을 떠라.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감춰뒀던 이빨을 드러내는 거다!'
이제 내 앞에 남은 것은 잔혹한 시련 밖에 없다. 가혹한 이면을 드러낸 현실이 내 앞에 송곳니를 세우고 달려들고 있다. 그 앞에 잡아먹히기 싫다면, 남은 선택지 내가 먼저 잡아먹는 것 뿐.
종말을 맞이한 도시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너를 만나기 위해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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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천루라고 합니다. 생애 처음으로 하는 홍보라 조금 떨리네요, 하하.
사실 이 소설은 모 라이트노벨 출판사의 작은 공모전에 출품했던 작품입니다. 또한 멋지게 떨어지면서 새삼 제가 라노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죠. 감평도 달렸었는데 '분위기 있는 도입부가 매력적이지만, 캐릭터도 전개도 라이트노벨이라는 분야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라나...크흑.
뭐 어차피 그건 기대도 안 했었으니 됬고, 차라리 잘 됬다 생각하고 한 번 연재를 시작해 봅니다. 지금 제가 백일장이라든가 릴레이소설이라든가 여러 일때문에 꾸준한 연재는 무리지만, 적어도 주간연재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
*솔직히 내가 봐도 이건 라노벨이 아닌 듯. 전혀 라이트하지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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