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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
식은 만두와, 퉁퉁 불어터진 국수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사내. 사내 앞엔 홍의 경장의 여인이 말없이 사내의 시중을 든다.
쨍강-!
불길한 울림과 함께 소란이 인다. 쇳소리가 일어나고 급격히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네놈 따위가 감히!”
“죄, 죄송합니다. 용서를.”
한 여인이 화를 내고, 점소이가 용서를 구한다. 점소이가 뭔가 잘못을 했구나하며 넘어갈법한 장면이지만, 여인이 검을 들어 점소이의 팔을 벤 순간, 이건 좀 심하지 않냐는 사태가 벌어진다.
“내 몸에 음식을 튀기다니 죽엇!”
칼이 떨어지고, 아연실색한 점소이는 황망히 살생부의 환상을 본다. 칼이 바로 점소이 미간에 닿을 무렵, 천운인가! 어떤 두터운 손이 여인의 칼을 붙들고 검을 멈춘다.
“미친년이군.”
“감히!!”
여인이 그대로 훼방꾼을 찌른다. 그러나 상대는 상당한 고수인 듯 가볍게 여인의 칼을 튕구자,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여자가 급히 몸을 돌린다.
“네놈! 감히 의천문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가만두지 않겠다!!”
고수는 굳이 여인을 잡지 않았다. 그보다 점소이의 지혈이 먼저.
여인이 급히 밖을 나서다 그만, 조금 전 언급한 홍의 여인과 사내의 탁자에 거칠게 부딪친다. 술병이 날아오르고 막 만두를 간장에 찍던 사내는 그대로 술범벅이 되고 만다.
“빌어먹을!”
“그래 빌어먹을 일이야.”
여인의 팔이 떨어진다.
“에?!”
너무나 깔끔한 솜씨에 여인은 팔이 잘리고도 믿어지지 않는 듯, 황당성을 뱉는다.
“아니지 네년의 사고는 음식을 튀기면 목을 베었지?”
“뭐?”
그대로 인두(人頭)가 바닥을 구른다.
“뭘 봐?”
낡았지만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푸른 경장. 사내는 그 모습을 목도한 점소이와 이름모를 고수, 그리고 객잔 안 모두의 시선을 당당히 넘기며 문을 나선다.
“자, 만두랑 국수값. 아, 포장해 달라는 오리구이는 준비됐고?”
이건 꿈일까?
이름 모를 고수가 확인 겸 여인의 시체에 잠시 눈을 돌렸다 다시 사내를 찾았을 때, 그 자리엔 싸구려 화주의 아린 주향과 목 없는 시체에서 짙게 올라오는 혈향의 비린내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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